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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가 주도해 20조원 규모의 펀드를 신설하고, 정책자금 100조원, 민간자금 70조원 등 총 190조원을 뉴딜 사업에 투자한다. 비생산적인 부동산에 몰려있던 시중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이동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판 뉴딜 정책에서 국민들의 시선을 끄는 건 뉴딜 펀드다.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어서다. 다만 거창한 이름과 달리 투자처가 불분명한 데다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빠져 있는 등 관제금융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 펀드와 뉴딜 금융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열 것이다”며 “한국판 뉴딜을 뒷받침할 금융정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재정·정책금융·민간금융의 3대 축으로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이끌겠다”며 “단일 프로젝트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뉴딜펀드를 크게 세 가지로 나워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형 펀드인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세제 혜택을 통해 지원하는 ‘뉴딜 인프라펀드’, 민간금융을 지원하는 ‘민간 뉴딜펀드’ 등이다.
이 중 좁은 의미의 뉴딜펀드는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다. 이 펀드는 5년간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데 정부가 매년 6000억원씩 3조원, 정책금융기관이 매년 8000억원씩 4조원을 출자해 7조원을 조성한다. 이 돈은 모(母)펀드를 만드는 데 쓰인다. 나머지 13조원은 민간에서 끌어와 자(子)펀드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조성된 20조원 규모 펀드는 뉴딜 관련사업, 뉴딜 프로젝트 등에 투자할 방침이다. 여기서 정부·정책금융기관이 내놓는 7조원은 후순위 출자자 역할을 한다. 펀드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부담하게 된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국민참여형 뉴딜 펀드로 20조원을 조성할 것이다”며 “펀드에 참여한다면 손실위험 분담과 세제 혜택으로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이 자율적으로 뉴딜 펀드를 조성할 여건을 마련할 것이다”며 “뉴딜지수를 개발해 지수에 투자할 상품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향후 5년간 정책금융 100조원, 민간금융 70조원을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와 기업에 투입할 것이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마중물 역할과 정책금융의 적극적 기여, 민간의 협조까지 더해져 한국판 뉴딜을 힘있게 추진할 물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며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에서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시킨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규제혁신이야말로 한국판 뉴딜의 또 하나의 성공조건이다”며 “입법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뉴딜 분야 프로젝트나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는 과감히 혁파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는 금융의 적극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금융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투자처 불분명·세제 혜택 평이…“관제금융 한계” 우려도
이처럼 정부가 뉴딜 펀드를 통해 신(新) 성장동력 마련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지만 우려는 남는다. 먼저 20조원을 투입하는 국민참여형 뉴딜펀드의 투자처가 불분명하다. 정부는 뉴딜 관련 기업, 뉴딜 프로젝트 등에 투자하겠다고 설명했지만 뉴딜과 관련된 기업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달리 보면 정부가 일종의 ‘뉴딜 인증’을 달아준 기업에 투자하게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뉴딜펀드에 돈을 댄 민간은 정부가 찍어준 곳에만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 대상을 정부가 찍어주는 게 맞는지를 두고 여러 우려가 뒤따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관제 금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딜 인프라펀드의 경우 국민참여형 뉴딜펀드와는 별개다. 기존에 운용되던 민간 공모펀드가 정부가 ‘뉴딜 인증’을 달아준 곳에 투자할 경우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는 게 뉴딜 인프라펀드의 골자다. 구체적으로 2억원 이내 투자금에 대한 배당소득 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고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민·중산층 위주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계 안팎에선 배당소득 9% 과세 혜택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딜 펀드 외에도 배당소득 9% 과세 혜택을 받는 상품이 다수 존재하는 게 그 이유다. 그만큼 뉴딜 펀드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민간 뉴딜펀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뒤따른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지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규제 개선 등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지쳤지만 이마저도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에 뉴딜펀드 계획을 발표하며 수익률 등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에도 따가운 시선이 쏠린다. 구체적인 투자처도 제시하지 않은 마당에 예상 수익률마저 알 수 없는 펀드에 정부가 나서 국민들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도 해석한다. 정부는 당초 뉴딜펀드 조성 계획을 추진하며 ‘원금 보장’, ‘3% 수익률’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일련의 표현이 자본시장법 등에 저촉될 수 있다는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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