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검수완박 국민투표 불가” 논란… 尹 측 “월권”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폴리로그 > 국회·정당

선관위 관계자 “명부작성 불가… 국민투표 성립 안 돼”
국민의힘‧정교모 “선관위는 선거관리 기관… 나설 일 아냐”
국민의힘, 법사위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저지 총력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4-28 14:57:44

▲ 권성동(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러 이동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석에 ‘검수완박’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손팻말이 놓여 있다. [공동취재단]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개정안 처리 저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국민투표 등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서서 각계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월권”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장제원 당선인비서실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가 ‘아니다’고 일방적으로 말할 수 있나. 월권 아닌가”라며 “정식으로 선관위에 안건을 상정해 결론 난 것도 아닌데 사무부처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건 월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으로 다수의 힘을 갖고 헌법가치를 유린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국민이 원하는 건지 물어보는 게 마땅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헌법 72조는 ‘외교‧국방‧통일 및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투표 부실관리 논란의 노정희 전 선관위원장이 18일 사퇴하고 후임으로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노태악 대법관이 내정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27일 언론에 “재외국민 국민투표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2014년 7월)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 효력이 상실됐다”며 “현행 규정으로는 명부 작성이 불가능해 국민투표 실시 자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야에서도 월권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28일 긴급성명에서 “검수완박 법안 국민투표가 헌법불합치로 인해 불가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고 선관위가 나설 일도 아니다”며 “선관위는 헌법 114조에 따라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 관리’를 하는 기관에 불과하다. 선관위가 미리 나서서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건 절차적‧실체적 흠결을 최종적으로 따지는 사법부 권한을 가로채는 월권행위로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투표 불가라는) 입장이 선관위원 전체회의를 거쳐 정리된 건지 아니면 선관위 내부 특정인사 사견인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민투표 실현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투표법 등) 법을 이 기회에 빨리 고쳐서 투표인 명부를 만들어 지방선거 때 실시하고자 하는데 현실성이 있는지 좀 더 따져봐야 할 듯하다”고 주장했다. 근거로는 검수완박 개정안은 헌법 72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민투표법 14조 때문에 투표인 명부도 작성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개정안의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의 및 전체회의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헌재에 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은 원천무효”라며 “민주당의 반헌법적 폭거를 막을 수 있도록 헌재는 조속히 판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개정안을 다음 회기에 순차적으로 올려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처리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청법 개정안은 30일 본회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5월3일 오전 본회의 표결 절차를 밟고 3일 오후 국무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중재안을 현실적으로 실행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응책으로 임시국회 회기를 쪼개는 ‘살라미 전술’에 돌입한 상태다. 27일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수완박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자가 범인”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이 사실상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등에 각각 휩싸인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 ‘방탄용’이라는 입장이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