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 (70)] '연차휴가 축소'는 대기업과 무관, 흙수저 청년들이 누리던 '호사'는 사라져

이태희 입력 : 2021.12.19 09:15 ㅣ 수정 : 2021.12.19 09:15

1년 계약직 연차 휴가 26일서 11일로 축소, 소상공인 부담 줄어 / 한국 청년의 47.1%는 첫 직장이 ‘1년 이하 계약직’ / 일하지 않아도 보장됐던 ‘15일치 연차 수당’ 받는 ‘호사’를 더 이상 못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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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1년 계약직 근로자의 연차 유급휴가를 기존의 '26일'에서 '11일'로 축소하는 행정해석을 16일 발표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은 줄지만 흙수저 청년들이 일안하고 받을 수 있었던 '15일치 연차수당'은 사라지게 됐다. [네이버TV / 픽고PICKGO '흙수저 편' 캡처]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앞으로 1년(365일)을 근무하고 퇴직한 근로자의 연차 유급휴가는 기존의 ‘26일’에서 ‘11일’로 축소된다. 그러나 366일을 근무한 뒤 퇴직한 근로자의 연차휴가는 ‘26일’로 유지된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60조의 연차 휴가조항에 대한 행정해석을 이 같이 변경했다고 16일 밝혔다. 계약직과 정규직 근로자 모두 해당된다. 

 

노동부는 그동안 1년 근무한 퇴직자의 연차 휴가를 ‘26일’로 판단하고 행정지도를 해왔다. 그 근거는 근로기준법 제60조 ①, ②항이다. 

 

①항은 “사용자는 1년 간 80%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2012년 2월 1일 개정)”고 명시하고 있다. ②항은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 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2012년 2월 1일 개정)”는 내용이다. 

 

①항에 의해 15일, ②항에 의해 11일의 연차가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10월 관련 판결에서 ①항은 2년째 근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사실 기존 노동부의 해석은 근로자의 휴가권을 과도하게 보호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1년 계약직 고용이 많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연차 수당을 과도하게 지급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심지어는 1년 계약직 근로자의 연차가 장기복무자의 연차보다 많아지는 모순도 발생했다. 

 

60조 ③항이 2017년 11월 28일 삭제됐기 때문이다. ③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의 최초 1년 간의 근로에 대하여 유급휴가를 주는 경우에는 ②항에 따른 휴가를 포함하여 15일로 하고, 근로자가 ②항에 따른 휴가를 이미 사용한 경우에는 그 사용한 휴가일수를 15일에서 뺀다”는 내용이었다. ③항에 입각하면 1년이 되기 이전에는 사실상 연차휴가가 없었다. 1년 만근 이후 발생하는 15일의 연차를 앞당겨 쓰는 개념이었다. 이는 근로자의 휴가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고 보고 ③항을 삭제조치했다. 그 결과 1년 만근자의 연차는 26일이라는 계산법이 나왔다. 

 

3년 이상 근로자의 연차 휴가는 60조 ④항에 따른다. ④항은 “사용자는 3년 이상 계속하여 근로한 근로자에게는 ①항에 따른 휴가에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 근로 연수 매 2년에 대하여 1일을 가산한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가산휴가를 포함한 총 휴가 일수는 25일을 한도로 한다”는 내용이다. 3년차는 15일에 하루를 보태 16일, 5년차는 2일을 보태 17일이 되는 방식이다. 21년 근무를 하면 25일의 연차가 부여된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장기근속을 해도 늘어나지 않는다. 

 

21년 장기근속자의 연차가 1년 만근한 퇴직자보다 연차가 하루 더 적은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고용노동부가 대법원의 판례를 수용함으로써 행정해석을 변경함으로써 근로자의 연차일수는 합리적으로 조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사 1년차는 근로기준법 60조 ②항에 의해 11일의 연차가 발생한다. 2년차는 ①항에 의해 15일의 연차가 발생한다. 3년차는  ①항과 ④항에 의해 16일의 연차가 발생한다. 

 

노동부의 이번 조치는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직접적 영향을 준다. 일반 기업의 정규직에게는 실질적인 영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동안에는 1년 계약직 근로자가 계약 종료 시점에 이미 11일의 연차를 소진했음에도 불구하고 ①항을 근거로 15일 분의 연차수당을 청구해서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그게 불가능해진다. 

 

노동부의 이번 조치는 정규직 중심인 대기업 근로자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15일치 연차 수당을 챙기려면 366일을 근무하고 퇴사하면 된다. 1년 단기계약직 근로자들에게는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퇴직하면서 15일치 연차수당을 챙길 수 없다. 

 

그들은 누구인가. 상당수가 ‘흙수저 청년층’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1’에 따르면 30세 이하 청년층이 학교를 졸업한 뒤 갖는 첫 일자리의 47.1%가 ‘1년 이하 계약직’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과 2020년의 41.9%에 비해 5.2% 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1년 계약직의 연차가 26일에서 11일로 줄어듦에 따라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흙수저 청년들이 누리던 15일치 연차수당이라는 ‘호사’도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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