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기환송심서 '뇌물공여' 놓고 설전…내달 준법위 평가
이재용 파기환송심서 '뇌물공여' 놓고 설전…내달 준법위 평가
  • 정예린 기자
  • 승인 2020.11.23 22:26
  • 수정 2020.11.2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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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재판부와 또 '으르렁'…"재판부가 않은 말 말라"
이재용 측 "부친 와병 후 6년 중 4년 간 수사·재판"
내달 7일 준법위 실효성·지속가능성 평가 듣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에서 박영수 특검팀이 피고인들의 ‘뇌물공여’ 성격을 두고 변호인 측은 물론 재판부와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특히 재판부를 향해서는 최종 판결에 따라 ‘법치주의 실종’, ‘위법적 결정’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는 한편 내년 인사 시기에 맞추기 위해 절차를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등의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 5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6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등 피고인 모두가 출석했다. 

◇ 뇌물공여, 소극적·수동적 vs 적극적·능동적

이 부회장 측과 특검 측은 뇌물공여 성격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변호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강한 질책을 받은 후 거부할 수 없는 정치적 권력에 의한 소극적·수동적 공여라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은 일방적인 대통령의 강요가 아닌 대등한 관계에서 이익을 기대하고 실행에 옮긴 적극적·능동적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특검은 이날 과거 대통령에 대한 기업의 뇌물공여 사례와 이 사건을 비교했다. 정치적 권력이 막강했던 전두환·노태우 등 군부독재 시절과 달리 현재는 경제적 권력도 그와 대등한 지위를 갖고 있다고 봤다.

특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정치적 권력보다 경제적 권력이 우월적 또는 최소 대등한 지위를 갖게 되었으며, 대통령은 이재용에 대해 상대방이 원하는 요구를 들어줘야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인식했다”며 “재계 서열 1위인 삼성 이재용과 대통령 사이는 강요에 의해 어떠한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윈윈의 대등한 지위에 있었다”고 말했다.

양형 기준과 관련해서도 “법률에 따른 양형 기준이 아닌 3·5법칙을 적용하는 것은 특권층을 인정함으로써 헌법상 국민 주권과 권리를 위반하고 입법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적 결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5법칙은 재벌 총수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선방하는 것을 뜻한다. 

이어 “삼성물산 회계직원은 10억원 횡령 범행에 징역 4년 실형이 선고됐다”며 “피고인들에 대해 회계직원보다 낮은 형이 선고된다면 그 어떤 누가 봐도 평등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법치주의가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의 주장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은 “2015년 7월 25일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 이전까지는 피고인들이 최서원이나 정유라를 만난 적도 없었다”며 “면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은 뒤 승마 지원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정유라 외에 승마 선수 추가 선발을 통해 공익적 목적으로 지원하고자 했으나, 최서원의 요구에 따라 그 의미가 변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서도 “피고인들이 후원을 결정한 근본적인 이유는 대통령의 거절하기 어려운 요구 때문”이라며 “또 피고인들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영재센터 관계자,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공무원들은 영재센터를 공익적 사업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지원 역시 다른 기업들이 한 지원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최서원 판결문에 등장하는 포스코 사례를 보면 포스코도 최서원 측에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 요구를 받았다가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이후 청와대의 요구를 받고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 오히려 대통령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직접 받았다는 점에서 요구의 정도가 훨씬 더 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특검의 일부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특검 측에서 "재판부가 수동적 뇌물공여라는 취지로 오해할 수 있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한데 따른 것이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언제 수동적 뇌물공여라고 말했느냐”고 반문하며 “마치 재판부가 정의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재판부가 하지 않은 말을 해 문제화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이 끝난 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이 끝난 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 檢 "준법위 진정성 의심"…변호인 "소송 지연 목적"

지난 공판에 이어 이날도 전문심리위원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 실효성 및 지속 가능성 평가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준법위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 측에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주문하면서 올해 초 발족했다. 재판부는 이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단도 구성했다. 

특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최종 판결에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임을 명시적으로 판시했다”며 “그러나 피고인들은 파기환송심 변론 과정에서 수동적 뇌물공여를 강조해 진지한 반성을 전제로 한 삼성 준법감시제도 관련 양형 심리의 진정성도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검과 변호인이 전문심리위원단의 준법위 평가를 위해 제출한 평가항목이 145개에 달하는데 이걸 열몇 시간 안에 다 한다는 건 믿기 어렵다”며 “몇 달이 걸려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재판부가) 심리 기간을 짧게 잡는 게 2021년으로 예상되는 법관 인사를 고려한 것이라면 유임 통해 충분한 심리 기간을 확보한 후에 하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이 될 수 있음을 첨언 드린다”며 “특검에서 바라는 것은 균형감 있고 실체와 진실에 부합하는 정의로운 양형 심리”라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소송 지연의 목적이 분명하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특검보가 결국은 또 기일을 늦추자는 취지로 말씀을 하시는데 이미 쌍방이 모두 아는 사실인데 2시간이나 설명하겠다는 자체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이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또 필요하다는 것은 소송 지연 목적 외엔 설명드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부회장 측은 소송 지연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변호인은 “처음 이 사건의 수사가 시작된 것이 약 4년 전”이라며 “피고인 이재용이 부친 와병으로 인해 경영을 맡은 것이 약 6년 반이 되었는데, 그중 4년간 수사와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특검께서 추가로 합병 관련 사건 공소장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추가로 사건이 기소돼 진행 중에 있다”며 “이  사건 역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은 기록이 20여만 페이지에 달하는데, 첫 공판 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이나 피고인 측은 기록을 처음 보니 충분한 시간을 요청드렸고 반대로 검찰은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해 약 세 달이 안 되는 기간 안에 20만 페이지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검찰, 피고인, 변호인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검 측이 왜 정해진 기간 안에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준법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전문심리위원단은 지난 17, 19, 20일 등 사흘에 걸쳐 실무진과의 면담을 마쳤다. 이를 토대로 전문심리위원들은 오는 12월 3일까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같은 달 7일 열리는 8차 공판기일에서 준법위에 대한 의견을 진술한다. 

이에 앞서 오는 30일에는 7차 공판기일을 열고 특검이 제출한 추가 증거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재판부가 변호인에 요구한 석명 사항에 대한 답변을 듣는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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