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재난에 대해 종교가 올바른 의미 부여하고
위기 극복 위해 역할 못한다면, 사람들 등 돌릴 것
코로나 위기,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의 기회 삼아야

실천신학회 78회 학술대회 정재영
▲정재영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한국실천신학회(회장 황병준 박사) 제78회 정기학술대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와 실천신학의 과제’를 주제로 21일 오전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정재영 박사(실천신대)가 ‘코로나 팬데믹 시대, 교회의 변화와 공공성’에 대해 종교사회학 관점으로 첫 발표를 맡았다.

정재영 박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종교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공포와 불안감으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고도 하지만, 전염병에 대처하는 종교인들과 종교기관에 대한 실망으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고도 한다”며 “18세기 리스본 대지진 이후 종교가 몰락한 것은 오늘날 종교에 큰 교훈이 된다. 사회적 재난에 대해 종교가 올바른 의미를 부여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종교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박사는 “현재 한국교회는 코로나 사태로 유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교회는 공공성을 견지해야 하고, 우리 사회에 대한 공적인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의식과 관련해 전체 교회의 공교회성과 실천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한국교회가 코로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감당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전했다.

그는 “현장 예배를 고수하는 것은 기독교 전통과 관련되지만, 사회의 공익성과도 관련된다. 전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독교인들끼리 예배를 잘 드리면 문제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다 확진자가 발생하고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키면 의도와 달리 큰 피해를 입히게 되기 때문”이라며 “방역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점에서 기독교 신앙의 공공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재영 박사는 “교회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코로나 상황 이후 사회의 공동선을 위한 공론장에 참여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인들이 비기독교인들과 공공 의제에 대해 토론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며 “기독교는 다양한 사회적 실천을 해 왔으나, 오늘날 제도화된 기독교는 대부분 교회 울타리 안에서 교인들끼리만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사회적 연대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따라서 단순히 선언적 차원의 연대가 아니라 구체적 협력 기술을 개발해, 다양한 사회 상황에서 협력하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종교의 공공성은 종교가 시민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종의 사회 자본이 되기도 한다.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보이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많은 것을 성취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배당에 모이기를 힘쓰는 것만큼이나 세상에 보냄 받은 자로서 신앙을 실천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성서의 기본 가르침”이라며 “예배당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교세를 자랑하고 있다면, 교회의 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교회는 세상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자기들끼리 만족해하는 폐쇄적 동질집단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 이후 교회의 역할로는 먼저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이타심에 기초한 종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질병이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전염병이 계층을 구별하지는 않지만, 하류층일수록 매우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감염 위험이 높은 직장 환경을 스스로 개선할 수 없고, 생계 때문에 그만둘 수도 없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쉽지 않다. 당장 생계 마련이 급한 사람들은 거의 무방비 상태로 전염병에 노출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염병으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보다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 교회 공동체가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며 “공동체의 일원인 기독교인들은 서로를 깊이 신뢰할 수 있고, 공동체 활동은 기독교인들이 시민으로서 연대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북돋을 수 있다. 특히 자기 희생의 규범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사회가 혼란하고 어려울수록 사회 곳곳에서 공적인 책임과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천신학회 78회 학술대회
▲회장 황병준 박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유튜브
또 ‘공동체 회복을 통한 위험 사회의 극복’을 꼽았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암울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람들 사이 극도의 우울감이 증대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단절된 사람들이 자살에 더 취약하다”며 “문제는 코로나 상황으로 대면 접촉보다 온라인으로 만나거나 아예 만남 자체를 회피하게 되기에, 사회관계 자체가 약화될 우려가 크다. 이러한 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공동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이 소규모 모임을 활용하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소그룹을 운영하는데, 이는 탈현대 사회의 특징인 유동성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라며 “이 소그룹은 공동체성을 담보할 뿐 아니라 종교가 사회와 접촉점을 만들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므로, 종교 조직을 대형화하기보다 소그룹 네트워크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공교회성의 회복’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 초기에는 대형교회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넓은 공간으로 거리두기가 가능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은 교회들은 공간이 넓지 않고 비용 문제로 소독도 제대로 하기 어려우며, 온라인 예배도 힘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에도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개체들이 공존하면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정 박사는 “한국교회는 지나친 개교회주의로 인하여 공교회성을 상실하고 있는데, 도시와 농촌 교회, 큰 교회와 작은 교회, 지역교회와 파라처치 등 다양한 교회들이 특색에 맞는 사역을 하면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교회들이 지속 가능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공교회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교회들은 온라인과 미디어 사역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소형 교회들이 하기 어려운 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결론에서 정재영 박사는 “한국교회는 코로나로 인한 위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변화의 거센 물결이 몰려오는데 과거의 형태를 고집해서는 의미 있는 생존이 이루어질 수 없다”며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저절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신앙의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미래 사회에서 적실성 있는 신앙생활을 위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기독교 신앙의 두 축은 하나님과의 관계와 이웃과의 관계이다. 그렇다면 전염병으로 인해 대면 접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또한 복음은 어떻게 전할 수 있으며 선교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회에 대한 공적 책임이다.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은 단지 기독교인들끼리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는 “또 어떠한 정치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 공공의 관점에서 유익한지 점검해야 한다. 우익·좌익 모두 스스로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말 그러한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며 “공공성은 헤게모니와 당파성 너머에 있다. 공공성은 자기 이해 자체를 성찰적으로 대상화하고, 궁극적으로 자기 이해를 넘어서는 시야를 획득하지 못하면 결코 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사회문화적 관점에 대해 이민형 박사(연세대)가 ‘코로나19 상황에서의 한국 개신교 신앙 지형 연구: <2020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예배학 관점에 대해 민장배(성결대)·김병석(숭실대) 박사가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 예배의 시공간성에 관한 연구’, 상담과 교육학 관점에 대해 박은정(웨신대)·이종민(총신대) 박사가 ‘생령의 관점에서 본 인간 이해와 적용: 기독교교육과 목회상담을 중심으로’, 전도와 선교 관점에서 주상락 박사(명지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도와 선교: 총체적 공간 선교, 전도’를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