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장로회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가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 종교 영향도 인식조사 발표 및 뉴노멀 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예장합동 총회장·미래정책전략개발위원회 특별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대한예수장로회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가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 종교 영향도 인식조사 발표 및 뉴노멀 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예장합동 총회장·미래정책전략개발위원회 특별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예장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 기자회견

“일부 교회 코로나19 진원 돼 국민 실망

 교회 기피·거부 현상… 탈종교화 우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우리 한국교회는 세 가지 잘못을 저질렀다. 시대 정신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지 못했으며, 리더십을 세우지 못했다.”

보수 성향의 대형 개신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가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교회의 잘못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개신교 연합기관이 아닌, 교단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잘못을 시인한 것은 처음이다.

소강석 목사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배를 존중한 만큼 이웃의 생명도 존중해야 하는데 교회는 신앙의 자유와 현장 예배만을 강행함으로써 국민에게 거부감을 주고 교회에 등 돌리게 한 면이 있었다”며 “더구나 일부 교회가 코로나19 감염의 진원이 되면서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회가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고 안식처가 돼야 하는데 오히려 기피하고 거부하는 현상을 일으키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디지털 격차와 세대 간 격차 등 단절 현상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탈종교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교회의 책임이 부각됐고 개신교를 향한 여론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교회발 코로나19 확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회가 예배를 강행하거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등 계속해서 일탈 행위를 일삼으면서 사회적 비판이 확산했다. 일반 시민 사이에선 ‘기독교 포비아’가 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종교라면 무조건 거부감을 드러내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실제로 예장합동이 지난 3일 공개한 종교에 대한 인식 설문 조사 결과가 이를 어느정도 방증하고 있다. 설문을 보면 “종교가 필요하다”는 답변은 64.5%에 이르렀지만, 코로나19 이후 종교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는 응답(28.3%)이 늘었다는 응답(14.8%)보다 두 배나 많았다. 삶에서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종교를 꼽은 사람은 3.3%에 그쳤다.

종교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 몇달간 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심각성을 인지한 개신교계에선 잇따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진보 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지난 8월 17일 “이웃은 물론 교회도 보호하지 못했고 교회를 바라보는 여론을 최악으로 치닫게 만들었다”는 자성이 담긴 입장문을 냈다.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일부 교회를 향한 교계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랐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김근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경에서 대면으로 예배를 보라는 근거는 없다”며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어차피 ‘비대면’”이라고 했다. 이어 “함께 예배를 드리는 사람과 만나서 하느냐, 아니면 온라인으로 하느냐의 문제인데 같이 옆에 앉아 노래도 드리고 하면 최고이겠으나 성경에 근거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개신교계 석학으로 평가받는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도 “‘대면 예배’만 예배라는 주장은 성경 안에 근거가 없으며 전통도 없다”고 단언했다.

보다못한 ‘교회’가 ‘교회’에게 비판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 8월 11일 30개 회원교단과 5만 6000여개 소속 교회에 전달한 ‘소속 교회 자발적 방역 강화 조치 요청’ 공문을 통해 “교회를 통한 확산 상황은 교회의 방역 조치 미흡”이라며 “이로 인해 지역주민은 물론 지역 교회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번 코로나19 확산이 교단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교회들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깊이 우려한다”며 “확산이 이뤄지는 교회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방역당국과 신속하고 투명하게 협력해달라”고 촉구했다.

교계 내 자성 목소리는 바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신도수가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교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은 성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소강석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교회가 예전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껏 한국 교회가 신앙의 본질과 가치보다 교회 전통·제도에 치우친 면이 있었다”며 “교회가 영혼의 안식처·피난처가 되려면 교회다운 모습을 되찾는 수밖에 없다”는 게 소 목사의 주장이다. 과연 그의 말처럼 교회가 ‘교회다운 모습’을 찾아 코로나19로 인해 나빠진 국내 여론을 뒤집을 수 있을까. 앞으로 한국교회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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