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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되지만 여비와 식사비로 쓰세요." 대화를 마치고 일어나려던 순간, 취재원이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얼마 안 된다'는 상투적인 말과는 달리, 한눈에 보기에도 꽤 두꺼워 보였습니다. 많이 잦아들었지만 요즘도 종종 이런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익숙한 레퍼토리로 봉투 받기를 거절했지만, 끝내 주려는 취재원에게는 정말로 악의(?)가 없어 보였습니다. 밥도 못 먹고 오랜 시간 붙잡아 놓은 게 미안해서였을 겁니다. "다른 언론사는 다 받으시던데…." 취재원은 '예의'의 범위라는 '삼세번'을 넘어 한사코 거절하는 제 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듯 보였습니다.

취재원에게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저희는 20년 동안 거마비 하라고 돈 봉투 주는 데 있으면 사진 찍어 기사로 올렸습니다. 기자 주머니에 봉투를 꽂아서 내쫓다시피 하는 목사가 있으면 등기우편으로 교회 사무실로 돌려보낸 적도 있고요. 좋은 마음이신 건 알겠으나 교통비든, 밥값이든 아예 안 받는 게 원칙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저희가 좀 이상하죠?" 그 말을 하는 순간 저도 참 제가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는 이름 있는 어느 교단이 <뉴스앤조이>를 '반기독교 언론'으로 지정하기 직전이었습니다. 무심코 뱉은 "저희가 이상하죠?"라는 말이 아마 그런 뜻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상한 척은 다 하고, 온갖 조롱은 다 받고, 취재 현장에서는 쫓겨나는 게 태반이니까요(이젠 주사파라고까지 합니다).

가끔은 서럽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이 있기에 지치지 않고 지금껏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반기독교 언론'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후원을 결심하신 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중 한 신규 후원자께서 남겨 주신 "끊어져 가는 실낱같은 신앙심을 붙잡고 있는 이유는, <뉴스앤조이>처럼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분들 때문인 것 같다"는 메시지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일어나 걸어라"라는 복음성가 가사가 들리는 듯하네요. 어디에서도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 것은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오늘도 열심히 가던 길 가겠습니다.

by 최승현

친절한 뉴스 B 

한국교회에는
2030의 목소리가 필요해

'어떻게 하면 2030 필진과 여성 필진의 비율을 늘릴 수 있을까.' 편집기자로 글밥을 먹고 살면서 항상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고민하지 않으면 어느새(?) 60대 남성 목사의 글만 받게 되더라고요. 한국교회에는 다양한 구성원이 있는데,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9월 말 '2030이 한국교회에게'라는 코너를 만들었어요. 지금까지 "'K-교회'의 우수성""교회 내 '여성 노동', 비용으로 환산해 봤어?" 등 총 5편의 글을 실었습니다.

더 많은 글을 실으려면 독자님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한국교회에 2030의 목소리가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모하려 해요. 지금의 한국교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2030 독자님이 계신다면(그런 분을 아신다면), 원고를 써서 이메일(kads2009@newsnjoy.or.kr)로 보내 주세요. 되게 전문적인 글을 원하는 건 아니고요. 신앙생활하면서 느끼는 점이나 고민 등을 자연스럽게 풀어내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분량은 인터넷 매체의 특성을 고려해 길어도 A4 3장을 넘지 않으면 좋겠네요. 채택돼서 게재되는 분에게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P.S. 권석천 JTBC 보도총괄이 쓴 '애늙은이와 늙은 애들의 세상'이라는 글을 보면, 겉늙어 버린 기자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경험 있고 아는 척하는 게 취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그렇게 취재하면서 만난 판사·검사·정치인도 하나같이 나이 든 척 발언하고 행동한다고 해요. 조직 논리에 충실한 '늙은 애'들이 10년도 더 된 상식으로 기사도 쓰고, 수사도 하고, 판결도 내린다고 지적합니다. 돌아보면 교계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애늙은이' 소리를 들어 온 저부터 반성해 보면서, 교계에 젊은 말과 글이 많아지길 기도합니다.

교회 내 '여성 노동', 비용으로 환산해 봤어?
'K-교회'의 우수성 교회
"응 아니야"를 외치는 나와 당신에게

by 강동석


시골 목사님의
마지막 프로젝트

"요양원에 설교하러 가면 다 똑같은 부탁을 해요. '갈 때 나 좀 데려가 달라'고…. 죽는 날까지 시설에 갇혀 사는 건 아니라고 봐요." 마을 목회를 하는 이종명 목사(송악교회)는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서로 보살펴 가며 먹고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겁니다.

그러려면 지낼 공간과 일자리, 후원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 목사님은 천천히 준비 단계를 밟고 있었습니다. 이미 법인을 설립하고 공동 농장까지 마련했습니다. 언젠가 혼자 남게 될 발달장애인 아들도 이 공동체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내리라 믿으면서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요.

사람 차별하지 말고, 서로 돕고 사랑하는 게 이종명 목사의 목회 철학이라고 합니다. "교회는 사람을 돌봐야 해요. 그게 성소수자든, 이주 노동자든, 비신자든, 장애인이든, 노인이든 상관없이 누구든지 배려하고 돌봐야죠." 이종명 목사의 마지막 프로젝트,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차별금지법 찬성 철회 안 하면 강력 조치" 반동성애 진영 협박에 '팩트'로 대응한 목사

 by 이용필


제이어스 수제 버거 가게 'ZION'
"COME AS YOU ARE"

'제이어스'(J-US)라고 아시나요? '시편 139편''Love Never Fails''Born Again' 등 주옥같은 CCM을 발매하고 예배 사역을 활발히 해 온 미니스트리인데요. 이번에 수제 버거와 커피를 파는 캐주얼 다이닝 'ZION'(자이온)을 오픈했답니다. BAM(Business As Mission) 일환으로 문화 영역에서 새로운 방식의 선교 모델을 시도한 건데요. 제가 좋아하는 예배팀이 버거 가게라니, 이 신박한 소식을 듣고 그냥 있을 수 없었어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 한달음에 찾아갔습니다.

젊은 층을 노린 공간이어서 그런지 인테리어가 아주 멋들어지더라고요. 이러나저러나 음식점이니 맛이 좋아야겠죠? 직접 먹어 보니 버거와 커피 맛이 아주 뛰어났습니다(★ 다섯 개!) ZION에서 제이어스미니스트리 김준영 대표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김 대표는 이 공간이 일상 속 선교 거점이자 지역사회 내 환대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입구에 내걸린 'COME AS YOU ARE'(당신 모습 그대로 오십시오)라는 문구가 상징적이었어요. 제이어스 찬양 중 '내 모습 이대로'(Just As I Am)가 대번에 떠올랐어요. "내 모습 이대로 사랑하시네. 연약함 그대로 사랑하시네." 나를 사랑하신 예수님처럼 이웃을 환대하고 사랑하겠다는 ZION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배 사역팀의 수제 버거 가게 오픈기

by 여운송

이건 왜 그래?
평소 궁금했는데 물어볼 데가 없어요
"한국에 있는 선교 단체의 역사나 지향점도 다뤄 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CCC, IVF, YWAM, JOY 등 유명 선교 단체가 있는데, 사실 민감한 점이 꽤 있겠지만 선교 단체 순기능과 역기능, 최근 이슈 등에 대해 다루는 게 처치독의 역할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chu***@naver.com)

저도 학교 다닐 때 선교 단체가 많아서 헷갈렸던 적이 있어요. 각 단체가 어떤 곳이고,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고, 다들 왜 그렇게 영어를 좋아하는지…. 가장 신기했던 건 거의 모든 선교 단체가 갖고 있던 독특한 문화였는데요. 바로 '3말 4초'입니다.

요즘 학생들이 들으면 손사래 치며 기겁할 것 같은데요. '3말 4초'는 '대학생 3학년 말, 4학년 초'까지 연애를 금지했던 문화를 말해요(이거 경험했으면 최소 1980년대생). 훈련에 전념하고 갈등을 방지하자는 이유로 교제를 금기시했던 거죠. 몰래 사귀다 걸리면 공동체를 떠나거나 헤어져야 했답니다. (아니 왜?)

이번 주 '이건 왜 그래?' 주제는 학생 선교 단체입니다. 주요 단체 역사와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을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해요.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학생 선교 단체
요점 정리

CCC(Campus Crusade for Christ): 정식 명칭은 한국대학생선교회. 미국에서 CCC 창립자 빌 브라이트 영향을 받은 김준곤 목사가 1958년 전남 광주에서 개척. '오늘의 학원 복음화는 내일의 세계 복음화!'라는 표어를 내세우며, 전도·훈련·파송을 강조. 김준곤 목사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초창기부터 빠르게 성장. 지금까지 선교 단체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알려짐. 고 하용조 목사(온누리교회), 이동원 원로목사(지구촌교회 원로), 홍정길 원로목사(남서울은혜교회), 김인중 원로목사(안산동산교회) 등이 이 단체 출신.

IVF(Inter-Varsity Fellowship): 정식 명칭은 한국기독학생회. 1953년 한국대학생복음연맹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956년 국제 IFES(세계 학생 선교 단체 연합체)에 가입. '지성 사회 복음화'를 표어로 귀납적 성경 공부, 제자 훈련 등을 강조. 2000년대 '캠퍼스와 세상 속의 하나님나라 운동'으로 표어를 변경하고 △복음주의 △학생 자발성 △총체적 복음 등을 주요 가치로 세움. 송인규 소장(한국교회탐구센터), 김형국 목사(나들목교회), 전 감신대 총장 김득중 목사 등이 이 단체 출신.

JOY(Jesus first, Other second, You third): 정식 명칭은 죠이선교회. JOY는 '예수님을 첫째로, 이웃을 둘째로, 나 자신을 마지막으로 둘 때 기쁨이 있다'는 의미(조이 정신). 1958년 죠이 청년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학원 선교 △성경 공부 △평신도 훈련 △해외 선교 △출판 등 다양한 사역을 펼침. 손창남 선교사(OM), 황병구 이사장(<복음과 상황>) 등이 이 단체 출신.

UBF(University Bible Fellowship): 정식 명칭은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 1961년 5·16 군사 정변 등으로 사회적 불안이 확산할 때, 전남 광주를 기점으로 시작. '성서 한국, 세계 선교'라는 기치를 내걸고, 일대일 성경 공부, 국내외 선교 등을 강조. 1970년대 CCC, 네비게이토와 함께 3대 학생 선교 단체로 성장. 그러나 1970년대 후반 리더십 문제로 1차 분열을(※ESF 분립), 2000년대 내부 갈등으로 2차 분열을 겪음(※CMI 분립). 황우여 전 국회의원이 이 단체 출신.

ESF(Evangelical Student Fellowship): 정식 명칭은 기독대학인회. 1976년 UBF에서 분립. 갈등 원인 중 하나였던 자체 주일 예배를 없애고, 수평적 리더십 체계를 구축. '캠퍼스 복음, 성서 한국, 세계 선교'가 주요 가치. 전 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 이승장 목사(예수마을교회), 김회권 교수(숭실대), 김세윤 교수(풀러신학교), 박득훈 목사(성서한국) 등이 이 단체 출신.

SFC(Student For Christ): 정식 명칭은 학생신앙운동. 1947년, 부산 지역 중·고등학생들의 신사참배 회개 운동을 계기로 학생신앙협조회가 조직(이듬해 학생신앙운동으로 변경). 1955년부터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의 지도를 받음. 중·고등학생이 주요 구성원이었지만 1970년대 대학 선교 단체로 확대. 김영삼 전 대통령, 손봉호 교수(고신대),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이 이 단체 출신.

YWAM(Youth With A Mission): 정식 명칭은 예수전도단. 1967년 국제예수전도단 데이비드 로스 선교사가 국내 모임을 개척. 처음에는 해외 선교 단체로 시작했지만 이후 학생 선교 단체로 확대. 2000년대 화요 모임, DTS 등을 중심으로 성장함. 문희곤 목사(높은뜻푸른교회), 고형원 대표(부흥한국) 등이 이 단체 출신.

이외에도 네비게이토, JDM, CMI, CAM 등 여러 학생 선교 단체가 있지만 여기서는 일단 주요 단체만 정리해 봤어요. 그래도 조금 복잡하죠? 이들을 조금 거칠게 분류하면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을 거 같아요.

CCC는 전도와 선교, IVF·JOY·ESF 등은 성경 공부, YWAM은 영성을 강조한다고요. 물론 각 단체가 이것만 강조하는 건 아닙니다. 세 가지 모두 기본적으로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이런 특징이 있다고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20세기 교회 성장 견인한
학생 선교 단체들

학생 선교 단체는 1970년대에 빠르게 성장해요. 전국에 기독교인이 늘어나고, 베이비 부머 세대 유입으로 대학 정원이 증가했거든요. 위 설명처럼 이때 CCC, UBF, 네비게이토선교회(네비게이토)의 규모가 가장 컸어요. 그런데 교회와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았대요. 이들은 매 일요일 오후 자체적으로 모였거든요. 대다수 교회는 청년부 예배를 일요일 오후에 하잖아요. 청년들이 예배에 빠지고 자꾸 외부 모임에 간다고 하니까, 교회에서 안 좋게 봤던 거죠. "이단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어요.

CCC는 예외였어요. 김준곤 목사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는 한국교회사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고 하죠. 미국 기독교 모델을 본떠 국가조찬기도회를 만들고요(1966년). 빌리 그레이엄, 빌 브라이트를 초청해 대규모 부흥 집회를 개최하죠(1974년 EXPLO74). 이때 약 30만 명이 모였다고 해요. 지난 뉴스레터를 읽은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당시 주요 교단들은 사분오열로 갈라져 있었어요. 김준곤 목사는 그런 교계를 '민족 복음화' '성시화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결집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그러나 사위 박성민 목사가 후임이 되어 세습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규모가 많이 줄었지만 네비게이토 역시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이 커요. 국내 네비게이토는 1966년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1933년 미국 해군에서 만들어졌어요. 네비게이토 강점은 제자 훈련이라고 해요. 지금은 한국교회에 보편화된 제자 훈련의 원조인 거죠.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님이 성도교회 전도사 시절, 네비게이토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이후 사랑의교회를 개척해 제자 훈련을 도입해 큰 결실을 이루고, 이 모습을 본 한국교회 전체가 제자 훈련을 도입하게 된 거죠.

IVF, JOY, ESF, YWAM 등은 교회와 가까웠어요. 문제가 됐던 일요일 자체 모임도 없었고요. 오히려 청년들을 훈련시켜 파송하는 식이었죠. 지역 교회 목사님들도 학생들이 선교 단체에서 교육받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며, 권할 정도였죠(제가 그랬습니다….). 선교 단체는 성경 공부, 양육 프로그램을 지역 교회에 보급했고, 특히 YWAM 같은 경우는 찬양 집회와 단기 선교 붐을 일으켰어요. 학생 선교 단체의 이러한 활동은 1990~2000년대 교회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학생 선교 단체의 전성기이기도 했고요.

지금은 학생 선교 단체가 전체적으로 위축된 상태라고 해요.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찾아와, 대면 활동을 거의 못 하고 신입생도 많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청년 실업이 매년 심각해져 이전처럼 학생들에게 많은 활동을 요구하기도 어렵고요. 학생 선교 단체들이 앞으로 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지 계속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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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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