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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멘토] 반갑지만은 않은 은행 비상금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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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멘토] 반갑지만은 않은 은행 비상금대출
  • 이봉무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16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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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심사 문턱을 낮추어 일정한 한도 내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조
당장 쓸 돈이 부족해서 이용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대출금액은 적지만 연체율은 높아

[소비라이프/이봉무 칼럼니스트] 비상금대출은 2020년 시중은행에서 일어나는 또 하나의 변화이다. 시중은행에서 비상금대출이라는 상품을 취급한 것은 최근에 일어난 일인데, 200만 원 ~ 300만 원 정도의 한도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신용대출이다. 일정한 한도 내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마이너스통장의 구조와 유사한 형태이다.

비상금대출은 시중은행에서 기존에 취급하던 신용대출보다 심사절차는 간편하지만 대출금리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비상금대출의 대출규모는 아직 신용대출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액 비상금대출을 처음 취급한 시중은행은 카카오뱅크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상 모바일로 대출신청과 실행이 이루어지는 구조이어서 대출문턱을 대폭 낮추어 심사과정에서 대출신청자의 소득이나 직업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였다. 다만 카카오뱅크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을 분석한 2020년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고객이 신용등급 1등급 ~ 4등급이었다. 이는 다른 시중은행의 대출심사 과정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카오뱅크의 소액 비상금대출이 고객의 반응을 일으키자 다른 시중은행도 속속 비상금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하나은행 하나원큐 비상금대출, 우리은행 우리 비상금대출, 신한은행 올원 비상금대출 등이 출시되었으며 SC제일은행은 비상금대출 한도가 50만 원인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비상금대출을 거래하는 고객은 대부분 고정적인 소득이 없거나 규모가 작은 학생 또는 사회초년생이다. 시중은행에서 직장이나 거래실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용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다. 지금 당장 쓸 돈이 부족해서 비상금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각각의 대출금액은 적지만 연체율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적인 소득이 없거나 소득의 규모가 작은 고객에게 대출했기 때문에 연체율이 높다는 것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다. 

연체의 유형 중에서는 대출한도까지 비상금대출을 이용하고도 대출이자를 연체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거래 초기에는 추상적인 비우량고객이었지만 실제로 대출거래를 한 이후에는 확실한 비우량고객이었던 것이다. 

고정적인 소득이 없거나 소득 규모가 작은 고객도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사정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이런 고객들은 대부분 소액대출을 받아서 바로 써버리게 된다. 생활비나 학자금 등 꼭 필요한 돈이 모자라는 진짜 비상시에 이용하는 것이 비상금대출의 원래 취지이다. 그러나 실무상 소액 비상금대출은 대출받은 목적을 묻지 않으며,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과 함께 빚내서 투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시중은행은 큰돈을 빌려가고 확실하게 이자를 납부하는 고객이 우량고객이다. 은행에 더 많은 수익을 주는 고객이 우량고객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액 비상금대출을 시중은행이 취급하기 시작한 것은 중요한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은행권에서는 ‘고객의 자금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에서도 대출상품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있다’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액대출상품이 다양해지고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종류가 많아지고 있다기보다는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프랜차이즈 빵집을 늘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프랜차이즈 빵을 파는 가게에서 빵부스러기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빵부스러기가 필요하면 살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빵을 사는 것보다 훨씬 비싸게 사야만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새로운 변화는 고객을 위한 것이 아니고 빵가게 주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생활경제멘토 복숭아나무 이봉무
생활경제멘토 복숭아나무 이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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