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광훈 목사가 2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교회 명도집행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천지일보 2020.6.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광훈 목사가 2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교회 명도집행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천지일보 2020.6.24

불붙은 전광훈 목사 이단논란

각 교단 총회에 헌의안 줄줄이

“교회를 정치집단으로 전락”

개신교 단체, 이단 지정 촉구

전 목사 “공개토론하자” 제안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의 9월 정기총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이단성을 각 교단에서 명확히 선언해줄 것에 대한 교계 내부의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각 교단에서 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할지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교계에 따르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통합을 비롯한 예장 고신 등 다수의 주요 교단에서는 9월 중순에서 10월 사이 열릴 정기총회에서 전 목사의 이단성 여부를 다룬다.

특히 일부 교단 이단대책위원회에서는 전 목사의 이단성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예장고신 이단대책위 경우, 전 목사에 대해 ‘이단 옹호자’라고 이미 결론을 내고 보고서 작성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오는 15일부터 진행되는 예장고신 총회에 보고되는데 만약 총회에서 총대들이 이 보고서를 다수결로 받아들이면 전 목사는 ‘이단 옹호자’로 규정된다.

보수 성향의 예장합동에도 전 목사를 이단으로 봐야 한다는 보고서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 방인성 목사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이번 합동총회에서 전 목사에 대한 이단 판명 또는 퇴출이 분명하게 내릴지는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 예장합신 총회에도 전 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각각 ‘이단’ ‘이단 옹호 단체’로 규정해 달라는 헌의안이 올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려는 개신교 내 움직임은 사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예장고신과 예장통합·예장백석을 비롯해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와 기독교대한성결교(기성) 등 8개 교단이 참여하는 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는 지난해 8월 참여 교단들에게 전 목사를 ‘이단 옹호자’로 규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이후 지난 2월엔 ‘한국 교회에 드리는 글’을 통해 “전 목사로부터 신앙적으로 나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면서 전 목사의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 등 발언과 그 동기가 “반성경적·비신앙적·비신학적”이라고 지적했다.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다시 구치소에 수감 되기 전 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다시 구치소에 수감 되기 전 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려는 교계 움직임은 올해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가 확산함과 동시에 전 목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빨라지기 시작했다.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를 향한 사회적 비판이 개신교 전체로 확대되자 차별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는 “거룩한 복음을 이념에 종속시키고 교회를 정치집단으로 전락시킨 전 목사에 대해 총회에서 합당한 조치를 내려달라”고 촉구했고, 개신교 시민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역시 “주요교단과 연합기관들은 반사회적 행동으로 한국 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는 사랑제일교회와 전 목사에 대해 보다 명확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이단성을 명확히 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순결성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단 규정이 전 목사의 실질적 활동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오히려 전 목사를 ‘피해자’로 상징화시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 지지자들을 결집 시킬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또 전 목사가 예장 대신 복원 교단을 직접 설립해 소속된 만큼 개인이 만든 교단의 활동을 제어할 수단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까닭에 교단 내부에선 올해 총회에서 전 목사의 이단 규정을 쉽게 판단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목사는 자신을 향한 이단 규정 움직임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6일 설교를 통해 “혐의가 있으면 와서 교리와 성경에 의해 공개토론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나는 작년 이승만광장(광화문광장)에서 선포한 서울고백서를 통해 이단 구분 방법을 설명한 사람인데 어떻게 이단이 될 수 있는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 목사가 속한 대신 교단 측은 10일 예장합동과 통합, 고신 등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에 전 목사에 대한 건을 본 교단에서 조사할 수 있도록 이첩해달라고 공식 요청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대신 총회는 “전 목사의 신학 사상을 조사 중이라는 일부 교단들이 당사자에게 질의 혹은 소명 기회를 준 사실이 없었다”며 이로 인해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그가 속한 대신 총회가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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