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다수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1동 소재 큰권능교회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출처:뉴시스)
지난달 31일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다수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1동 소재 큰권능교회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출처:뉴시스)

정부의 비대면 예배 지침에

일부 교회 반발해 예배 강행

개신교 향한 비난 여론 커져

시민들 “이웃사랑 종교인 맞냐”

목사조차 “형식 버려라” 비판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윤옥 인턴기자]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라고 하는 것은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본다.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김태영 목사)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 초법적 정부가 공산사회에서 하는 일을 한다. 정부는 국민과 교회를 이간해선 안된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임영문 목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회들이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엿볼 수 있는 목사들의 말이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에서 중형교회를 시무하는 최모 목사는 지난달 31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비대면 예배 조치가 “교회 탄압”이라고 분개하며 “목회자들이 (정부에 맞서) 들고 일어서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2차 재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받고 비난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일부 목회자와 교회는 대면 예배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포기를 권하는 이들에게 “예배는 목숨과 같은 가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오히려 정부와 국민이 ‘기독교의 특수성’을 몰라서 그런 것이라 항변하고 있다.

이런 이들에 대해 교계에서조차 비판이 나온다. 일부 목사들은 대면 예배를 고수하는 목사들을 향해 “형식적인 예배 말고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먼저 생각하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교회를 매개로 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늘고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달 30일 주일부터 수도권 지역을 포함한 전국 교회에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교계에선 거센 반발이 일었다. 특히 부기총은 부산시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도리어 대면 예배를 강행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부기총은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부산지역 16개 구군 기독교연합회와 소속 1800여 지역교회에 공문을 보냈고 부산시를 상대로 행정명령 집행정지 소송까지 제기하겠다고도 밝혔다.

또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는 지난달 24일 개신교 매체 크리스천 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비대면 예배라는 말이 어디있냐”면서 “비대면은 1:1로 한번도 만나지 않아야만 비대면이다. 감옥에 갇히기 전까지 비대면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정부의 비대면 예배 조치에도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가 나타났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2824개 교회를 점검한 결과 34곳이 현장 예배를 진행하다 적발됐다. 같은 날 부산시가 지역 교회 1765곳을 점검한 결과 42곳이 대면 예배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광역시에서도 지역 교회 1492곳 중 12곳이 대면 예배를 진행하다가 적발됐다. 인천에선 교회 4074곳 중 23곳이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이런 교회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차갑기만 하다. 경기 양주시에 거주중인 전모(40, 여)씨는 “타인의 생명에 위협을 주면서까지 왜 모이는 것이냐”며 “꼭 사람들이 모여야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랑제일교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식당에 영업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8.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랑제일교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식당에 영업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8.20

경기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이모(43,여)씨는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해야 하는 종교인들이 진정 맞느냐”고 비판했다.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예배 모임이 칼이 돼 남들의 목숨을 위태하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일각에선 온라인 예배는 예배로 취급할 수 없단 취지의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예배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로드FC 권아솔 선수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온라인 예배가 진정한 예배인가”라고 반문하며 “예수님을 믿는 것이 금기시 되고 사형에 처했던 당시 상황보다 덜하면 덜했지 더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뭐가 무서워서 예배를 드리지 않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믿는 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예배이고 전도”라고 강조했다. 

대면 예배만 예배고, 온라인 예배는 예배가 아니란 식의 시각에 대해 사실 대면 예배에 대한 성경적 근거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기윤실)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대면 예배만 예배란 주장은 성경적 근거도 없다”며 “일각에서는 헌금 때문에 대면 예배를 고집한다고 비아냥거리는데 한국 교회가 받을 수 있는 최대의 모독이다. 부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6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교회가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교회가 더 조심하겠습니다' 등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고 정부 시책에 따른 비대면 예배를 알리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23일 집합제한 행정명령에도 대면 예배를 강행한 지역의 교회 279곳 중 10인 이상 교회 106곳에 대해 26일 0시부터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출처: 뉴시스)
26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교회가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교회가 더 조심하겠습니다' 등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고 정부 시책에 따른 비대면 예배를 알리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23일 집합제한 행정명령에도 대면 예배를 강행한 지역의 교회 279곳 중 10인 이상 교회 106곳에 대해 26일 0시부터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출처: 뉴시스)

이런 상황 속에서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목사들에 대해 목사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방역당국의 조치에 교회가 다같이 협조할 때라면서 목사들부터가 일탈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김모 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생명을 살리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교회가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며 “예배로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전혀 성서적이지도 않고 하나님이 원하는 것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예배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비대면을 통해서도 우주 만물에 계신 하나님을 충분히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사회에 빛이 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조롱거리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들은 하나님을 욕 먹이는 일”이라며 “지금은 방역대책에 적극적으로 돕고 협력할 때”라고 덧붙였다.

또 황모 목사는 “국민 생명을 더 귀히 여겨야 한다”면서 “신앙의 양심이나 종교의 자유는 조건에 맞게 현명하게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1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의 한 교회 유리문에 '비대면 예배로 드립니다'란 문구가 적혀있다.ⓒ천지일보 2020.9.1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1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의 한 교회 유리문에 '비대면 예배로 드립니다'란 문구가 적혀있다.ⓒ천지일보 2020.9.1

한쪽에서는 코로나 사태를 통한 교회 신앙의 본질 회복이 요구되고 있다. 신학 교수 등은 교회를 병들게 하는 모습들을 회개하고 성찰해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교회로 변화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양권석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31일 NCCK 주최로 열린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교회의 예배가 하나님과 이웃을 위한 섬김이 아니라 이웃의 생명을 훼손하는 상황”이라면서 “우리가 정상적인 교회라고 생각하고 아무 반성없이 실천해 왔던 교회와 예배와 삶이 결국은 위기를 불러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찬양을 잠시 멈추고 교회의 정상적인 삶을 잠시 멈춰야 할 때”라며 “찬양이라는 이름으로 덮어 온 우리의 문제를 깊이에서 성찰하고 회개할 시간”이라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교회 안의 삶은 문제가 없었는가, 성직자와 교역자와 신도들은 하나님의 뜻을 옳게 판단했나 등을 돌아봐야 할 때”라며 “앞으로 맞이할 비대면 시대의 새 교회는 지금까지의 교회와 예배를 넘어서는 교회와 예배의 새로운 실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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