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코로나 음모론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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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8 07:24  |  수정 2020-08-28 07:57  |  발행일 2020-08-28 제22면

요사이 극우세력 사이에 보편적으로 퍼져 있는 '믿음' 하나가 있다. 정부가 확진자 수를 늘리기 위해 일부러 코로나19 검사를 더 많이 해 극우세력을 압박한다는 내용이다. 이 믿음의 중심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보수 교회가 있다. 전 목사는 '8·15집회에 못 나오게 하려고 정부가 사랑제일교회에 중국 우한 바이러스 테러를 했다'는 등 상식 밖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이에 언론이 맞장구쳤다. 한 보수 언론인은 "코로나 검사를 위해 8·15 집회 참석자의 전화번호를 수집하는 등 문재인정부가 '코로나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보수 성향의 3개 일간지에는 '사랑제일교회 및 전광훈 목사 대국민 입장문'이라는 전면광고가 나란히 실렸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핑계를 대고 집회 참석자를 다 잡아넣으려 한다고 선동했다. 종교·언론·정치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모양새다.

전광훈발 '코로나 음모론'은 지극히 '정치지향적'이다. 겉으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종교가 핍박받고 있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지만, 실은 성향이 정반대인 현 정부에 타격을 주거나 붕괴를 이끌어내고 종국에는 스스로 정치권력화하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 많은 국민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건 적잖은 목사가 이 같은 음모론에 동조하고 있고, 적잖은 교인이 맹신한다는 점이다.

교회가 대면예배를 고수하고, 목사가 집회 참석자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교인이 동선을 숨기며 코로나 검사를 노골적으로 기피하는 사이 2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일일 확진자 수는 400명대로 폭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방역은 종교탄압'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등 선동 같은 설교가 결국 국민생활과 국민경제를 옥죄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교회 내부에서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인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목사)은 한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전광훈씨는 종교 장사꾼이다. 비(非)성경적이고 기독교 가르침과 멀리 떨어진 사람"이라면서 전 목사를 뒤에서 뒷받침하는 한국 보수 교회의 잘못도 함께 지적했다.

급기야 대통령은 '적반하장'이란 네 글자로 음모설을 작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교회 지도자 16인과의 간담회에서 "(방역 방해 행위와 음모설 제기에 대해) 적반하장이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 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과 이웃이 위태로워져도 대면예배를 고수하고, 종교의 자유를 외치라고 그 신이 가르쳤던가.

변종현 인터넷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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