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발(發) 집단감염 전국 확산
행정명령에도 일부 교회 현장예배 강행

전광훈 목사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전광훈 목사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발(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전국에서 확진환자가 나타나고 있다.

26일 오전 0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환자는 933명이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환자는 서울 539명, 인천 41명, 경기 294명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나 부산 4명, 대구 5명, 대전 3명, 강원 9명, 충북 1명, 충남 18명, 전북 8명, 경북 10명, 경남 1명 등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다.

사랑제일교회와 다른 교회 예배에 중복 출석한 신자들을 통한 확산 또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는 서울 안디옥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23곳을 사랑제일교회에서 파생된 감염집단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교회를 통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방역당국은 수도권 모든 개신교회에 대해 현장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일부 교회들은 정부의 비대면 예배 명령에 반발하며 현장예배를 강행해 개신교회는 시민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이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이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바이러스 테러’ 황당 주장도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지난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 목사는 지난 12일 사랑제일교회 신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자가격리 대상이었음에도 이를 위반하고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연설을 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방역당국의 동선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2~14일 자택에 머물렀다는 전 목사의 주장은 그가 출연한 보수 유튜브 방송 등이 확인되면서 거짓으로 밝혀졌다.

또 사랑제일교회는 방역당국의 교인명단 제출 요구에도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 방역을 방해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신도 900여명의 명단을 제출했으나 이 가운데 550명은 주소가 불분명하거나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사랑제일교회 신도가 2000~3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목사는 사랑제일교회에 ‘바이러스 테러’가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복절 집회에 참석해 “저를 이 자리에 못 나오게 하려고 (사랑제일교회에) 코로나19 테러를 했다”며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외부로 돌렸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불순분자가 교회에 잠입해 감염시켰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사랑제일교회 측이 자신들의 책임을 부인하며 방역당국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자 경찰은 지난 21일 압수수색을 통해 전 목사의 휴대전화와 메신저 앱 대화기록, 교회 컴퓨터 등을 압수해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교인 명단과 광복절 집회 참가자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의 한 교회를 방문해 집합제한 행정명령에 따른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 = 강남구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의 한 교회를 방문해 집합제한 행정명령에 따른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 = 강남구>

‘비대면 예배’ 행정명령 반발

현장예배를 금지한 행정명령에 불복하고 현장예배를 강행한 교회들도 적지 않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대국민담화에서 수도권 교회에 대해 모임을 금지하고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정 총리는 “수도권의 상황이 엄중하다”며 “넓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교계의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호소했으나 일부 교회는 행정명령에 반발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명의의 긴급 공지사항 문자메시지를 통해 “현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지역 교회의 예배 금지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생명과 같은 예배를 멈춰선 안 된다.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한교연이 함께 지겠다”고 밝혔다.

비대면 예배 행정명령 이후 첫 일요일인 지난 23일 방역당국은 서울시내 총 6980개 교회 중 3894개 교회에 대해 행정명령 이행여부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현장예배를 진행한 교회는 231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인을 초과해 현장예배를 진행한 교회는 17곳이었으며, 잘못된 정보 전달, 착오 등으로 소규모 현장예배를 진행한 교회는 214곳이었다.

경기도내 1만94개 교회 중 대부분은 현장예배를 실시하지 않거나 비대면 예배로 전환했으나 420개 교회는 현장예배를 강행했다. 이 가운데 4개 교회는 참석자 명부 작성,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서도 4074개 교회 중 378개 교회가 현장예배를 진행했다.

수도권 외 지자체에서도 지역 내 교회에 대해 비대면 예배 의무화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일부 교회에서는 이를 무시한 채 현장예배가 강행되기도 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23일 부산 지역 전체 1765개 교회 중 279개 교회가 행정명령을 위반한 채 현장예배를 강행했다. 충남에서는 3113개 교회 중 751개 교회가 현장예배를 진행하다 적발됐다.

부산 부산진구의 한 교회가 26일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고 비대면 예배 진행을 알리고 있다. ⓒ뉴시스
부산 부산진구의 한 교회가 26일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고 비대면 예배 진행을 알리고 있다. ⓒ뉴시스

교계 내 자정 목소리

현장예배를 강행한 교회는 전체 교회 수에 비해 적은 비중이지만, 교회에서는 다수가 모이는 만큼 확진환자가 발생하면 집단감염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현장예배를 강행한 교회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온 나라가 위기를 맞이했다”며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줘야 하는 교회가 오히려 사회에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20대 이모씨도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사랑제일교회와 현장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은 신앙을 무기로 이웃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며 “방역당국이 이들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교계 내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의 중심에 교회가 있음을 참담한 심정으로 인정하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깊은 사죄의 뜻을 밝힌다”고 밝혔다.

NCCK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방역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집단적인 자기중심성을 드러낸 바가 있다”며 “이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무지와 자만, 욕망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 목사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궤변을 늘어놓으며 극단적 정치 행동을 이어가는 전광훈씨의 행동은 법의 의해 판단 받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 방인성 목사는 지난 23일 CBS라디오 ‘주말엔 C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예배를 강행하고자 하는 목회자는 신앙 우월주의, 교회 패권주의에 사로잡힌 것 같다”며 “지역사회와 함께 코로나19를 이겨나가기 위해 솔선수범해야 될 교회가 정부의 조치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이 시기에 예배를 강행한다는 것은 몰상식한 행동이고 있을 수 없는 비신앙적 모습”이라며 “다시 한 번 신학적, 신앙적 점검을 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이 사회가 썩지 않도록 하고 밝게 비춰야 할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목회자와 신도들이 신앙을 내세워 보이고 있는 행태에 오히려 사회가 교회를 염려하고 있다.

자신들의 믿음을 이유로 사회를 위험에 빠트리는 교회의 모습은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교회 내부의 자정노력과 함께 방역당국의 엄정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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