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 생명에 위험 행위,
    기독교 원칙 어긋나는 일”
    주류 기독교 침묵·방관이 사태 악화···손봉호 "뼈 아프게 받아들여야"
        2020년 08월 21일 12: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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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제일교회 신도와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이 코로나19 검진을 거부하고 한국교회연합에서 대면 예배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부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사실상 방역을 방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기독교계 원로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이웃의 생명에 위험을 가하는 것은 기독교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손봉호 석좌교수는 21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사랑제일교회 제외하고 몇몇 교회가 감염 진원지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교회가 마땅히 지켜야 할 방역원칙을 수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런 것에 대해서 교회가 항의할 권리가 전혀 없고 더군다나 사랑제일교회 때문에 한국교회가 정부에 항의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이같이 말했다.

    손 교수는 “교회가 충분히 이웃의 생명의 중요성을 고려해 생각하지 않은 잘못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교회 감염사태 일어날 때마다 부끄러워서 땅으로 기어들어가고 싶다”며 “대부분 교회는 조심하고 있지만 개중에는 신경이 무딘 지도자가 마스크도 안 끼고 고성으로 찬송을 부르고 음식을 먹으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데 결과적으로 기독교의 책임”이라며, ‘전염확산 통로’가 돼버린 기독교계를 거듭 비판했다.

    한국교회연합이 ‘생명과 같은 예배를 멈춰선 안 된다’며 방역당국의 대면 예배 금지 명령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그 소식을 듣고 굉장히 화가 났다”면서도 “기독교 주류의 지도자들이 그렇게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혀 상식에도 맞지 않고 기독교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온라인으로 예배 드려도 얼마든지 좋은 예배가 될 수 있고 중요한 건 우리의 정성이지 형식이 아니다”고 지적했가.

    전날인 19일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7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 측은 “확진자 폭증은 가짜뉴스”라며 정부가 광화문 집회 참석자와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에게 무한대로 코로나19 검사와 격리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목사의 이 같은 주장에 따라 신도들은 방역당국에 심각한 불신을 드러내며 검진을 거부하고 의료진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등 몰상식한 행위를 일삼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손 교수는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참 난처하다. 사랑제일교회가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된 것에 대해 기독교가 미안하고 죄송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종교적인 활동의 결과가 아니라 극보수 정치활동의 결과라고 봐야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의미에서 코로나19는 전광훈 씨에게 치명적이다. 이번 사건으로 전광훈 씨의 활동은 상당히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광훈 목사가 자신의 정치활동을 위해 교회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앞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는 전 목사와 손을 잡고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고, 이를 계기로 전 목사는 극우진영의 유명인사가 됐다. 미래통합당이 이번 광화문 집회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전 목사가 자신의 정치활동에 종교를 이용하는 행위를 하는지 지난 과정에서 기독교계 인사들 대부분이 침묵해왔다는 점이다.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현 상황을 극소수 기독교인의 문제적 행동의 결과만으로 선을 그어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 목사가 종교 활동을 빙자해 정치활동을 벌이는 행위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지 않은 전체 기독교계의 책임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손 교수는 “아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저는 초기에 (전 목사를) 비판을 한 사람 가운데 하나인데, 그럼에도 그동안 기독교 주류가 침묵을 지키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상대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이 분이 막말을 너무 많이 하니까 어떤 면에선 상대하기에 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시하자’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독교계 상당히 중요한 지도자들은 정치적 이념에 말려 들어가길 싫어한다. 이 분이 워낙 우파적인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분을 비판하면 좌파라는 인상을 줬다. 괜히 의도치 않게 ‘좌파라는 욕을 먹기가 싫다’, 이런 게 작용했다”며 “저도 그분 한 번 비판했다가 1년 내내 용공좌파가 몰리고 있다. 다른 점잖은 목사님이나 존경 받는 지도자들이 저처럼 그렇게 욕먹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도들을 동원해 극우정치와 연대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공동체까지 파괴하는 행위를 벌이는 것에 대해 기독교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전체 기독교계 차원의 대책을 묻는 질문에 손 교수는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저는 그만한 지도자 위치에 있지 않고 나이도 많아서 나서기 어렵다”며 “그동안 한국교회의 여러 약점들이 다 폭로된 것 같아서 이번 기회가 한국교회가 개혁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개혁이 일어나서 교회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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