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태양광 사업부 매각 검토
입력 2020.07.06 07:00|수정 2020.07.07 10:14
    김앤장 등 매각주관사 및 자문사 선정후
    매출 2조원대 추산, 사업부 실적은 외부 비공개
    선진국 지역 자리잡았지만, 中 경쟁사 저가 공세에 주춤
    북미 시장 2위 점유율 등은 매력 요소로
    • LG전자가 태양광 사업부 매각을 검토 및 추진 중이다. LG전자에서는 그동안 해당 사업부를 대대적으로 육성할지, 아니면 사업을 철수할지를 두고 장기간 고심해 왔다.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선택과 집중'에 맞춰 매각에 좀 더 중점을 두고 검토되는 분위기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매각가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성사여부'가 더 중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인은 여러가지다. 일단 중국업체를 중심으로 치킨게임이 한창인 태양광 시장을 둔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LG전자의 태양광 사업부는 한화그룹을 포함한 이 부문 주력업체들과 기술표준이 다르다는 점도 거론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태양광 사업 매각을 결정하고 최근 주관사 및 자문사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매각과 관련된 자문을 담당하게 된다. 외국계 전략적투자자(SI) 및 PEF를 중심으로 초기 단계 원매자 물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부터 LG전자는 국내 및 해외 IB를 중심으로 주관사 선정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외국계 IB들은 매각이 쉽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불참했다.

      그룹 내에선 '공개 매각' 대신 잠재 인수 후보를 추려 접근하는 '제한적 경쟁입찰' 형태로 매각 진행을 저울질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선진국 시장 내 태양광 업황이 점차 개선세를 보인 만큼, 브랜드 및 기술력에 관심을 가질만한 동종업계 내 업체들을 중심으로 원매자 물색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LG전자의 태양광사업은 BS(Business Solutions) 사업본부에 포함돼 별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BS사업본부는 지난 2019년 매출액 6조964억원, 영업이익 485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이 중 약 20% 가량을 태양광 부문의 매출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매출은1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사업부의 영업이익율은 업황에 따라 한자릿수 중 후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연간 영업이익은 600억원에서 1000억원 수준이다.

      LG그룹은 폴리실리콘(LG화학)-잉곳 및 웨이퍼(LG실트론)-셀·모듈(LG전자)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전략으로 태양광 산업에 진입했다. 이후 폴리실리콘 단가가 추락하며 LG화학이 추가 투자 계획을 접었다. LG실트론도 사업에서 철수했고 회사 자체가 2017년 SK그룹 소속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과정에서 LG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LG전자 중심으로 재편됐다. 2016년엔 LG전자 차원에서 3년간 총 52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대대적으로 밝히며 육성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회사는 고효율 셀(N-type) 생산에 집중해 중국 경쟁사 및 한화그룹의 생산방식(P-type)과 차별화 전략을 폈다. 셀의 효율이 높을수록 설치 면적이 줄어들어, 가정용 태양광 제품에 특화할 수 있다. 기존 LG전자 브랜드를 바탕으로 가정용 태양광 모듈·상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북미와 일본시장을 중심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사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주택용 태양광 시장에선 LG전자가 지난해 13.3% 점유율로 한화큐셀(25.2%)에 이어 2위, 상업용 태양광 시장에선 점유율 10.3%로 3위에 올랐다.

      다만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온다.

      우선 LG전자 태양광 사업부의 경우, 기술 표준에서 타사 대비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P-type을 기반으로 한 경쟁사들이 고효율 제품 개발에 성공해 기술 격차를 좁히면서 입지가 점차 좁혀졌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지난 2017년부터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 사업의 지속 여부를 두고 논의했지만, 매각도 육성도 아닌 '현상 유지'로 가닥짓고 명맥을 이어왔다. LG전자와 유사한 N타입을 사용하는 일본 파나소닉도 최근 테슬라와 설립한 태양전지 합작법인 청산을 결정하는 등 사업에서 점차 발을 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가정·산업용 태양광에 대해 태양광 투자세액공제(ITC)를 실시하면서 고소득자 중심의 태양광 발전소 설치 수요도 늘다보니 브랜드를 갖춘 LG전자 제품이 선호가 이어질 것이라는 장점은 있다"라며 "이로 인해 북미 등 선진국 시장 공략이 필요한 업체 혹은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한 중국 등 경쟁사들 입장에선 검토해볼 수 있겠지만, 매각 이후 LG브랜드 효과가 사라지는 점은 고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선 거래 종결 여부에 따라 지난해 신설된 CSO(Chief Strategy Office)부문의 첫 성과로도 거론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CSO본부를 설립하고 조주완 부사장을 해당부문 부문장으로 임명했다. 그간 M&A 등 투자업계와 호흡을 맞춘 키맨(Key-man) 부재를 호소하던 IB업계에서도 해당 본부를 통해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매각가를 극대화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정리에만 성공하더라도 사업부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일 것"이라며 "고질적인 고민거리였던 LG전자 MC사업본부의 구조조정 등을 포함해 여러 후속 거래에 대한 기대감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