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육순종 총회장)가 한국 개신교 교단 중 처음으로 차별금지법 발의 환영 의사를 밝혔다. 기장은 7월 1일 교회와사회위원회(교사위) 최형묵 위원장 명의로 발표한 성명서에서 "모두의 평등한 삶을 위해 차별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기장 교사위는 권리를 박탈당한 죄인을 위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는 어떠한 차별도 용인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복음의 참뜻은 다른 사람을 정죄하는 데 있지 않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용납하고 환대하며 사랑을 이루는 데 있다"고도 했다.

'성적 지향'이 다른 사람을 좀 더 열린 자세로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교사위는 성명서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잃은 양을 찾아 나선 것은 한 영혼의 소중함 때문이다. (중략) 그리스도인은 먼저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성소수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 소수자들을 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21대 국회에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모두의 평등한 삶을 위하여 차별은 금지되어야 합니다.

"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영광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으니,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마십시오(야고보서 2:1)."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지으시고 사람에게 고귀한 당신의 형상을 부여해 주셔서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아름다운 삶을 누리게 하셨습니다. 그 아름다운 삶이 파괴되어 당신의 백성이 억압받고 차별받을 때 하나님께서는 친히 구원의 손길을 펼치시어 해방의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그 구원의 손길에 대한 신실한 믿음으로 예언자들은 과부와 고아 이방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하나님의 정의를 이룰 것을 선포하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권리를 박탈당한 죄인들을 위하여 세상에 오셨고, 그들을 하나님 나라의 주인공으로 선포하셨을 뿐 아니라 더불어 하나가 되셨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어떤 차별도 용인될 수 없다는 사도들의 일관된 가르침은 바로 그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에 근거합니다. 복음의 참 뜻은 다른 사람을 정죄하는 데 있지 않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용납하고 환대하며 사랑을 이루는 데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각기 존엄한 존재로서 그 어떤 조건에 의해서든 차별을 받지 않고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 세계의 모든 사람이 따르는 보편적 인권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인권이 참혹하게 유린당한 대전쟁의 참화를 겪은 인류는 국제연합(UN)의 '세계인권선언'을 통해 보편적 인권을 전 세계인이 따라야 할 가치로 확립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및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을 통해 각 나라가 보편적 인권을 실정법 수준에서 확실히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어린이·여성·난민·소수자 등과 관련한 각종 규약을 통해 인권 보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보편적 인권의 보장, 일체의 차별 금지는 오늘날 성숙한 인류 문명의 요구입니다.

독재 체제하에서 극심한 인권유린을 경험한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 인권의 보장과 일체의 차별 금지는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차원에서 민주주의가 진전되고 여러 분야에서 인권 신장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의 인권 보장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성차별이 온존하고 있고, 노동 사회의 차별은 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K방역으로 코로나19 위기에 모범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 배후에는 차별받는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려져 있습니다. 일상적 삶 가운데서 우리 사회 구성원 절대다수가 여러 형태의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역시 심각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일상적 삶의 평화를 이루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 각종 차별은 철폐되어야 하고 누구에게나 완전한 인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난 6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88.5%가 평등과 차별 금지를 위한 법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간 차별금지법 제정이 여러 차례에 걸쳐 좌절된 것은 유감스럽게도 일부 종교계의 반대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존재를 용인하고 받아들여야 할 복음의 정신이 정죄의 논리로 오도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반대 이유가 '성적 지향'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것이 신앙의 전통 안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입장에서 이에 대해 앞으로 깊은 숙고와 더불어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 사이에서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어떤 성적 지향을 두고 곧바로 정죄하는 태도가 과연 복음의 정신에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잃은 양을 찾아 나선 것은 한 영혼의 소중함 때문이었습니다. 한 영혼의 소중함을 아는 그 마음이 바로 인권 존중의 밑바탕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먼저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성소수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대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배제되어온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차별을 겪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 나아가 어떤 이유로든 차별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삶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가 갖추어지기를 바랍니다.

제21대 국회는 평등 및 차별 금지에 관한 법률을 반드시 제정하기 바랍니다. 우리 사회에서 평등과 차별 금지를 위한 가치 기준을 확립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종식시키고, 모든 사회 구성원의 공평한 삶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누구든 차별로 인해 고통을 겪는 일이 없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헌신할 것입니다.

2020년 7월 1일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교회와사회위원장 최형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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