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소비자단체와 함께하는 ‘물가안정 동참 협약식 및 실천다짐 행사’에서 이재율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소비자단체 대표들이 물가안정 실천 아이디어를 적은 붙임쪽지들 가운데 인상적인 내용을 선별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가격을 ‘착하게’ 하면 망하지 않습니다. 내가 좀 덜 번다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면 의외로 손님이 많이 와요. 그게 최선의 영업인 거죠.”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에서 15년째 삼겹살 전문식당 ‘참삼겹’을 운영하고 있는 진은규(남·60) 씨의 경영철학은 ‘착한 가격’의 지향이다. “일종의 박리다매 전략”이라고 진씨는 설명한다.
현재 진씨 가게의 삼겹살 가격은 1인분에 3900원. 돼지갈비도 같은 가격이다. 시중가보다 두세 배 싸다.
“내가 좀 덜 받고 손님도 덜 내고 그렇게 소비자와 업주가 서로 만족하고 ‘윈윈’하는 가격대가 ‘착한 가격’인 거죠.”
이날 착한가격업소 우수사례 발표자로 나선 진은규 씨. 진씨는 안양시 안양1동에서 15년째 삼겹살 전문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진씨의 경영철학은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착한가격업소’ 지정 사업의 취지와 맥을 같이 한다.
착한가격업소는 원자재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지역 평균가보다 싼 가격에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서민부담을 덜어주고 지역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업소를 말한다. 외식업, 세탁업, 미용업, 숙박업, 목욕업 등 개인서비스업종이 지정 대상이다.
경기도에서는 외식업 141개소, 이·미용업 67개소 등 237개 업소가 현재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돼 있다. 진씨의 식당도 그 중 한 곳이다.
착한가격업소 지정 신청은 시군 물가담당 부서에서 접수한다. 민관 공동으로 구성된 현지실사 평가단의 심사와 행안부와 경기도의 협의·조정을 거쳐 최종 지정된다.
지난해 11월 첫 지정에 이어 오는 5월 말 두 번째로 올해 상반기 전국 단위 착한가격업소 지정 결과가 나온다. 이에 앞서 도는 이달 30일 도내 청사 주변 100개소를 착한가격업소로 우선 지정할 예정이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되면 ▶대출금리 감면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 ▶보증료 감면 및 우대 등 금융지원 ▶물가안정 유공자 포상과 모범납세자 선정 시 착한가격업소 우선 고려 ▶착한가격업소 표찰 부착 및 지정증 수여, 홍보 등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특히, 가게 이미지 개선으로 매출증대 효과가 발생하는 게 큰 장점이다. 진씨의 식당도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후 월 매출이 15%가량 늘었다고 한다.
진씨는 “착한가격업소가 되려면 5차 방정식을 고려해야 한다. 가게 위치, 영업장 규모, 직원 수, 영업시간, 업주의 경영철학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착한 가격’이 결정된다”며 “요즘 같은 경기불황 속에서 착한가격업소가 되는 것이야말로 망하지 않는 방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재율 도 경제부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진씨는 25일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도와 도내 4개 소비자단체 간의 ‘물가안정 동참 협약식 및 실천다짐 행사’에서 물가시책 우수사례 발표자로 나서 착한가격업소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날 행사는 물가안정 분위기 확산에 도내 소비자단체의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국주부교실, 대한주부클럽, 한국부인회, YWCA 등 도내 4개 소비자단체 대표와 회원 160여명이 참여했다.
이재율 경제부지사. ⓒ G뉴스플러스 허선량
협약식에서 경기도는 소비자단체와 정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물가안정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소비자단체는 지속적인 물가안정 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착한가격업소를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협약서에는 이재율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전국주부교실 경기도지부 박명자 회장, 대한주부클럽 경기도지부 이금해 회장, 한국부인회 경기도지부 박현옥 회장, YWCA 경기지역협의회 변남순 간사 등 5명이 서명했다.
이재율 부지사는 “물가를 안정시켜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며 “도민이 편하고 행복할 수 있는 시책을 경기도가 많이 만들겠다. 소비자단체 회원 각자가 물가안정과 착한가격업소의 홍보대사가 돼 달라”고 주문했다.
소비자단체 대표들도 물가안정에 동참할 것을 다짐했다. 전국주부교실 경기도지부 박명자 회장은 “이번 협약식을 계기로 물가안정을 위해 경기도에 적극 협력하고 착한가격업소 홍보활동을 지속해서 강화해나가겠다”고 했고, 한국부인회 경기도지부 박현옥 회장도 “여성들의 작은 노력이 모여 큰 결실과 보람을 얻을 것이다. 시군별 지회를 활용해 착한가격업소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대한주부클럽 경기도지부 이금애 회장은 “주부가 소비자로서 절약만 하면 남편이 조기퇴직하거나 자녀가 취업이 안 되는 등 가정에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현명한 소비를 통해 경제가 잘 돌아가게 해야 한다”며 “어려운 시기에 경기도와 함께 주부들이 일당백 정신으로 물가안정 실천운동을 펼쳐나가자”고 강조했다.
물가안정 동참 협약을 체결한 후 이재율 부지사와 소비자단체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이날 행사에서는 협약식 외에 참석자 전원이 참여하는 다양한 즉석 이벤트도 열렸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착한가격업소에서 점심(저녁) 약속 정하기, 물가안정 노력이나 다짐 등을 붙임쪽지에 적어 게시판에 부착하는 실천 아이디어 페스티벌 등을 통해 10여명에게 1인당 3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증정했다.
또 진은규 씨의 착한가격업소 우수사례 발표와 더불어 안양시 주부모니터요원인 박신희 씨가 물가 현장에서 겪은 생생한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씨는 “10년 넘게 물가모니터요원으로 활동하면서 샴푸 1개를 살 때도 이곳저곳에서 가격을 비교해 제일 싼 곳에서 사고 있다”며 “앞으로는 착한가격업소 발굴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물가안정 노력이나 다짐을 적은 붙임쪽지들이 부착된 게시판. ⓒ G뉴스플러스 허선량
한편, 도는 이날 행사를 계기로 지방 물가안정 대책 추진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도는 현재 시내버스요금, 택시요금, 상하수도료, 쓰레기봉투료 등의 공공요금과 도에서 관리·결정하는 20종의 행정서비스요금을 동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인상시기를 분산한다는 방침이다.
개인서비스요금 안정화를 위해서는 착한가격업소 지정을 현재 237개소에서 올해 1천여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도는 착한가격업소 이용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도와 시군, 소비자단체 직원들이 회의나 간담회, 회식, 점심식사 시 착한가격업소를 이용해 매출을 늘려주는 ‘착한가격업소에서 행복찾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삼겹살, 비빔밥, 자장면, 짬뽕, 냉면, 칼국수, 미용료(컷트), 이용료(컷트) 등 10개 품목에서 가장 가격이 저렴한 착한가격업소 10곳을 뽑는 ‘착한가격 으뜸업소 베스트 10 선정’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