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노동자 90%, '도소매업' 협력업체 소속··· 정부 지원 사각지대 내몰려
면세점 노동자 90%, '도소매업' 협력업체 소속··· 정부 지원 사각지대 내몰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6.09 18:06
  • 수정 2020.06.09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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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면세점노조, "면세점업 특별고용지원업종이지만 혜택 못 받아··· 기업들 고용유지지원금 활용도 안 해"

한 달 2조 원을 넘겼던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이 지난 4월 1조 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면세점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4월 국내 면세점 고용 인원은 2만 7,605명으로 3개월 전(3만 4,968명)과 비교해 21% 줄었다(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면세점 노동자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일터를 떠난 셈이다.  

특히 면세점 하청노동자들의 타격이 더 크다. 면세점 직접고용 노동자는 같은 기간 5%(4,369명→4,144명), 면세점에 직접고용되지 않은 노동자는 23%(3만 599명→2만 3,461명)가 일이 끊겼다. 

게다가 하늘길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출국 인원이 있어야 매출이 나오는 면세점 노동자들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끝나는 6월, 면세점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끝나는 9월 이후 해고위협이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백화점면세점노조가 9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면세점 하청노동자 특별고용지원업종 적용 및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노조가 9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면세점 하청노동자 특별고용지원업종 적용 및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비를 맞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서비스연맹

이 가운데 면세점 하청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면세점 하청업체도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추가하고, 기업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설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하인주)은 9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노조는 정부가 지난 4월 면세점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노동자 생계비, 재취업훈련, 실업급여 연장 등에 필요한 자금을 9월까지 기업에 직접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면세점 하청노동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비판했다.  

면세점 노동자 중 90%가 개별 브랜드에서 파견 나온 납품·협력업체 소속인데, 이들 업체는 고용보험법상 업종코드가 '면세점업'이 아닌 '도소매업'에 속해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노조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활용하는 업체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해고 대신 휴업·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모든 회사에 임금의 70% 정도인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90%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박가영 부루벨코리아 조직국장은 "부루벨코리아를 제외하고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회사를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며 "10~30%의 임금도 주기 싫은 것인지 고용유지 노력 대신 무급휴직과 해고를 남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면세점노조가 '코로나19 이후 면세점 협력업체들의 운영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구찌' 무급휴직·강제발령, '인비트윈'(토리버치, 샘소나이트, 빈폴 등 유통) 무급휴직 7일이상 시행, '버버리' 3~6월 전직원 1개월 무급휴직, '크로노스DFS'(뽀로로 유통) 권고사직 또는 무급휴직 강요, '발렌타인'(러브캣 운영) 급여삭감 40%, '삼경리테일' 무급휴직, 비동의 시 사실상 퇴사 종용 등 수많은 면세점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김수현 백화점면세점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정부의 정책이 정말로 필요한 곳에 적용되게 하려면 특별고용지원업종선정에 대한 종합적 판단과 추가 적용이 시급히 필요하다"며 "고용유지지원금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정부의 지도가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백화점면세점노조가 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 정기휴점 시행을 촉구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백화점면세점노조가 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 정기휴점 시행을 촉구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이어서 노조는 이날 오후2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를 핑계로 백화점에서 한 달에 한 번 있던 정규휴무조차 사라지고 있다"며 '최소한의 쉴 권리' 보장을 촉구하기도 했다. 
 
면세점과 마찬가지로 협력업체 소속인 백화점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은 백화점 영업시간은 그대로인데 코로나19로 매출이 떨어진 협력업체가 인력을 줄여 이미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 가운데 매출 감소를 핑계로 월 1회 정기휴점조차 없애는 원청 백화점의 방침을 "명백한 갑질"로 규정했다. 노조는 이를 막기 위해 "대형마트처럼 유통산업발전법에 백화점·면세점 의무정기휴점제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