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 자율화:위계 벗고 혁신의 문화 가속화→개성 보장 속 불쾌감 조성은 금물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직장 내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전 임직원의 복장 자율화 시행을 아래와 같이 안내해 드리오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회사 사내 게시판에 최근 이 같은 복장 자율화 실시를 알리는 공지글이 게재되자 직장인 A씨는 기대감에 들떴다. A씨는 업무상 매일 정장을 입어야 하는데, 업무를 하다 보면 구김이 많이 가서 관리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게다가 더위를 잘 타는 체질이라 금세 땀범벅이 되기 일쑤였고 하루 종일 넥타이를 매고 일하다 보니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잦은 두통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때문에 A씨는 회사의 복장 자율화 방침에 환영할 수밖에. 하지만 좋았던 것도 잠시, 복장 자율화가 시행된 이후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옷차림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 젊은 직원들은 보는 사람도 불편하고 입는 사람도 불편해 보이는 옷을 입는가 하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지는 옷을 입고 있는 다니는 직원들도 있었다. 개인의 개성과 취향도 좋지만, A씨는 직장인으로서 품위를 망각하는 옷차림은 곧 그의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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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와이셔츠, 넥타이가 직장인의 필수품이라는 말이 옛말이 돼가고 있다. 기존의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탈피하고 임직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된 복장 자율화가 시행되면서다.

기업들이 자율복장을 허용하는 것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 대처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다만 일부 기업들은 지나친 복장 자율이 기강을 해이하게 만들 것을 우려해 기본적인 복장 지침을 두고 있다.

# 유니폼 벗고 넥타이 풀고..복장 자율화 바람 부는 금융권

금융권이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복장 자율화 등 사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자율과 책임의 원칙에 기반한 창의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이달부터 전 직원의 복장 자율화를 시행했다.

우리은행은 직원의 개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본인이 원하는 복장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복장 자율화는 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전면 점검하고 개선하자는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제로베이스 혁신’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앞서 지난 3월 권 행장은 취임사에서 올해 3대 경영방침으로 ▲영업문화 혁신 ▲조직 안정 ▲고객신뢰 회복 등을 제시했다.

권 행장은 최근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로 대변되는 언택트(비대면),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과 세대 변화에 발맞추고 은행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복장을 자율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업의 특성상 고객 응대에 적합한 복장,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단정한 복장 착용 등을 권장했다.

우리은행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문화 정착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일찌감치 복장 자율화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9월 노사 협의를 거쳐 유니폼 지급을 중단했고 지난해 5월부터는 유니폼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부터 전 직원의 사복 착용을 시행했다.

국책은행 가운데 KDB산업은행이 유일하게 2018년 말부터 창구 직원의 유니폼 의무 규정을 없앴다.

아울러 금융당국에도 복장 자율화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달 초부터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데이’로 지정해 자율복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금감원이 올해 2월 말 발표했던 열린 문화 후속 조치 일환이다.

당시 금감원은 창의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권위적인 분위기를 탈피하고 자유로운 소통과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증권사의 경우 KB증권은 지난해 7월부터 지점 직원들의 근무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으며 현대차증권 역시 지난해 7월부터 창의적인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율복장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사람인>

# 직장인 여름철 복장, ‘이것’만 조심해라

대개 기업들은 저마다 복장 규정이 있고, 소속 직원들은 그 규정을 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복장 규정이 많이 없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제한이 있는 기업에 근무하는 상당수 직장인들은 불편을 느끼고 있는 실정. 이 때문에 복장 자율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복장 자율화가 가져오는 이점은 많다.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 분위기를 수평적이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고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젊고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자유롭고 편한 복장 착용을 통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시킬 뿐만 아니라 과도한 냉방기구 사용을 줄여 에너지 절약도 가능하다.

그러나 복장 자율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고 부적절한 복장 착용자가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 특히 자유 복장은 전문적이고 신뢰를 주는 인상을 심어주기 어렵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아울러 출근하기 전날부터 ‘내일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나?’ 하는 고민도 생기기 마련. 누군가에게는 고민하는 시간이 즐거울 수 있겠지만 평소 옷차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옷을 고르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또 의복을 통해 간접적인 빈부격차가 드러날 수도 있다.

복장 자율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 속에서 일부 기업들은 여름시즌을 맞이해 복장 자율화를 도입하고 있다. 덕분에 직장인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지고 있지만, 과도한 노출 등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

이는 자칫 업무 분위기 및 직원 품위를 저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여름철 피해야 할 복장은 어떤 게 있는지 알아보자.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직장인 1763명에게 ‘여름철 꼴불견 복장’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남성 동료의 꼴불견 복장(복수응답)은 ‘땀 냄새 나는 옷’(60.6%)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민소매 티셔츠 등 노출 심한 옷(33.9%) ▲와이셔츠에 묻은 목 때 등 더러운 옷(28.9%) ▲꽉 끼는 등 몸에 안 맞는 옷(28.2%) ▲트레이닝 복 등 운동복(26.4%) ▲후줄근하거나 심하게 구겨진 옷(23.1%) ▲유색 런닝 착용이나 속옷 노출(21.5%) 등의 순이었다.

여성 동료의 꼴불견 복장(복수응답)으로는 ‘지나치게 짧은 반바지나 미니스커트’(40.8%)가 첫 번째로 꼽혔다. 다음으로 ‘땀 냄새 나거나 더러운 옷’(37.9%), ‘과도한 향수 냄새 나는 옷’(37%), ‘속옷이나 속살이 비치는 등 시스루 패션’(36.5%) 등이 이어졌다.

이외에도 ‘꽉 끼는 등 몸에 안 맞는 옷’(27.5%), ‘트레이닝복·레깅스 등 운동복’(21.6%) 등의 답변이 나왔다.

실제로 꼴불견 복장을 한 동료 직원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25.8%가 ‘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무려 91%였다.

하지만 꼴불견 복장을 한 동료가 있어도 특별히 ‘지적하지 않았다’(63.1%)는 답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내색은 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 벗을 자유 그리고 입을 권리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무직 직장인의 복장은 정장이었다. 이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게 되면 부모님 혹은 주위에서 정장 한 벌씩 사주는 것이 관례였던 시절도 있었다. 

반듯하게 다려진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던 게 다반사였지만 유연한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실용주의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정장을 선호했던 문화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기존의 정장, 와이셔츠, 넥타이 등의 정례화된 복장을 벗어 던지는 대신 비교적 캐주얼한 옷차림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과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 나오면서다.

이러한 영향으로 특수한 직업군을 제외하고는 정장을 입을 것을 강요하는 기업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러다보니 직장인들은 옷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패션에 관심이 높은 젊은 직장인들은 반기는 추세다. 정치인들과 기업 임원들도 탈(脫) 정장, 넥타이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있다.

다만 자율 복장이라 해서 완전히 자유란 뜻은 아니다. 무조건 편하게 입는 게 아니라 시간과 장소, 목적, 상대방을 염두에 둔 단정한 차림을 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개성 표출로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주는 복장, 과다하게 노출되거나 지나치게 화려한 복장보다 근무 중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단정한 복장을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

갑작스런 자유복은 와이셔츠에 넥타이만 매면 됐던 이들에게 혼란과 당황스러움을 안길 수 있다. 그러니 알아서 입으라고 해놓고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는 최소한의 지침을 만들어주는 게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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