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한인타운, '제2 LA폭동' 공포 확산'...흑인사망 항의시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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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한인타운, '제2 LA폭동' 공포 확산'...흑인사망 항의시위 격화
  •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 승인 2020.06.01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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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말 시위 확산...미주 한인사회 피해 커져
‘조지 플로이드’ 항의시위 폭동으로 번져
권영일 객원기자.
권영일 객원기자.

[오피니언뉴스=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지난 주말(현지시간)미국 전역에서 개최됨에 따라 미주한인사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시위가 방화, 약탈 등 과격 폭동으로 번지자 제2의 LA폭동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992년 LA폭동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곳은 바로 한인타운이었다.

이번 시위도 하필이면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LA, 뉴욕, 애틀랜타, 시카고, 워싱턴DC 등에서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들 도시를 포함 전국 20개 도시에서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워싱턴 DC, 캘리포니아주, 조지아주 등 12개주는방위군을 소집했다.  

흑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애틀랜타의 경우 지난 주말 다운타운에서 있은 ‘조지 플로이드’ 항의 시위가 폭력 및 약탈 사태로 번지면서 인근 한인운영 식당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동남부한인외식업협회(회장 김종훈)에 따르면 한인이 운영하는 한 피자&윙 식당은 폭도들의 난입으로 유리와 기물이 파손되고 실내 물품과 현금 등이 도난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 업소는 다운타운의 주요 거리가 만나는 교통 요지에 위치해 있어 폭도들의 표적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업소 주인인 이모씨는 “코로나19로 그동안 문을 열지 못하다 6월 1일부터 영업을 하려고 계산대에 영업용 현금까지 넣어놓았다”면서 “물품 피해만 2만달러 이상이고, 앞으로 당분간 영업을 하기 힘들어 피해액수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CNN센터 인근에 위치한 한인운영 식당도 시위대가 유리창을 파손하고 건물 벽 등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하는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대형마트 타깃(Target) 매장에 난입해 망치로 금전 등록기를 부수고 물건을 약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대형마트 타깃(Target) 매장에 난입해 망치로 금전 등록기를 부수고 물건을 약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경찰차도 불타고...시가전 양상 

애틀랜타 시위 참석자들은 초반에는 피켓을 들고 평화적인 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서 양상이 격화돼 결국 대규모 폭력시위로 변질됐다. 시위대는 특히 애틀랜타 경찰서 소속 순찰차 1대를 불태우고 다른 경찰차량 8대 이상을 파손시켰다.

또한 다운타운 CNN 본사 건물과 비즈니스 곳곳이 훼손됐다. 일부 시위대는 다운타운 인근고속도로를 점유하고 차량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진압에 나선 경찰은 실탄이 아닌 콩주머니(Bean bags)를 발사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졌다.
케이샤 랜스 바텀스(Keisha Lance Bottoms) 애틀랜타 시장은 이에 따라 30일 오후 9시부터 통행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미국 백악관에서 한 블록 떨어진 워싱턴의 한 도로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시위 가담자가 불타는 차량에 원뿔형 교통표지판을 던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에서 한 블록 떨어진 워싱턴의 한 도로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시위 가담자가 불타는 차량에 원뿔형 교통표지판을 던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카고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운타운에서 시위를 벌이던 군중들이 백화점과 상점들을 급습해 물건을 약탈했다. 경찰차도 여러 대가 파손되고 불탔다.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시위대는 오후9시가 넘어서도 해산하지 않고 경찰에 돌을 던지며 폭력시위를 이어갔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LA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위가 격화되자 대부분 다운타운 인근 한인 비즈니스들은 영업을 포기하고 가게 유리와 출입문을 두꺼운 나무 합판으로 봉쇄했다. 경찰들이 백인들 거주지인 비버리 힐스 쪽을 막자 시위대들이 한인타운 방향으로 몰리는 바람에 교민들은 지난 1992년 데자뷰에 걱정이 태산이다. 

미국 애틀랜타 다운타운에 위치한 한인식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유리가 파손돼 있다. 사진=권영일 통신원.
미국 애틀랜타 다운타운에 위치한 한인식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유리가 파손돼 있다. 사진=권영일 통신원.

일부 시민, 때 기다린 듯 '약탈·방화·폭력' 행사  

이들은 페이스북, 카톡 등을 이용해 실시간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불의의 사태 에 대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다.

LA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하필이면 코로나19로 어려울 때에 경찰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저질렀다”며, “일부 시민들도 정당한 시위가 아니라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약탈과 방화, 폭동을 일삼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미국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폭동으로 번지면서, 미 전역에 퍼져있는 한인사회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애틀란타 다운타운에 위치한 한인식당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모습. 사진=권영일 통신원.
미국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폭동으로 번지면서, 미 전역에 퍼져있는 한인사회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애틀란타 다운타운에 위치한 한인식당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모습. 사진=권영일 통신원.

그럼에도 항의 시위는 6월 첫째 주말에도 곳곳에서 예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시위가 예정된 인근의 한인 상점들은 고객과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휴점을 결정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악몽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했더니 산 넘어 산이라고 또 암초를 만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상황이 악화되자 미주한인사회는 지역 한인회를 중심으로 소요사태에 대비하기위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실제 애틀랜타 한인회는 지역 일대 소요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안전대책본부를 긴급 구성했다. 만약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소요사태에 대비해 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역경찰과 정부와의 관계 구축을 통해 한인사회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 권영일 객원기자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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