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차인표 ,‘섹시한’ 윤여정…이런 모습 처음이야

  • 윤용섭
  • |
  • 입력 2012-04-23   |  발행일 2012-04-23 제22면   |  수정 2012-04-23
■ 배우의 변신은 무죄
류진도 데뷔 첫 시트콤 출연…로맨틱 가이서 엉뚱남으로
영화 ‘돈의맛’ 윤여정…31살 연하와 농도짙은 애정신
국민엄마 김해숙도 파격변신…‘도둑들’ 씹던껌役 열연
‘웃기는’ 차인표 ,‘섹시한’ 윤여정…이런 모습 처음이야
차인표

배우들의 이미지 변신이 화제다. 극중 캐릭터에 맞는 배우들의 변신이야 그다지 새로울 건 없지만, 기존 이미지를 전복시킬 만큼의 파격변신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신을 최대한 망가뜨림(이하 ‘망가’)으로써 승화시킨 그들을 진정한 배우라고 부르게 되는 이유다. 이미 과감한 이미지 변신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몇몇 배우들의 성공사례에서 보듯 전혀 예상치 못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은 분명 새롭고 흥미롭다. 최근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도 눈길을 끄는 이미지 변신의 주인공들이 보인다. 그들을 주목해 보았다.

◆안방극장을 코믹 이미지로 채워가는 남자배우들

먼저 눈길이 가는 배우는 차인표다. 진중하고 의식있는 배우로 각인돼 있는 그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출연한 KBS 2TV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에서 감춰진 코믹 본능을 유감없이 발산 중이다. 극중 맡은 역할은 연예비즈니스계의 불패신화를 이룬 엔터테인먼트 사장 차세주 역. 시청자들로부터 ‘웃기는 차인표’란 애칭까지 선사받은 그는 기존의 진지함을 유지한 가운데 드러내는 의외의 모습으로 반전의 매력까지 더해주고 있다. 눈 덮인 산속을 헤매는 나무꾼으로 등장해 선녀들의 목욕 장면을 엿보는가 하면, 자신의 캐릭터를 상징화시킨 ‘분노의 연필 깎기’ ‘분노의 롤리폴리’ ‘분노의 훌라후프’ 등 이전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면모로 자신을 드러낸다. ‘선녀가 필요해’의 제작사 선진엔터테인먼트의 고찬수 PD는 “마음 속 은근한 일탈을 꿈꾸던 차세주가 그 일탈을 직접 실현하게 되는 코믹하고 짜릿한 장면이 계속 선보여질 예정”이라며 “매회 새롭게 변신을 시도하는 차인표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맨틱 가이’란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류진도 데뷔 17년 만에 출연한 MBC 일일시트콤 ‘스탠바이’에서 폭풍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극중 소심한 아나운서 류진행을 연기 중인 그는 1회부터 허술하고 실수투성이 엉뚱남의 모습으로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그런 그가 지난 18일 방송에선 만취 에피소드로 자신의 코믹 이미지에 방점을 찍었다. 술에 취해 현수막을 이불처럼 덮은 채 길 바닥에서 잠이 들었던 모습은 마치 비키니를 입은 것처럼 보여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웃음을 선사한 것. “과장된 연기보다는 진지한 말을 하고 있는데도 파생되는 웃음, 그게 이 작품에서 내 매력이 될 것 같다”는 류진은 “덕분에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뒤질세라 김원준 역시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의외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한 때는 잘나가던 스타였지만, 지금은 옥탑방에 기거하며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윤빈 역이다. 그럼에도 허세만큼은 죽지 않아서 자신의 유일한 팬인 일숙에겐 드라마에 캐스팅돼 옥탑방 체험에 나섰다고 둘러대는 등 그의 깨알같은 코믹 대사는 감초 캐릭터로 거듭나게 만드는 동력이 됐다. 무엇보다 실제 90년대 가요계를 뜨겁게 달궜던 김원준이기에 본인은 물론,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 김원준은 “윤빈이란 인물은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웃음, 감동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라며 “새로운 연기 변신에 기대감이 큰 만큼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신현준은 SBS 주말특별기획 ‘바보엄마’에서 사채업계의 큰손 최고만 역을 맡아 특유의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콧소리와 함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독특한 악센트를 넣어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부분에선 절로 폭소가 터져나온다. 신현준도 자신의 극중 캐릭터에 동화된 듯 이번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다.

‘웃기는’ 차인표 ,‘섹시한’ 윤여정…이런 모습 처음이야
김해숙

◆중년 여배우들의 과감한 변신, 스크린을 책임지다

2012년 상반기 스크린의 키워드는 아마도 중년 여배우들의 이미지 변신이 될 듯하다. 먼저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시어머니 역할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윤여정은 영화 ‘돈의 맛’에서 돈의 맛에 중독돼 허우적대는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윤여정이 맡은 백금옥 역은 자신의 돈을 지키기 위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 그녀는 이 역할을 위해 자신보다 무려 31살 어린 김강우와 농도 짙은 애정신도 과감히 소화해 화제를 모았다.

또 2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윤석화는 그간 대중에게 인식된 지적인 카리스마 이미지를 탈피한 영화 ‘봄, 눈’에서 진짜 우리 엄마같은 리얼한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변신을 시도했다. 수수한 헤어스타일과 꾸밈 없는 옷차림은 이전의 윤석화를 떠올릴 수 없을 정도다. 표정과 말투, 작은 움직임까지 우리네 평범한 엄마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내 스태프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암 환자를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 삭발까지 감행하며 연기 변신에 성공한 윤석화는 “엄마의 죽음을 통해 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고, 엄마의 희생과 가족의 의미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 과감하게 연기 변신을 시도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 엄마’ 김해숙의 파격변신도 만만치 않다. 영화 ‘도둑들’에서 그는 강렬한 숏컷트와 짙은 화장, 화려한 액세서리로 무장해 보는 이들의 시선을 모은다. ‘박쥐’ ‘친정엄마’ 등 강렬한 연기로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는 김해숙은 극중 타고난 연기력으로 상대방을 속이는데 전문인 연기파 도둑 ‘씹던껌’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특히 홍콩 배우 임달화와 묘한 멜로라인도 형성하는 만큼, 그간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이미지를 넘어 다채로운 매력이 선보여질 것으로 기대된다.

‘웃기는’ 차인표 ,‘섹시한’ 윤여정…이런 모습 처음이야
윤여정

◆대표적인 ‘망가’의 계보

망가의 계보는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1998)의 박영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의 신구와 노주현을 시작으로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의 이순재와 나문희로 이어졌다. 이들의 파격변신은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엔터테인먼트적인 가치를 높여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여신으로 불리우던 여배우들도 이 대열에 기꺼이 동참했다.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력을 보여준 ‘지붕뚫고 하이킥’(2009)의 황정음은 극중 술에 취해 주정하는 모습으로 ‘떡실신녀’란 별명까지 얻었고, ‘마이 프린세스’(2011)에서 김태희는 코믹하게 일그러진 얼굴도 예사로 보여주고 푼수기 철철 넘치는 말투로 상대에게 들이대기 일쑤인 좌충우돌 여대생으로 신선한 모습을 선사했다.

신민아도 마찬가지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를 통해 망가져도 예쁜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했는가 하면, 김남주도 브라운관에 복귀하면서 푼수끼 넘치고 능청맞은 생활형 연기를 통해 연착륙에 성공했다. 2009년 방송됐던 ‘내조의 여왕’과 속편격인 ‘역전의 여왕’(2011)에 이어,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도 그런 이미지를 견지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씨는 “잘 생기고 멋진 사람들의 망가지는 모습을 통쾌해 하는 세상”이라며 “대중문화의 ‘망가’ 붐도 이제 트렌드로 고착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