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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돋보기] 세 번째 반감기 맞은 비트코인의 장래 

‘디지털 골드’로 새 전성기 맞이할까 

채굴 보상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 이벤트에 자산 가치 재조명
코로나 이후 디지털 화폐 시대 열리면 가치 표준으로 인정될 수도


▎5월 12일 세 번째 반감기를 거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월 12일(한국시간) 진행된 비트코인의 세 번째 반감기에 대한 향방을 두고 많은 사람의 관심이 증폭됐다. 비트코인 반감기란 약 4년에 한 번꼴로 블록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의 경우 평균적으로 10분에 한 번씩 블록이 생성된다. 블록에는 비트코인 거래자들의 거래기록과 블록헤더로 일컬어지는 기본적인 데이터 값 등이 담겨 있다. 이러한 블록을 탈중앙적으로 검증하고 최종 생성하는 이들을 채굴자라고 부른다. 다만 채굴 과정에서 아무런 보상이 없다면 채굴자의 채굴 요인이 없어진다. 그래서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는 블록 생성에 보상이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블록 채굴이라는 노동의 대가에 비트코인을 부여한 것이다. 초창기 블록 보상은 50비트코인에 달했다.

그러나 사토시는 비트코인의 채굴량이 많아지면 그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 수량을 2100만 개로 정하고, 일정 기간마다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도록 반감기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반감기는 각각 2012년 11월과 2016년 7월에 이뤄졌다. 두 번의 반감기를 거치면서 1블록당 보상액은 50비트코인에서 12.5비트코인으로 줄었다. 지난 12일 세 번째 반감기가 도래하면서 비트코인 블록당 보상액은 6.25개로 다시 줄었다.

반감기는 곧 공급 축소를 의미한다. 강세론자들은 이를 곧 가격 상승의 동력으로 해석한다. 거칠게 비유하면 제도권이 금리를 올려서 시중에 공급된 법정화폐를 흡수할 때 돈의 가치가 오르는 현상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 두 차례의 반감기 당시 비트코인은 얼마만큼의 상승세를 기록했을까. 나아가 세 번째 반감기 속에서 비트코인은 과연 제도권을 아우르는 디지털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이 비트코인 반감기를 대형 이벤트로 보는 이유는 과거 두 차례 반감기 데이터에 기인한다. 먼저 첫 번째 반감기인 2012년 11월 전후로 약 513일간 비트코인 가격은 최저 2.01달러(2011년 11월)에서 270.94달러(2013년 4월)로 치솟았다. 무려 1만3000%에 달하는 상승률이다. 두 번째 반감기였던 2016년 7월에도 비슷한 패턴이 연출됐다. 이번에는 반감기 전후 최저점과 최고점에 해당하는 1068일간 1만2000%의 상승세를 보였다. 당시 최저점은 164.01달러(2015년 1월), 최고점은 2만74달러(2017년 12월)였다.

두 차례 반감기의 공통된 특징은 최고점 달성 이후의 급락 패턴에 있다. 첫 번째 반감기 때는 최고점 기록 이후 87일간 가격이 약 80% 하락한 전례가 있다. 두 번째 반감기 때도 최고점을 찍은 뒤 무려 51주 동안 긴 하락장이 나타난 바 있다. 이와 달리 가격 변동성 측면에서는 차이점이 있다. 1차 때는 반감기 전보다 후 가격이 5배 올랐지만, 2차 때는 10.5배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또 상승·하락 기간에서도 2차 때의 가격 상승 및 하락 구간이 더 길었다는 차이가 존재했다.

낙관 | 과거 두 차례 반감기 땐 1만% 이상 폭등


세 번째 반감기 전후 상황을 낙관하는 사람들은 과거 두 차례의 반감기 흐름을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대형 채굴풀 BTC.TOP의 장줘얼(江卓尔) CEO(최고경영자)도 지난 4월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비트코인 반감기를 낙관했다. 장줘얼의 설명은 이렇다.


▎20세기 초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 그는 특정 국가의 영향에 휘둘리지 않는 세계 단일 통화 ‘방코르(Bancor)’를 고안했지만 금본위제에 밀려 이론에 그쳤다.
“지난 두 번의 반감기 전후 비트코인 가격은 ‘최저점→반감기→최고점’의 패턴을 보였다. 나아가 최저점 기록 시점부터 반감기 도래일, 반감기 시점부터 최고점 기록 시점까지의 기간도 대칭을 이뤘다. 이와 같은 규칙을 그대로 적용할 때 세 번째 반감기는 시작일부터 491일 후인 2021년 9월 8일 최고점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 규모가 이전보다 커졌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반감기 후 비트코인 최고 가격은 최저가 대비 29배 높은 8만9133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제도권의 최근 흐름도 낙관론자들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 확대 효과가 비트코인에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코로나19에 대한 제도권의 경기부양책이 아직 제대로 발표되지 않았던 3월 중순, 비트코인은 4000달러 선마저 일시적으로 반납했다. 당시 코로나19 글로벌 확진자 수는 급증 초기 단계에 있었지만, 구체적인 구제 방책이 나오지 않아 비트코인을 포함한 모든 자산이 폭락한 것이다.

그러나 3월 하순부터 발 빠른 조치가 이뤄지자 비트코인은 반등세로 돌아섰다. 5월 초에는 얼마 남지 않은 반감기 이슈와 맞물리면서 한때 1만 달러(한화 약 1200만원)를 탈환하기도 했다. 낙관론자들은 이러한 흐름을 분석하면서 세 번째 반감기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방아쇠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달리 반감기 비관론자들은 이번엔 과거와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 디지털 자산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CoinShares)의 멜텀 드미러스(Meltem Demirors) CSO(최고전략책임자)가 비관론자들의 입장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 “이번 반감기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과 다른 모습일 것”이라며 “현재 비트코인 시장 규모는 예전보다 훨씬 커졌고, 시카고상품거래소(CME)나 백트(Bakkt) 등을 통한 파생상품이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과거 두 차례 반감기는 외부 자본이 들어오지 않은 시기라서 채굴 보상 감소에 따른 효과가 컸지만, 지금은 기관의 유입과 파생상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반감기 영향력이 축소됐다는 것이다.

직전 두 번째 반감기와 비교적 최근 수치화된 비트코인 관련 지표를 보면 비관론자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두 번째 반감기가 있던 2016년 비트코인의 하루 거래량은 1억 달러 정도였다. 같은 시기 채굴을 통해 직접 발행되는 하루 동안의 비트코인 발행량은 약 234만 달러였다. 반감기 영향력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비트코인 하루 발행량에 하루 거래량을 나누면 약 2.34%라는 수치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시장에서 채굴에 의한 비트코인 공급 영향력이 2.34% 정도라는 의미가 된다. 반면 2020년 3월 비트코인의 하루 거래량은 380억 달러, 하루 발행량은 1476만 달러다. 두 번째 반감기와 같은 계산법을 활용하면 1일 거래량 대비 채굴량 비율은 고작 0.038%에 불과하다. 이는 채굴 기반의 공급이 더는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한마디로 시장 주도권이 과거 공급자(채굴자)에서 이제는 수요자(투자자)에게 넘어갔다는 방증이다.

비관 | 시장 주도권 쥔 수요자가 가격 결정 좌우


▎사용자 수 20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은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Libra)를 올해 안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법정화폐인 디지털위안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반감기의 장기적 흐름에 대해선 저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반감기 이슈의 파급력은 주목할 만하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3월부터 구글(Google)에서 비트코인 검색어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어 4월에는 한 달 동안 구글 트렌드의 비트코인 반감기 검색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6년 반감기 당시 검색량보다 약 3배 높은 수치다. 또 중국 최대 SNS 웨이보(Weibo)에서는 4월 23일 비트코인 반감기가 실시간 검색어 6위에 오르기도 했다. 반감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도 긍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4월 29~30일 이틀 동안 비트코인이 7700달러에서 9400달러로 급등했을 당시, 세계 최대 암호화폐 마진 거래소 비트멕스(Bitmex)에서는 8000만 달러 이상의 롱(매수)·숏(매도) 포지션이 청산됐다. 일반적으로 파생상품을 비롯한 금융시장에서의 급격한 가격 변동은 뉴스나 명분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제유가의 역사적 폭락도 감산 합의 실패라는 강력한 뉴스와 함께 진행된 바 있다. 4월 말 일어난 비트코인 파생상품 시장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해서도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얼마 남지 않은 반감기’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의 제도권화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대중적 수용(Mass Adoption)은 오래전부터 많은 관계자가 꿈꿔온 바람이다. 특히 암호화폐 열풍이 한창이었던 2017년엔 비트코인이 21세기판 ‘방코르(Bancor)’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방코르는 유명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1944년에 고안한 국제 통화다. 당시 케인스는 방코르를 활용해 국경 없는 화폐를 만들고자 했다. 1929년 대공황과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블록 경제 현상을 막기 위한 경제적 아이디어였다. 방코르라는 세계 단일통화를 사용하면 특정 국가의 영향에 휘둘리지 않고 국제 무역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고 경제 위기 역시 제한적 수준에서 멈출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케인스의 계획은 결국 대중적 수용을 이뤄내지 못했다. 해리 덱스터 화이트(Harry Dexter White)의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금본위제 제안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것이다.

비트코인이 21세기 방코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케인스가 염려했던 문제들이 지난 십여 년간 현실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정 국가의 경제위기가 제한적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가 하면, 기축통화의 딜레마가 오히려 보호무역을 다시 부추기기도 했다. 기축통화의 유동성을 위해 달러를 시중에 지속해서 공급했지만, 이것이 재정적자를 유발해 트럼프의 보호무역을 불렀다. 이런 상황에 ‘특정 국가’ 없이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비트코인은 미완으로 남았던 방코르를 떠올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비트코인이 대중적 수용 단계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화폐로 쓰일 것인지에 관해선 회의적 시선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으로 화폐가 활성화하려면 ▷가치 척도 ▷교환의 매개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세 가지 속성이 충족돼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만 갖췄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치 척도 속성을 지니려면 ‘마스크 하나에 천원’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가격 변동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비트코인은 아직 높은 변동성을 가지고 있다. 교환의 매개 기능 역시 어느 상품이든 해당 화폐로 거래할 수 있는 유동성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글로벌 거래량을 감당할 만큼의 속도를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일 뿐만 아니라 수량이 2100만 개로 한정돼 있다. 곧, 방코르 같은 화폐로 통용될 순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비트코인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단순 거래량이나 가격 상승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제도권에서 비트코인의 직접 활용처를 늘리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스타벅스(Starbucks) 모바일 앱(App) 베타 테스트 버전의 결제 옵션에 백트(Bakkt)가 추가됐다. 백트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를 모기업으로 둔 제도권 암호화폐 거래소다. 스타벅스가 백트와 협업해 암호화폐 결제 옵션을 시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트는 올여름 비트코인·포인트·리워드 기능을 통합한 소비자 대상 결제 앱을 출시할 계획이다.

가능성 | 디지털 자산의 기축통화 자리매김할 수도


암호화폐 및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제도권의 연구도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페이스북(Facebook)이 주도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Libra)는 4월 15일(현지시간) 백서 2.0 버전을 공개하면서 올해 론칭 의사를 강력히 드러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25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발행하면 기존 금융도 지각변동을 겪게 될 것이다.

한편 중국은 4월 하순부터 굵직한 뉴스를 잇달아 내놨다. 먼저 디지털위안이 2022년 동계올림픽에 사용될 수 있다는 뜻을 4월 19일(현지시간) 밝혔다. 21일에는 중국 국유은행인 공상은행이 블록체인 운용에 대한 백서를 내놨다. 바로 다음 날인 22일에는 중국 슝안신구(雄安新区) 내 맥도날드(McDonald)와 스타벅스에서 디지털위안 결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슝안신구는 ‘시진핑의 도시’로도 잘 알려진 중국의 4차 산업 맞춤형 도시다.

물론 디지털 자산 실험의 대다수는 비트코인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리브라나 디지털위안은 어디까지나 법정화폐 기반의 디지털화 된 화폐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이 10년 넘게 쌓아 올린 ‘디지털 자산 선구자’의 위치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향후 디지털 화폐의 표준(기축통화)이 필요하다면, 후보 영순위는 비트코인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Bloomberg)는 “디지털 금으로 도약한 비트코인이 대규모 상승장을 준비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4월 내놓기도 했다. 제도권의 다양한 행보와 함께 비트코인 반감기가 앞으로 시장에 어떤 파급력을 불러올지 지켜볼 일이다.

- 박상혁 조인디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202006호 (20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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