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대신 온라인 선물…꽃시장 '어버이날 특수' 실종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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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07 17:45  |  수정 2020-05-08 09:01  |  발행일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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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대구 칠성꽃시장.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시점이지만 카네이션을 구매하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한 상태다.

급속히 바뀌는 선물 문화로 꽃시장의 '어버이날' 특수가 실종됐다. 더욱이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강조되면서 부모님에게 드릴 꽃도 온라인으로 사고, 선물도 모바일 기프트콘으로 대신하는 분위기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오전 8시30분쯤 찾은 대구 북구 칠성꽃시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어버이날을 맞아 진열대에는 각양각색의 카네이션이 가득 채워져 있었고, 상인들도 영업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이었다. 하지만 예전같지 않은 분위기에 상인들은 한 숨을 내쉬었다. 조금이라도 싱싱한 꽃을 내놓기 위해 분무기로 연신 물을 뿌려댔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드물었다. 채워놓기 바쁘게 팔려나가던 카네이션이 기대만큼 팔리지 않아 재고 처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꽃 도매상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이맘때 생각하면 (전체 재고 물량의) 절반은 빠졌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가득 쌓여있다"며 "그나마 배송이 어느정도 있는 편인데 예전만 못하다. 가정의 달이 대목이던 시절은 이제 옛말이 됐다"고 했다.


이런 탓에 카네이션 거래량은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5월 카네이션 거래량은 2017년 21만975속, 2018년 17만5천639속, 지난해 14만5천584속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카네이션 시장이 축소되는 것은 가정의 달 풍속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교환권을 전달하는 '기프티콘'을 이용하거나 꽃을 산다고 해도 배송이 간편한 '온라인 구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거기다 20~30대 젊은 층은 카네이션 등 천편일률적인 선물보다 특색있고 실용적인 선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어버이날 많이 팔리던 선물은 이제 거의 사라진 분위기다. 

 

직장인 이모씨(여·27·달성군 화원읍)는 "어버이날 선물로 스피커를 구입했다. TV 음량이 작아 평소에 아버지께서 불편해 하셨는데 좋아하실 것 같다. 어버이날에 맞춰 배송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고, 한모씨(25·북구 복현동)는 "현금을 담은 케이크를 주문해서 오늘 찾으러 간다. 원하는 문구도 넣을 수 있고 그냥 현금을 봉투에 담아드리는 것보다 받는 입장에서 더 기쁠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 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어 생활 속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비대면' '언택트' 문화도 영향을 적지 않다. 가족 모임을 자제하고 택배로 선물을 전달하거나 온라인 송금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벼룩시장 구인구직이 직장인 3천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응답자 44.7%가 '외식, 여행, 문화 생활을 전혀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외에 '선물 등을 온라인으로만 구입 할 것 같다'(11.8%), '직접 찾아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할 것 같다'(10.9%) 등의 의견도 있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시대가 변하고 그 양식이 변해도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은 담기는 의미"라며 "그동안 어버이날에 지켜야 하는 형식에 매몰돼 있었다면 요즘 세대들은 내용에 더 가치를 두는 것 같다. 아직 코로나 영향으로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가끔은 아날로그식으로 꽃선물도 하고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면 부모자식 간 관계가 더 돈독해질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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