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
먹으로 그린뒤 아크릴과슈로 번지게 하거나 지워
있는 듯 없는 듯 감추어진 형상들 '신비로움' 표현
"흐르며 떠돌다 문득 마음 속으로 파고드는 풍경들을 스케치했다."
다음달 17일까지 양주 안상철 미술관에서 올해 첫 전시 '흐르고 머물고'를 여는 양홍수 작가는 "나에게 풍경이란 단지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변화나 형태가 아닌 작품을 통해 표출하는 마음속의 풍경"이라며 작품 제작 과정을 정의했다.
이어 그는 "풍경 속에서 '나'는 숨 쉬며 살아가는 존재만이 아닌 수시로 변하는 감정과 기억들을 내포한 대상"이라며 "그래서 작품 속의 선들은 또렷하기보다는 기억의 흔적인 것처럼 얽혀 있기도 하고 흐릿하게 뭉개져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번 전시 작품 전반에 대해 안개나 운무 등으로 풍경을 흐릿하게 묘사했다. 작품명도 달지 않았다.
그는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작품 속 사물을 정확히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작품명이 '무제'인 것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장지 위에 먼저 먹으로 풍경을 그린 뒤 아크릴 과슈로 번지거나 지워가는 작업 과정을 반복해 탄생시켰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나온 미술 재료들에 대해 연구를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재료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종이 위에 벽을 쌓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 나갔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재료가 워낙 좋아지다 보니 반대로 벽을 허무는 과정을 통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양홍수 作 '무제' /작가 제공 |
아울러 그는 마치 우연인 것처럼 다가오는 순간의 느낌을 기록하기 위해 계획 없이 불쑥 떠나는 여행을 즐겨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 겨울 수도권에 원하는 만큼의 눈이 내리지 않다 보니 무작정 눈을 보기 위해 태백산으로 향했다"며 "그 곳에서 느낀 세상을 다 덮은 설경과 그 사이를 오가며 안부를 전하는 바람의 이야기, 아침 안갯속에 서서히 움직이는 숲이 주는 신비로움 등을 작품 속에 담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화폭에 담긴 풍경들은 형태와 색감이 명확하게 표현돼 시작과 끝을 모두 보여주는 그림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감추어진 흐린 형상으로 표현됐다.
그는 "이번에 선보이는 몇 개의 추상 작품들은 보는 이의 내면의 열망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작품 속 여백 가득한 풍경은 단지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변화나 형태가 아닌 흐르고 머물다 다시 흘러가는 삶과 같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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