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강태원복지재단 이사장 손봉호 교수
▲손봉호 고신대학교 석좌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손봉호 고신대학교 석좌교수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생명을 무시한 예배는 하나님께 대한 반역”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그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총회장 신수인 목사)가 문제 삼고 나섰다.

고신총회 지난 14일 열린 제69-14차 임원회에서 손 교수의 인터뷰에 대해 향후 고려학원 이사회에서 발언의 진의를 파악해 조치하도록 통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활절 직전 언론사 인터뷰서 일부 교회 현장 예배 비판
“신앙의 자유보다 생명이 중요, 무고한 생명 담보는 잘못
한국교회 형식적인 것 중요하게 생각, 근본적 반성 필요”

손 교수는 지난 9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의 주된 의제는 코로나19 사태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일부 교회들이 현장 예배를 고수한 것에 대한 비판이이었다. 특히 부활절을 앞두고 현장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다시 증가하는 점에 대한 일반 언론들의 비판적 보도가 잇따른 상황에서 진행됐다.

손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천재’가 아닌 ‘인재’라며 “우리 삶이 자연과 관계를 이런 식으로 맺지 않았더라면 희생자가 많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인류가 그동안 너무 교만했다”고 말했다.

삶의 방식에 근본적 반성을 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데 교회가 앞장서지 못했다는 지적에 “한국교회가 너무 승리주의에 빠졌다”며 “인간이 너무 교만하다. 자연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너무 사치하고 편리를 추구한다. 고난의 종교인 기독교가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해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자가 “코로나19 사태에 온 국민이 기독교를 제일 걱정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에 “신천지 사건도 일어났고 몇몇 교회에서 많은 확진자가 생겼으니 당연하다”고 답했다. “모이지 말라고 하는데 극구 모이겠다고 한다”는 지적에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죄송하다. 근본적으로 반성을 생각해야 된다”며 “형식적인 것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꼭 모여야만 예배가 된다는 건 사실 성경이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이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면서도 모여서 예배 볼 때 그 예배를 기뻐하시겠나.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진행자가 “전 목사가 바이러스를 우리가 모이면 퇴치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게 논리적인가”라고 질문하자, “성경적으로, 경험적으로,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한국사회 전반에 반지성주의, 객관적 지식, 논리적 사고에 대한 존중히 매우 약하다. 기독교 신앙보다 이념이 더 중요해져 버렸다”고 말했다.

집회금지 명령 위반 시 300만원 벌금을 부과한다는 명령에도 모이겠다는 교회를 향해 한 마디 해 달라는 요청에 손 교수는 “집회의 자유, 종교의 자유, 신앙의 자유가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념이나 정치 권력, 심지어 공리주의가 말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도 상당히 주된 것이다, 무시하면 안 된다”며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명”이라고 했다.

그는 “생명은 종교의 자유, 신앙의 자유보다 더 중요하다. 더군다나 무고한 생명, 아주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나 때문에 우리 때문에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앙의 자유를 지켜야 된다는 건 근본적으로 잘못됐고, 하나님이 절대로 기뻐하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보시기에 ‘내가 생명의 주인인데 생명을 무시하고 무슨 나한테 예배하고 찬송한다고 하느냐’고 하실거라 생각한다”며 “오히려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건 하나님에 대한 반역이지 예배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번 정부의 시책에 교회가 반드시 따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사태가 한국교회의 성장과 확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보편화하고 대중화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끼칠지 묻는 질문에는 “상황이 끝난 뒤 교회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손 교수는 “지금은 기독교계가 비본질적인 것, 형식적인 것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예배 보는 것이 마치 신앙생활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착각을 버리고, 하나님 말씀대로 올바르고 정직하게 살고 약한 사람을 돕고 우리 사회에 이익이 되는 일을 하는 것들이 기독교 신앙에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분위기가 돌아간다면 한국교회는 훨씬 건강해질 수 있다”고 답했다.

고신측, 그간 예배 형태 및 이웃과의 공존 진지하게 고민
교단 관계자 “예배를 절대 드리지 말라고 한 적은 없어”
손 교수 “무고한 생명에 대한 위험 강조… 문맥 살펴야”

한편 고신총회도 그동안 코로나 사태와 관련 무조건적인 현장 예배를 강조해 오진 않았다. 오히려 공예배를 절대화시키는 위험을 경계하며, 교회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감염 위험이 있는 성도들을 일정 기간 격리시키는 것은 성경적으로 근거가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규모 확산 일로에 있던 2월 28일, 고신총회의 요청으로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작성한 <국가적 비상상황과 공예배에 대한 신학적·목회적 성찰>에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가 극심한 상황에서 예배의 형태와 이웃과의 공존에 대한 고민이 잘 나타나 있다.

이들은 “공예배가 지극히 중요하지만 우리 신앙고백서가 가르치고 있듯이 공예배를 절대화시키는 위험에 빠져서도 안 된다”며 “무지와 미신에 빠져있었던 중세 시대의 신자들은 하나님께서 지켜 주실 것이라고 믿고 예배당으로 몰려들기도 하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전염병을 더욱 확산시켰던 역사적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레위기 15:31, 민수기 5:2-3과 19:20을 인용해 “공동체를 전염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정결법 제정의 목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다”며 “교회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감염병에 걸렸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성도들의 예배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위의 말씀들을 적절하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21:6을 인용, 공적 집회가 더 엄숙하게 예배할 수 있기에 임의로 소홀히하거나 저버리지 말 것을 강조하며 공예배 외의 특별한 형태의 예배들은 편의적이거나 자의적으로 시행되어서는 안 되며, 당회의 결정과 감독에 따라 질서 있게 시행할 것을 강조했다.

총회 관계자는 손 교수에 대한 임원회 조치와 관련, “당시 교수회가 발표한 성명은 신앙적 핍박이 아닌 환경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에서 코로나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영상예배 등의 다른 방법으로 드리는 것이 신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정부 시책에 협조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한 것이지, 예배 자체를 드리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라며 “‘정부의 시책을 교회가 반드시 따라야 하고, 그렇지 않은 예배는 하나님에 대한 반역’이라고 한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혹여 잘못된 보도일 수도 있으니, 진위를 파악해 그것이 맞으면 조치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손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임원회 결의에 대해) 전달받은 바가 없다”며 해당 발언이 “무고한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상황에 대한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이 생명의 주인이신데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 내가 국수주의자도 아닌데, 반드시 국가의 명령을 다 따라야 한다는 취지도 아니다. 앞뒤 문맥을 빼버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