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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코로나19 유전자분석 비밀 풀었다"

IBS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 완성"…치료제 개발 속도 붙나

박지혜 기자 | pjh@newsprime.co.kr | 2020.04.10 10:09:56
[프라임경제] 국내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전자분석 비밀을 풀었다.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생활사. ⓒ 기초과학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빛내리 RNA 연구단 단장, 장혜식 연구위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날 생명과학 분야 권위지인 셀(Cell)에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 나노포어 직접 RNA 시퀀싱, 나노볼 DNA 시퀀싱을 활용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숙주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RNA(리보핵산) 전사체를 모두 분석했다. 

이 분석에서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와 기존 분석법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던 RNA들을 찾고, 바이러스의 RNA에 화학적 변형(최소 41곳)이 일어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전사체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이해하고,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유전체 상의 어디에 위치하는 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의 복잡하면서도 숨겨진 비밀들을 풀 수 있는 지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유전체와 전사체에 대한 빅데이터를 생산해 후속 연구를 위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연구팀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DNA가 아니라 RNA 형태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고 봤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 침투해 유전정보가 담긴 RNA를 복제하는 한편 유전체RNA를 바탕으로 다양한 '하위유전체 RNA'를 생산한다. 

SARS-CoV-2의 유전자와 하위 유전체 RNA의 구성, 바이러스 입자 구조의 모식도. ⓒ 기초과학연구원


이 하위유전체는 바이러스 입자구조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합성하며 복제된 유전자와 함께 숙주세포 안에서 바이러스 완성체를 이룬다. 이후 세포를 탈출해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키며, 숙주세포 안에서 생산된 RNA의 총합을 '전사체(Transcriptome)'라 한다.

김 단장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유전체RNA로부터 생산되는 하위유전체RNA를 실험적으로 규명하는 한편, 각 전사체의 염기서열(유전정보)을 모두 분석해 유전체RNA 상에 유전자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하게 찾아냈다.

기존에는 하위유전체RNA 10개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실험으로 그중 9개의 하위유전체RNA만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 

나머지 하위유전체RNA 1개에 대한 기존 예측과 다르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RNA 수십여 종을 추가로 발견했다. 또 융합 등 다양한 형태의 하위유전체 RNA 재조합도 빈번하게 일어남을 확인했다.  

김빛내리 IBS RNA 연구단장. ⓒ 기초과학연구원

김빛내리 단장은 "새로 발견한 RNA들이 바이러스 복제와 숙주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작용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RNA의 화학적 변형은 바이러스 생존 및 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RNA들과 RNA 변형은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할 때 새롭게 표적으로 삼을만한 후보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각 전사체의 정량을 정확하게 파악했으며, 이를 토대로 진단용 유전자증폭기술(PCR)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숙주세포에 배양한 바이러스를 불활화한 후 두 가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함께 적용해 새로운 사실을 찾아냈다. 

특히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나노포어 직접 RNA 염기분석법'을 활용하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매우 긴 RNA 염기서열을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직접 분석할 수 있다. 

김 단장은 "이번 연구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세밀한 지도를 제시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증식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전략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단장은 마이크로RNA(miRNA)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매년 노벨상 유력 후보자로 이름이 거론돼왔던 국내 과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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