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한 9세 소년이 7명에 '장기기증'하고 세상 떠났다

2020-04-0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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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네가 오는 거라 믿을게”
고홍준(9) 군 뇌사 판정 받아 7명에게 장기 기증해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제주에 사는 고홍준(9) 군이 지난 6일 심장과 간장, 신장 등 장기를 기증해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앞으로도 홍준이를 사랑할 거고 평생 기억하고 있을게.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네가 오는 거라 믿으며 살아갈게. 사랑하고 고마워"

고 군의 어머니는 자신의 모든 것으로 또래 아이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사해 준 아들에게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에 가지 못해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하던 고 군은 지난 1일 저녁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지난 5일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뇌사판정을 받았다.

제주도 화북초에 다녔던 고 군은 2010년 3형제 중 막내였다. 고 군은 휘파람을 부는 걸 좋아했다. 그의 가족들은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리면 '홍준이가 오는구나' 하고 알아챘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직도 '포켓몬스터 몇 마리만 더 잡고 가겠다'고 동네 놀이터를 뱅뱅 돌던 아이의 목소리가 선하다고 말했다.

고 군은 또래 아이처럼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맛있는 과자가 있으면 꼭 나눠 먹었고 재미난 게임이 있으면 꼭 함께 즐겼다. 또 논리적인 말로 친구를 이끌어주는 리더십 있는 아이였다.

음악적 재능도 뛰어나던 고 군은 학교 관악부와 화북 윈드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을 연주했다.

고 군의 가족들은 "홍준이는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을 연주한다. 호른은 음색이 부드럽고 온화해서 관현악 전체의 악기 소리를 모으고 감싸는 역할을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홍준이로 인해 살 의지를 찾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거라 믿는다. 그렇게 평생 고마운 아이로 기억할 생각"이라며 마음을 눌러 담아 말했다.

고 군의 가족들은 꿈이 많은 홍준이를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나 큰 고통이었지만 워낙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의로운 아이였기에 어디선가 홍준이의 몸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홍준이의 도움으로 다른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을 고심 끝에 결정했다.

고 군이 기증한 장기는 심장, 폐, 간, 신장, 각막 등이다. 심장과 폐, 간, 신장은 이달 6일 또래 어린이 5명에게 이식됐다. 각막도 조만간 대기자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홍준이가 쏘아 올린 생명의 불씨는 7명의 생명을 살렸을 뿐 아니라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며 "유가족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천사 홍준이에게도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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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최정윤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