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위한 5차 회의가 18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종료되면서 연내 타결이 불발됐다. 협정 공백 상태에서 내년 초에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진은 워싱턴D.C.에서 열린 4차 회의에 앞서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제공: 외교부) 2019.12.18
한미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위한 5차 회의가 18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종료되면서 연내 타결이 불발됐다. 협정 공백 상태에서 내년 초에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진은 워싱턴D.C.에서 열린 4차 회의에 앞서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제공: 외교부) 2019.12.18

외교부 “고위급 협의에도 합의 안돼”

美국무부 “양측, 공정한 합의 노력할것”

美, ‘실무진 합의’ 일방적 뒤집지 않을듯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던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 협상이 양국 간 입장차가 감지되는 등 막바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양상이다. 며칠 전만 해도 우리 측 협상팀이 ‘마지막 단계’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과는 달리 이후 합의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미 행정부 인사들이 연일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며 공정한 합의를 강조하는 등 입장차가 여전히 상당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다만 방위비협상에서 양국 실무진이 이견을 좁히는 데 ‘꽤 진전이 있었다’는 점은 분명한 상황에서 협상 종결에 대한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방위비 타결설→“아직 협상 중”

그간 한미 간 이견이 커 지지부진했던 방위비협상이 지난달 31일 돌연 타결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사가 “3월 중순 미국에서 개최된 7차 회의 후에도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협상 타결을 위한 막바지 조율 단계에 와 있다”며 “마지막 단계에 와 있고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아울러 같은 날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지난주 한미 정상 간에 코로나19와 관련한 전화 통화가 있은 뒤 방위비협상도 급물살을 탔다”고 설명해 이르면 지난 1일께 최종 타결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실제 한미가 1년 협정을 다시 ‘다년협정’으로 복귀하고, 특히 가장 큰 쟁점인 분담금 총액을 두고 우리 측이 고수해 온 지난해 대비 10%대 인상에 접근했다는 소식이 외교 소식통들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1일이 지나도 타결 소식이 전해지지 않자, 방위비협상이 막판 조율 과정에서 또다시 난항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게다가 외교부가 2일 “방위비분담 협상 관련 고위급에서도 계속 협의해왔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이를 뒷받침했다. 협상에 진통을 겪으면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까지 나섰지만 이견 조율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시점상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김칫국 마신다”는 글을 올린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실무진 합의안’에 트럼프 부정적

사실상 ‘잠정 타결’ 단계까지 왔던 협상에 다시 제동이 걸린 건 트럼프 대통령이 의견접근을 이뤘던 실무진 합의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NBC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관련 사안을 보고했다. 이 보고에 대한 결과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이후 무급휴직은 그대로 강행됐다.

더 나아가 미국 고위당국자들의 계속되는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클라크 쿠퍼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2일(현지시간) 언론과의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방위비협상 진행 상황과 관련해 “나는 협상이 계속돼 왔고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 국무부 당국자가 이날 워싱턴에 있는 한국 특파원들에게 먼저 이메일을 보내 “한국과 협상은 진행 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동맹들이 더 기여할 수 있고 더 해야 한다는 기대를 분명히 해왔다. 우리는 한국과 상호 이익이 되고 공정한 합의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무부는 전날에도 동일한 입장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트럼프 변수’에 의견분분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미동맹 관리의 중대 변수로 작용해온 ‘트럼프 변수’가 다시 돌출한 셈인데, 일각에선 방위비 대폭 증액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돼왔던 일인 만큼 쉽게 물러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미 실무진 간의 잠정 합의안은 10% 남짓한 인상률에 5년 단위 재협상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차 협상 때는 적용기간 1년, 분담금 1조 389억원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현재 1조 389억원인 방위비 분담금은 5년 뒤에는 2조원 안팎으로 2배가량 급증한다.

애초 50억달러(한화 약 6조원)에 육박하는 금액부터 올려놓고 시작했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이 정도 수준으로는 대외성과의 일환으로 내세우기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선뜻 수용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미국 내 급속한 확산으로 바이러스 차단 문제가 재선가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뭔가 새로운 카드가 절실한 상황도 불발의 이유가 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와 달리 예측을 불허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언제든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미국 측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여 속에서 양측 실무진이 어렵사리 좁혀온 결과를 일방적으로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

(출처: 외교부 홈페이지)
(출처: 외교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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