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언택트 트렌드가 퍼지는 한편 기업의 재택근무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협업툴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물론 국내에도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글로벌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 보안 논란에 휘말려 파장이 커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줌의 보안 논란과도 일부 관련된 페이스북이 전격적으로 메신저 PC앱을 출시하는 한편 화상회의 시장도 정조준한 대목이다. 막강한 사용자 층을 가진 페이스북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출처=갈무리

잘 나가는 줌, 포르노 공격 당하다
코로나19로 근무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집단감염 우려가 시작되며 각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언택트 근무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하락국면이 지속되자 일부 대기업들은 제한적인 재택근무를 시작하는 등 일종의 타협에 나서는 분위기지만, 큰 틀에서 국내외 근무 트렌드를 종합해보면 재택근무 형태가 많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수치로 확인된다. 미국의 테크크런치가 3월 30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창궐하던 3월 14일부터 21일가지 비즈니스 앱 다운로드 현황을 조사한 결과 무려 6200만을 기록해 전 주 대비 45% 증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구글의 행아웃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줌과 같은 화상회의 앱 다운로드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줌의 경우 미국에서는 지난해 4분기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해 다운로드가 전주 대비 무려 14배, 프랑스는 22배 늘어났다.

승승장구하던 줌의 행보가 주춤한 것은, 3월 26일 마더보드의 보고서가 나오며 시작됐다. 마더보드가 줌 iOS 버전이 프로그램에 포함된 페이스북 로그인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통해 페이스북의 회원 정보를 보냈다고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페이스북 계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줌의 회원 정보도 페이스북에 넘어갔다.

한 사용자가 줌을 개인정보보호위반 혐의로 고소하며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연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 한 사용자는 줌이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공개하고 있으며, 줌을 가동할 때 사용자 동의없이 정보가 페이스북 등에 공유되는 것은 위법하다는 소장을 냈다.

줌은 논란이 커지자 즉각 페이스북에 데이터를 전송한 코드를 삭제하는 한편 3월 30일 새로운 업데이트 버전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 번 시작된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1일 미 연방수사국 FBI가 줌 사용에 있어 주의를 당부했으며,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중대한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 문제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줌 이용을 불허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탐사기업이며 미 항공우주국 NASA와도 협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방위사업 및 국가안보와 관련된 첨단기술정보를 가진 다루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가 줌을 이용하며 외부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한 고등학교에서 줌을 이용해 수업을 하던 중 갑자기 외부에서 포르노 콘텐츠가 방영되는 일까지 벌어지자 FBI까지 나서 '주의'경보를 내신 셈이다.

줌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던 '종단간 암호 방식으로 작동되어 보안에서 안전하다'는 말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페이스북 제3자에 정보를 무단으로 공유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사태 수습을 위해 CEO가 나섰다.

에릭위안 CEO는 2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이용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사과한다"면서 "최근 제기되는 많은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사과했다. 회의를 할 때 비밀번호를 성정하고 원치 않는 회의 참석자를 선택할 때 고급옵션을 통해 꼼꼼한 선별작업에 나서달라고도 제안했다. 나아가 앞으로 90일간 개발업무를 멈추고 모든 작업 리소스를 보안 문제 해결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추락을 시작하는 줌에는 날개가 없어 보인다. 에릭위안 CEO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도 나왔으나 현재 줌의 주가는 최고치 기준 20% 이상 급락한 상태다.

▲ 출처=갈무리

페이스북 승부수 던지다
코로나19로 뜬 줌이 보안 문제로 추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페이스북이 움직이지 시작했다. 더버지 등 주요 외신은 2일 페이스북이 메신저 앱을 PC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발표했으며 이 기능을 활용할 때 화상회의도 지원된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2016년 처음 시작되었으며, 이후 별도의 모바일 앱으로 빠지며 단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페이스북 자체가 모든 것의 연결에서 커뮤니티의 확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후 '모두의 거실'에서 '폐쇄된 면의 만남'을 택했음에도 페이스북 메신저의 존재감은 유요하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 메신저가 PC에서도 별도 앱을 출시한 셈이다. 물론 PC에서도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이는 페이스북을 열었을 때만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별도의 PC용 앱을 출시해 사실상 페이스북 메신저 시장 확장을 꾀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10대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메신저앱을 애용하는 가운데, PC에서도 앱을 통해 페이스북 메신저가 열린다면 이용자층 확대도 충분히 가능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페이스북이 PC용 메신저 앱을 출시하며 화상회의 기능을 추가시킨 대목이다. 줌의 개인정보보호 논란이 페이스북에 대한 정보공유에서 시작됐고, 이러한 줌의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페이스북이 줌과 비슷한 기능을 PC에서 전격 가동한 점이 눈길을 끈다.

▲ 출처=갈무리

메가 플랫폼의 시장평정?
페이스북이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메신저 앱을 출시하며 당장 거둘 수 있는 성과는 이용자 확장이다. 그 연장선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메가 플랫폼의 등장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페이스북은 현존하는 최대 SNS 플랫폼이며, 기본적인 SNS 기능에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연속적으로 붙이며 성장했다. 그런 이유로 페이스북이 화상회의와 같은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는 순간 시장의 판도가 순식간에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존 플레이어들이 탄탄하게 시장을 장악한 상태지만 페이스북과 같은 메가 플랫폼은 이미 가지고 있는 생활밀착형 서비스와의 시너지가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에 대한 각 플레이어들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줌의 보안위협에 큰 영향을 미친 페이스북이 줌과 비슷한 영역으로 파고드는 장면은 이색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페이스북과 CA의 논란에서 촉발된 제3자 보안논란의 핵심이 이번에는 페이스북이 아닌 줌의 책임으로 굳어졌으나, 냉정하게 말해 줌을 둘러싼 논란도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CA 논란과 맥락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메가 플랫폼인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하는 '개인정보 시장'에 대한 깊은 숙의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