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취업차 스페인에 갔다가 날벼락 맞은 위키트리 독자가 전한 '스페인 상황'

2020-03-3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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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책임자까지 감염… 스페인 국민들 극도의 불안감”
“집에 머무르라고만 하는 스페인 당국의 대응 안타까워”

사람의 모습을 찾아 보기 힘든 마드리드 시내 / 위키트리 독자 제공
사람의 모습을 찾아 보기 힘든 마드리드 시내 / 위키트리 독자 제공
“당연히 무섭죠,”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직장을 알아보러 갔다가 코로나19라는 ‘날벼락’을 만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위키트리 독자 A(40)씨는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으로 중무장을 하지만 슈퍼마켓에 갈 때조차 공포를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한 나라다. 이탈리아의 확산세가 둔화하는 데 반해 스페인에선 하루 사망자가 최대 증가치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기세가 스페인 전역을 초토화했다고 과언이 아니다.

워낙 환자가 많은 데다 전체 감염자 중 10% 이상이 의료진인 까닭에 의료시스템도 붕괴 직전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최근엔 스페인 왕실의 마리아 테레사 드 부르봉 파르마 공주가 코로나 19 감염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전 세계 왕실인사 가운데 코로나 19로 목숨을 잃은 첫 사망 사례여서 스페인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페인 현지의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봤다.

1)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십시오.

- 저는 스페인에서 호텔관광경영 석사 과정을 졸업한 영어통역사입니다.

2) 스페인에는 왜 가게 됐습니까.

- 스페인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한국에 들어왔는데, 몇몇 현지 기업들로부터 취업 제의를 받아 지난해 말 인터뷰 및 기업 탐방을 위해 왔습니다.

3) 현재 어디에서 머물고 있습니까.

- 수도인 마드리드의 중심가에 있는 콤플루텐세 대학 교수님의 댁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염병 전문가인 이 교수님은 한국에서 인연을 맺었는데, 저를 기꺼이 집에 머물게 해줬습니다.

4)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요. 사실상 외출금지 상황 아닌가요?

- 네. 현지에서는 식료품이나 의약품 구입, 직장 출퇴근, 애완견 산책 때를 제외하고 모두 외출금지라고 보면 됩니다. 경찰들이 곳곳에 지키고 있어서 다른 이유로 길에서 돌아다니다가 적발될 때는 벌금을 내야 합니다. 언론이 매일 몇 명 적발돼 벌금 얼마가 부과됐다고 보도할 정도입니다.

5) 식료품이나 생활용품 같은 것은 어떻게 구하는지요.

- 원래는 스페인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메르까도나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했는데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온라인 주문이 불가능해져서 가까운 가게로 직접 가서 구입합니다.

6) 슈퍼마켓에 갈 때 무섭지는 않은지요.

- 당연히 무섭죠,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일회용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일회용 장갑까지 착용하는 이유는 현 주거지의 공동현관 손잡이를 만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슈퍼마켓까지 가는 길에서도, 슈퍼마켓에 들어서도 최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식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7) 사실상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진 상태일 텐데 생활비 등은 어떻게 충당하나요.

- 한국에서 가져온 약간의 생활비와 저를 돌봐주시는 교수님의 도움으로 충당합니다.

8) 사망자가 하루 1000명 가까이 될 정도로 엄청난데, 스페인 국민이 불안해하지는 않는지요.

- 현지에서는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장 격인 페르난도 시몬 보건부 질병통제국장이 매일 브리핑을 해왔는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가 지금은 다른 사람이 브리핑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8만5100명 이상의 감염자 중 1만2200명 이상의 의료진이 감염됐는데요, 일선에 나서야 할 이들의 감염률이 굉장히 높아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게 사실입니다.

9) 스페인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현지에서 느끼는 바가 있는지요.

- 상황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처럼 마스크 쓰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지 않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또 거의 모든 술집이나 레스토랑들이 휴업 중인데, 일부 몰지각한 젊은이들이 집에서 새벽까지 파티를 하는 경우가 있어 민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0) 스페인은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어떻게 치료하는지요. 경증, 중증에 따라 치료법이 다른지요.

- 마드리드 및 바르셀로나 주요 지역 병원들의 ICU(Intensive Care Unit: 집중치료시설)가 이미 포화 상태에 있습니다. 경증일 경우에는 해열제 등을 처방받아 집에서 자가 격리를 권장하며, 중증일 경우에는 병원에 입원해 말라리아나 에이즈 치료제 등으로 치료한다고 합니다.

11)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전해 듣고 있는지요. 한국과 스페인의 코로나19 대응이 좀 다르다고는 느끼는지요.

- 매일 뉴스를 통해, 또 지인들로부터 접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외에도 마스크 쓰기, 자주 손 씻기 등을 강조하지만 이곳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가끔 손 씻기 등을 강조하는 보도를 접할 수 있으나 경각심을 일으킬 정도로 보도하진 않습니다. ‘집에 머물러라(Quédate en casa)'고 강조할 뿐입니다.

사람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마드리드 시내. / 위키트리 독자 제공
사람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마드리드 시내. / 위키트리 독자 제공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