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19 낙관론 접어...美주식시장, 8월엔 안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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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로나19 낙관론 접어...美주식시장, 8월엔 안정된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3.3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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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확진자 발생 두달만에 세계 최대 코로나19 확진자 국가로
당초 부활절 '경제 정상화' 자신하던 트럼프..사회적 거리두기 4월말로 연장
3명중 2명 자택에 머무는 미국인...미 경제 충격도 상당할 듯
전문가들 "뉴욕증시 바닥도 아직은 아냐"
마스크를 쓴 행인들이 미국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스크를 쓴 행인들이 미국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1월21일 미국 워싱턴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국 우한으로 여행을 다녀온 30대 남성이었다. 

당시만 해도 상황은 나쁘지 않아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확진자가 나온지 이틀만에 CNBC 방송에서 "우리는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 중국에서 온 단 한 명 뿐이다. 괜찮을 것이다"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단 한 명 뿐이던 확진자가 1만명으로 늘어나는데 걸린 시간은 58일이었다. 이후 불과 8일만에 1만명은 10배로 늘었다.

29일 오전 8시(이하 현지시각) 기준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3만9675명, 사망자는 2436명이다. 뉴욕시에서만 확진자는 6만명에 달해 미국 전체 확진자의 40%를 웃돌았다. AP통신은 뉴욕주 사망자가 미국 전체 사망자의 3분의 2가 넘는 100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내 첫 확진자가 보고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미국은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트럼프 "전쟁 이기기 전 승리 선언보다 나쁜 것은 없다" 고개 숙여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만만하던 태도도 수그러들었다. 당초 부활절(4월12일)을 경제활동의 재개 시점으로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4월말까지 연장하겠다고 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고, 보건 당국 전문가들까지 '신중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경고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이내에 코로나19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4월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전쟁에서 이기기도 전에 승리를 선언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좀처럼 안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은 한층 수그러들었지만, 2주 내 정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차례 더 물러설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상황이 호전될 만한 신호는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과 미국 전역의 주지사들은 장기전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29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출연해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에서 20만명 사이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장비 부족 탓에 사망자가 크게 늘 수 있고, 확진자 역시 수백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파우치 소장의 예상대로라면 코로나19와의 사투는 더욱 길어질 수 있는 것이다. 

래리 호건 매릴랜드 주지사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절정에 달하기까지 몇 달은 아니더라도 몇 주간은 더 남아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우리는 존스홉킨스대, 매릴랜드 대학 연구소 등 똑똑한 전문가들로부터 이같은 조언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4월24일까지 모든 학교의 휴교를 연장했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모두가 빨리 업무에 복귀하고 싶겠지만, 5월1일까지는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물리적·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만이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BCA리서치의 글로벌 전략가인 피터 베레진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평균적으로 3명의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달한다"며 "그 비율이 1 이하로 떨어져야만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에 미 경제 '직격탄'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미국 내 코로나19는 미국 경제도 빠른 속도로 갉아먹고 있다. 자택 대피령 혹은 재난지역 선포 지역이 늘고 있고, 많은 지역의 비필수 사업장은 임시 폐쇄됐다. CNN통신에 따르면, 전체 미국인 3명 중 2명꼴인 2억2500만명이 사실상 자택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미국 경제 충격의 여파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5~21일)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328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차 오일쇼크 당시인 지난 1982년의 기록인 69만5000건을 4배 이상 웃도는 역대 최대치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65만건 수준까지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세기만의 최저 실업률을 자랑하던 미국 고용시장이 급격히 침체되기 시작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미 경제의 70%를 이끄는 소비 역시 우려된다. 27일 발표된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는 89를 기록, 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당초 시장 예상치인 90을 밑돈 것은 물론, 전월 101에서 크게 하락했다. 소비자심리 지수의 하락폭은 과거 50년 중 4번째로 큰 규모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 심리, 특히 비필수재 관련 소비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피터 후퍼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필수적이지 않은 소비재와 광범위한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약 60% 감소할 것"이라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5조달러(약 6124조원)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3조달러 규모의 미국 경제 중 약 22%에 해당한다.  

미 경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코로나19의 안정화 시점이다. 

인베스터스비즈니스데일리(IBD)에 따르면, 노무라 증권은 5월에 미 경제 회복이 시작될 경우 2분기 GDP는 1분기 대비 10% 혹은 연간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악의 경우 코로나19가 6월까지 지속될 경우 2분기 GDP는 1분기 대비 25~30% 줄고,  연간 기준으로 7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제분석 기관 역시 미국의 2분기 경제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12%를 예상했고,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각각 -14%와 -24%를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30.1%를 예상했다. 

제임스 블라드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의 2분기 GDP가 50% 하락해 반토막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미 경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포함,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조달러 상당의 경기부양책을 제시했다. 개인들에게 현금이 지급되고 기업들이 경기부양책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미 경제 충격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지만, 미 행정부는 3분기 이후의 회복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2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 강도를 예상하기 어렵지만, 몇 달 이내 해결될 단기적 문제"라며 "3분기에는 GDP 수치가 크게 뛰어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업률 역시 기존의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S&P500 지수 추이.
S&P500 지수 추이.

"뉴욕증시, 아직 바닥 아니다"

미국 내 코로나19가 여전히 확산일로에 놓여있는 가운데, 미국 주식시장은 좀처럼 그 향방을 예상하기가 어렵다.

10여년간 추세적인 상승장을 이어온 뉴욕증시는 지난 2월12일 사상 최고치를 찍은 후 한달이 채 안된 시점에서 고점대비 20% 급락하며 베어마켓에 진입했다. 이후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무려 20% 반등하더니, 27일 다시 3% 이상 떨어졌다.

주식시장이 최악의 코로나19 위기에서 바닥을 치고 상승장으로 접어드는 것인지, 아니면 3일간의 상승이 기술적 반등일 뿐이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바닥이 아니라는데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로리 칼바시나 RBC캐피털마켓 수석전략가는 "미 증시가 연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확신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바닥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과거 금융위기 당시에도 2008년 11월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려는 시도를 했지만, 진정한 바닥은 2009년 3월에야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에도 S&P500 지수는 롤러코스터 흐름을 반복하며 역사상 최대 상승, 최대 하락 등의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역사상 최대폭의 변화 10건 중 4건이 2020년에 발생했는데, 이는 2008년과 같은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투자자들의 상대적 낙관론은 시장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또다른 징후"라고 말했다. 

공포지수라고도 불리는 변동성지수(VIX)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992년 VIX지수를 만들어낸 밴더빌트 대학교 금융시장 연구센터의 로버트 웨일리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70에 가까운 VIX지수는 S&P500 지수의 일일 장중 변동폭이 4~5%가 될 수 있음을 가리킨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한 좋은 소식이 있을 때 VIX 지수도 매우 빠르게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3일간 지수 상승폭이 20%에 달했으나 VIX는 60대에서 고공 행진을 벌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그가 VIX지수를 만들어 낸 이후 거의 없었던 높은 지수대라는 것. 즉, 지난주 24~26일까지 보인 상승 흐름이 안정적이지 않은 것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VIX선물 4월물 지수의 하락은 4월 VIX가 55를 밑돌 것임을 의미하고, 5월에는 45, 6월에는 40 이하를 예상할 수 있다"며 "8월에는 30대의 VIX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4월 이후 시장 내 변동성이 점차 낮아져 8월에는 안정적인 주식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야데니 리서치의 헤드 전략가인 에드 야데니는 "우리는 엄청난 충격 이후 경제가 정상화될 때까지는 (과감한 대응이 아닌) 아기 걸음마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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