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은 이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일 100명 이하를 밑돈다. 확산세가 누그러들자 '사회적 거리 두기'도 느슨해졌다. 지난 주말, 전국의 재래시장은 오랜만에 장 보러 나온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관광 명소는 봄나들이 나선 관광객으로 붐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교회도 현장 예배를 재개했다. 한 달 정도 현장 예배를 중단했던 대구·경북 지역 교회들과 수도권 일부 교회에서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현장 예배 재개를 알린 교회들은 △2m 거리 두고 앉기 △방문자 목록 작성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등 정부에서 권장하는 7가지 예방 수칙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예방 수칙을 지킨다지만 현장 예배를 진행하는 교회를 향한 여론은 좋지 않다. 온라인에서는 '신천지와 다를 게 뭐냐'는 반응이 줄짓는다. 아예 주민들이 조직을 꾸려 직접 예배당 주변을 방역하기도 한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예배를 진행하는 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부 교계의 극단적 반응은 여론을 더욱 악화시킨다. 평소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에 반대 의사를 밝혀 온 교계 대표적 극우 단체 한국교회언론회(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는 3월 23일 '예배 금지 명령이 유행가 가사인가'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교회언론회는 "유독 교회를 대상으로 예배 중단을 요청하는 것은,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이 같은 주장에 "논점을 흐리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감염병 특성을 의학적으로 분석해 감염 확률을 따져 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신 흩어져 예배하자고 권고하는 것인데, 기독교 탄압이라고 비약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코로나19가 많이 진정되기는 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코로나19가 많이 진정되기는 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이재갑 교수는 감염내과 전문의이면서 서울의 한 교회 안수집사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한국교회의 코로나19 대처를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70~75% 교회는 잘 대응하고 있는데, 예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극우적 교회들과 이에 동조하는 몇몇 대형 교회 때문에 모든 교회가 함께 욕먹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돌보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이재갑 교수를 3월 24일 강남성심병원에서 만났다. 이 교수는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한, 예배당 예배를 재개하느냐 마느냐만 논의해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감염병 시대, 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와의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예방 수칙을 지키면서 현장 예배를 재개하는 교회가 증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인데.

현재 신규 확진자 수가 많이 떨어졌다. 단시간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했기 때문에 이렇게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지금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집단감염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소규모 단위 감염만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 교육부가 4월 6일 개학하겠다고 날짜를 정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것도 연기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개학은 전 국민에게 안 좋은 시그널이 될 수 있다. '학교도 개학했는데, 이제 좀 괜찮아진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소홀히 할 수도 있다. 벌써 느슨해지는 게 보이지 않나.

75%에 가까운 교회가 온라인 혹은 가정 예배로 대체하면서 밀집된 방식의 예배를 피했다. 그런데도 현장 예배를 고수한 일부 교회에서 집단 발병이 수십 명 단위로 발생했다. 학교가 개학하고 교회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밀집 예배를 재개한다면, 지역사회 감염은 분명 더 심각해질 것이다. 학교에서 걸리고 교회에서 걸리고 두 집단의 감염자가 교집합을 만든다. 그렇게 되면 정말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시작된다. 한국 사회 특성상 학교와 교회가 유행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 교회는 온라인 예배로 전환해도 현장에 부교역자를 비롯해 교회 직원 등 30~40명이 참석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대형 교회는 온라인 예배로 전환해도 현장에 부교역자를 비롯해 교회 직원 등 30~40명이 참석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일 신규 확진자가 100명 이하인데.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안정된 상황 아닌가.

한국은 신천지 때문에 착시 현상이 있었다. 대구·경북 지역 확진자 약 5000명이 신천지 신도이고, 1000~2000명은 신천지와 연관된 사람들이다. 신천지라는 허수를 걷고 보면 자연적으로 발생한 확진자는 2000명 정도다. 적은 수가 아니다. 스위스를 보면 확진자가 2000명에서 1만 명까지 가는 데 일주일도 안 걸렸다. 우리는 그나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열심히 해서 이 정도로 줄였다. 그런데 신천지 확진자가 쏟아질 때와 비교해 상황이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느슨해진다. 지역사회 감염이 사라진 게 아닌데, 갑자기 이 사람 저 사람 섞이면 감염자가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건 시간문제다.

1918년 발병한 인플루엔자 감염병(스페인 독감)이 20세기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다. 그때는 약도 없고, 위생 상태도 좋지 않았다. 5억 명이 감염돼 5000만 명이 사망했다. 그때도 처음에는 살짝 돌았지만, 이듬해 가을 두 번째 유행 때 사망자의 2/3가 희생됐다. 그들도 처음에는 겪어 보지 못한 이상한 게 오니까 바짝 긴장했다. 시간이 흘러 사라진 것 같으니 긴장이 풀어져 대응을 소홀히 하다가, 그다음 해에 훨씬 크게 당한 거다. 감염병은 재발할 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심각해질 수 있다. 그래서 감염병 전문가들이 개학과 예배 재개를 걱정하는 것이다.

- 일부 목사는 정부가 일반 상업 시설은 강력하게 제재하지 않으면서 교회만 타깃 삼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예배 형태를 문제 삼으면 식당이나 마트, 대중교통 등도 다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논리인데.

한국 사회 개신교 인구가 20%라고 한다. 한국교회는 주일성수를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매 주일 예배당 건물에 모이는 건 어느 나라의 개신교 교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일 것이다. 1000만 명이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천 명 단위로 매주 모인다고 생각해 보라.

대구·경북 지역 신천지 신도 중 확진자가 많이 나온 건, 그들의 예배 방식이 달라서일 수도 있고 활발한 활동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중·대형 교회도 마찬가지 아닌가. 코로나19 이전에 예배하던 모습을 생각해 보자. 자리가 없으면 사람들끼리 붙어 앉고, 그렇게 한 번에 수천 명씩 예배한다. 주일 하루에만 그렇게 네다섯 번 한다.

현장 예배를 고수하는 한, 확진자가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안 없이 예배를 재개했다가 몇몇 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지금보다 더 지탄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나도 교인이지만 누가 그런 교회에 가겠는가. 그래서 교회에 제발 지금이라도 이전과 다르게 예배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최대한 현장 예배를 줄이는 등 적극 대응해 달라고 요청하는 거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예배하다 확진자가 나오니 '당신들이 신천지와 뭐가 다르냐'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지 않나.

교육부는 개학 날짜를 4월 6일로 정했고, 교회는 개학 시점에 맞춰 예배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갑 교수는 학교와 교회가 집단감염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교육부는 개학 날짜를 4월 6일로 정했고, 교회는 개학 시점에 맞춰 예배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갑 교수는 학교와 교회가 집단감염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교회언론회는 지금까지 확진자가 모두 예배 외 활동으로 감염된 것이지 예배하다가 감염된 사례는 없다며, 주일예배는 안전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와 프랑스는 예배 때문에 확진자가 발생했다. 증상이 모호하거나 가벼운 상황에서도 전파될 수 있는 등 감염자 상태에 따라 전파력도 차이가 난다. 단순히 예배와 예배 외 활동, 이렇게 구분해서 어떨 때만 감염된다고 말할 수 없다.

- 언제까지 이렇게 온라인 혹은 가정에서 예배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목회자와 교인이 많다. 대부분 교단은 개학에 맞춰 현장 예배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인데.

한국은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럽은 이미 문제이고 미국은 이제 시작이다. 미국의 경우 2~3개월 갈 것이라 예상한다. 그 외 지역에서도 증가 추세다. 한국만 조금 진정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 또 감염자가 증가할지 알 수 없다. 범유행(pandemic)은 우리만 잘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지금이야 그나마 서로 입국 제한하면서 교류를 최소화하니까 괜찮지만, 전체적으로 조금씩 안정될 때 느슨해지면 또 증가할 수 있다.

교회가 코로나19 이전과 다른 새로운 예배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감염 확률을 낮추자는 차원에서 현장 예배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하는 것이다. 최소 2미터씩 떨어져 앉아야 하는데, 예배당 크기는 한정돼 있다. 교구별로 예배 시간대를 달리해서 나오게 하거나 아예 숫자를 제한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몸이 약한 사람은 최대한 집에 머물게 하고 온라인 예배도 계속 병행해야 한다. 예배를 재개하느냐 마느냐 하는 고민에서 멈추지 말고, 조금 더 능동적으로 예배 방식을 재고해 달라.

교회학교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다. 개학해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가 많다. 학교도 안 보내는데 교회에 보낼까. 내 주변만 봐도, 교회학교에 자녀 맡길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거기서 확진자라도 나오면 그 교회 교회학교 붕괴는 순식간이다. 교회학교는 학교처럼 안전 수칙을 강하게 적용하지도 못한다.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예배를 재개하면 초등부·청소년부·청년부 다 위험하다. 신체적으로 거리는 두되 관계적으로 결속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잘못했다가는 교회학교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

​​이재갑 교수는 교회가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사회의 신뢰를 한 번에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이재갑 교수는 교회가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사회의 신뢰를 한 번에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단순히 예배당에서 예배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안절부절못할 때가 아니다. 교회가 지역 공동체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인을 사회에 주지 못하면, 교회는 지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교회가 예배 방법의 새로운 변화를 통해, 신앙도 지키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교회가 지역사회에 봉사할 방법도 많다. 교회는 넓은 장소가 있으니 지역사회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도 있다. 교회가 마을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보겠다고 먼저 제안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교회는 다음 세대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번 사태에서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교회의 미래가 갈릴 수 있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 6개월, 길게는 1년 넘게 갈 수도 있다. 교회가 신천지와 다르다고 주장한다면, 교회의 사회성이 무너지는 걸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 잘못하면 그동안 교회가 사회에 기여해 온 모든 게 무너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학교가 개학해도 교회는 더 오래, 더 신중하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계속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야 사회적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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