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3월 12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만희와 신천지 간부들을 고소한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3월 12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만희와 신천지 간부들을 고소한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신천지에 삶과 가족을 빼앗겼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가 '제2차 청춘 반환 소송'을 시작했다. 전피연은 3월 12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만희와 신천지 간부들을 사기죄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특수 공갈) 위반, 노동력 착취 유인죄, 영리 목적 유인죄 등으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강원도 춘천 지역 탈퇴자 3명과 신천지에 자녀를 빼앗긴 부모가 고소(고발)인이 됐다.

전피연은 2018년 12월, 신천지의 사기 포교에 속은 피해자들과 함께 제1차 청춘 반환 소송을 시작한 바 있다. 종교 사기로 잃어버린 삶에 대해 책임지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올해 1월 14일 "신천지 서산교회가 다른 교회 신도를 상대로 신천지 소속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은 채 접근하는 전도 방법이 종교의자유를 넘어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위법성이 있다"며 일부 승소 판결했다.

마침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의 반사회성과 가정 파탄, 허황한 교리 등이 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전피연은 국민적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종교 사기에 대한 적극적 처벌과 제재,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천지가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들이는지 적나라한 증언들이 나왔다. 춘천 지역에서 신천지에 포섭당했다가 탈퇴한 피해자 3명은, 신천지에 빠진 이후 재산과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가정이 파탄 났다며 경과를 소개했다. 기자회견에서 나온 증언과 피해자들 고소장 내용을 토대로 기막힌 사연을 정리해 봤다.

사업 실패로 고통 겪는 와중에 접근
"물불 안 가리고 개처럼 일 시켰다"
신천지에 끌어들인 이들에게 사죄

A는 2011년 신천지에 들어갔다가 2019년 9월 빠져나왔다. 그는 사업 실패로 고통스러워하던 중 '선교사'를 자칭하는 신천지 교인들에게 포섭당했다고 했다. 정통 교회 선교사들이 봉사하는 단체가 있다고 해서 신천지에 갔다가, 매주 3회씩 '복음방'에서 공부하면서 본격 활동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A는 "일한 대로 하나님이 갚아 준다는 말에, 지인 1명을 포함해 2명을 입교시켰다. 구역장을 맡아 전일제로 일했고 밤 11시에나 집에 돌아가는 생활을 6년간 해 왔다. 신분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도 거리낌 없이 했다. 교수·전도사·심리상담사 등 다른 인생을 연기하며 살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신천지에서 물불 안 가리고 일하면서 비인격적 대우를 받았다. 개처럼 일했다. 청평 평화의궁전 행사 때는 정원 잔디를 깔라는 지령을 받았는데, 예의를 갖추라고 해서 예배 복장으로 땀범벅이 되도록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달 25일씩 일한 임금 상당액이 약 1억 8000만 원에 이른다고 했다. 또 이 기간 신천지에 낸 헌금은 2650만 원에 이른다며 신천지를 처벌해 달라고 했다.

하루 종일 신천지에서 일하다 보니 가정에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사이가 나빠졌고 이혼 위기까지 갔다. 이 기간 가족과 밥 먹거나 여행 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신천지에서 빠져나왔지만, 이후에도 협박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A는 "어려서부터 정통 교회를 다녔다. '하나님 외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십계명 중 제1계명을 어긴 정신적 충격이 너무나 커서 좀처럼 그 피해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자신이 신천지에 끌어들인 사람들에게 사죄했다. "그동안 하나님의 일을 한다면서 하나님과 멀어지게 만들고, 신천지에 빠지도록 전도한 이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 지금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고, 몸과 마음이 다 망가져서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전피연 회원들은 '속아서' 신천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성경 공부 명목으로 불러들여 놓고 결국 신천지에 빠지게 한 뒤, 노동력과 헌금을 착취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전피연 회원들은 '속아서' 신천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성경 공부 명목으로 불러들여 놓고 결국 신천지에 빠지게 한 뒤, 노동력과 헌금을 착취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자녀 교육' 핑계로 성경 공부 권유
'복치기팀' 위장 스님까지 동원
"남편, 나 구출하려다 교통사고까지"

B는 2016년 남편의 직장 발령으로 갑작스레 춘천에 오게 됐다. 홈플러스 문화 센터에 갔다가 신천지를 만나게 된 그는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성경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B에게 접근한 인도자와 잎사귀(성경 공부를 유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는, 곧바로 '단계 향상자'로 불리는 또 다른 신천지 교인과 만남을 주선했다. 이들은 B에게 "아이를 잘 키우려면 먼저 엄마가 잘되어야 한다. 엄마의 기준이 바로 서야 한다. 그 기준을 바로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성경"이라고 접근했다고 언급했다.

주 3회 계속되는 성경 공부가 부담스러워 공부를 그만두려 하자, 신천지는 '가짜 스님'까지 동원했다. B는 "불교 신자였던 나와 성경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설 연휴 부산에 내려간다는 명목으로 성경 공부를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그만한다고 하니 그다음 날 상상도 못 할 모략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한 중식당에서 인도자와 잎사귀, 단계 향상자와 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법복을 입은 스님 일행이 나타났다. 그러더니 함께 앉아 있던 B의 자녀에게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어 왔고, 우연히도 신천지 교인들이 그 스님 일행을 '유명한 분들'로 소개하며 띄워 줬다고 했다. 스님들은 B에게 "이동 수(운세)가 있으니 집을 3일 이상 비우면 안 된다"고 겁을 줬고, 결국 그때 부산에 내려가지 못하고 성경 공부를 재개하게 됐다. B는 나중에 신천지에 들어가고 나서야 스님 일행이 이른바 '복치기팀'으로 불리는 신천지 내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B는 "신천지 생활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아침 전도단부터 시작해 저녁 6시까지 일했다. 집은 지저분하고 아이들은 굶주리는 가운데 하루 종일 커피만 5~6잔 마신 날도 있었다. 아파서 쉬겠다고 하면 '천국 문 닫히고 나서도 아파서 못 들어갔다고 핑계 댈 거냐'고 해서 무조건 참석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2년간 신천지에 낸 헌금과 착취당한 노동임금은 6400만 원 규모라고 했다.

그 역시 가족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고 가족이 고통당했다고 말했다. B는 "가족과 있을 때는 매시간 문자로 보고해야 하니 더 불편했다. 가족과 모임을 피하게 됐고, 외려 가족에게 불만이 쌓였다. 인터넷도 못 하게 하니 세상과도 단절됐다"고 말했다. 신천지는 B의 휴대전화 내역을 수시로 사찰하고 B의 부부 관계까지 간섭했다고 했다.

결국 B는 2019년 9월 가출했다. 그는 "남편은 내가 가출하려는 것을 저지하려다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남편은 나를 고소하면 돌아오려나 싶어 경찰에 고소했다. 신천지에서는 거짓 진술을 종용했고, 나는 그들이 불러 주는 대로 연습한 후 경찰에 출석했다. 결국 남편은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고, 휴직해야 했고, 트라우마로 지금까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자녀들 역시 엄마가 가출했다는 사실 때문에 정서적 불안감으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신천지에 빠졌다 나온 당사자 외에도, 자녀들을 신천지에 빼앗긴 부모들이 참석했다. 가족들은 오래전부터 자녀를 찾기 위해 1인 시위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사진은 2017년 청와대 앞 시위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기자회견에는 신천지에 빠졌다 나온 당사자 외에도, 자녀들을 신천지에 빼앗긴 부모들이 참석했다. 가족들은 오래전부터 자녀를 찾기 위해 1인 시위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사진은 2017년 청와대 앞 시위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신천지 때문에 교사까지 사직
"투병 중이던 시부·친부도 방치
아이는 홀로 방치해 분리불안 시달려"

C는 B를 신천지에 인도한 사람이다. 그는 2013년 윗동서와 시누이에 의해 신천지를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미술 심리 치료를 빙자해 시누이의 '아는 언니'가 C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모두 신천지 신도였고, C는 곧 신천지에 빠져들었다.

C는 2002년 임용 고시 합격 후 교직 생활을 하다, 시아버지 건강이 악화돼 봉양을 위해 잠시 휴직한 상태였다. 그러나 신천지에 빠진 후 결국 교사 생활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곳에서 종교 생활은 선택이 아니었다. 어렵게 공부해서 교사가 된 터라 사직은 생각도 못 하고 휴직만 연장했지만, 계속되는 고통으로 결국 교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그 역시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전도에 매달려야 했다. C는 "간부들은 나에게 '총회장님은 잠자는 시간 없이 일하고 있다'며 더 열심히 하라고 다그쳤다. 한 번은 보고하지 않고 집에 다녀왔다고 혼났는데, 태어나서 그런 호통은 처음 들어 봤다. 섭외부장에게 호칭을 붙이지 않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도 '가정교육' 운운하며 혼났다. 믿음을 빙자한 인격적 모욕을 경험해 아직도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C도 가정 위기를 겪었고, 지금도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암 투병 중인 시아버지를 방치했고, 역시 투병 중이던 친정아버지를 방치하고 요양원에 보내 돌아가시게 했다. 신천지는 가족들에게 폭행을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조카에게 목이 졸리고 머리를 맞아 고소하고 고소당하는 등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남편과 이혼 위기까지 갔지만, 다행히 2019년 5월 가족의 도움으로 이단 상담을 받은 후 신천지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C는 딸이 현재 분리불안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8살 아이를 혼자 어린이집에 보냈고, 저녁에도 집에 홀로 방치했다. 교육자로서 아이를 방치하는 것의 문제점을 잘 알기에 괴로웠지만 신천지는 '훗날 축복받을 것'이라고만 둘러댔다"고 말했다.

C는 건축 헌금을 비롯해 각종 헌금으로 2500만 원 상당을 신천지에 냈고, 3년여간 신천지에서 노동을 강요당하며 4800만 원 상당을 착취당했다고 했다. 그 역시 "종교 사기에 속아 정신과 물질적으로 피해받은 점을 보상받고, 신천지를 처벌하고 싶다. 더 이상 대한민국과 춘천에서 하나님을 이용한 종교 사기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천지에 자녀를 빼앗긴 피해자 가족이 3월 2일 청평 이만희 별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자녀를 돌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신천지에 자녀를 빼앗긴 피해자 가족이 3월 2일 청평 이만희 별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자녀를 돌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천지를 빠져나온 춘천 지역 피해자 3명 외에도, 자녀를 신천지에 빼앗긴 부모들이 참석했다. 김 아무개 씨 부모 D와 임 아무개 씨 부모 E는 이만희를 노동력 착취 목적 유인죄 및 영리 목적 유인죄로 고발한다고 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신천지에 빠지기 전에는 너무나 행복한 가정이었다. 신천지에 빠진 것도 애통한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건강마저 우려된다. 어디서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 채 애타고 있다. 부디 신천지에 빠진 아이들을 욕하지 마시고, 기망하고 속이는 신천지를 신속히 수사하고 이만희를 엄벌에 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전피연 신강식 대표는 "신천지가 작년 말 전국에서 각종 봉사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삶과 가정을 포기하면서 봉사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이 모든 것은 신도를 노예로 삼아, 물적·심적으로 교주와 그 지도부를 위해 일생을 바치게 하는 종교 사기이자 범죄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이번 2차 청춘 반환 소송은 국가 재난 시기에 거짓 명단을 제시하고, 거짓 기자회견을 열어 온 국민을 우롱하고 신도들의 미디어 접근을 차단하는 이만희를 끝내는 소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고발 대상에는 이만희뿐 아니라 춘천 지역 신천지 간부들도 포함돼 있다. 신 대표는 "피해 원인 제공자에게 직접 타격을 주어, 사기 포교 근간을 흔들고, 종교 사기로 인한 피해 가족의 고통의 울음소리를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탈퇴자와 탈퇴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제보와 적극적인 결단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전피연은 단순히 이만희 처벌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강식 대표는 "종교 사기로 은닉된 재산을 환수하고, 피해자를 위한 공적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정서적 회복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 사회 인적 자원인 청년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구호 장치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HWPL·IPYG·IWPG 등 신천지 위장 단체도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전피연은 "이들 단체는 철원 등 DMZ 국경 지대에 무단으로 대형 비석을 설치하고, 올림픽공원과 안산 와!스타디움, 수원월드컵경기장 등을 무단으로 점거한 전력이 있다. 이 단체들에 대해서는 조사나 방역이 안 되고 있다. 행정 당국의 비리가 있을지도 모르는 만큼,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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