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교회는 일주일에 한 번 카페에서 예배를 드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그저교회는 일주일에 한 번 카페에서 예배를 드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많은 교회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교회 크기와 상관없이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헌금을 지역과 복지 사각지대로 흘려보낸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그저교회(전인철·박경성·도혜연 목사)도 주일 헌금으로 대구 지역 선교 단체 대학생을 돕고 미혼모 가정에 마스크를 지원했다.

그저교회는 코로나가 확산하자 교인들과 논의해 3월 1일과 8일 주일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그저교회에는 어른 28명과 아이 18명이 모인다. 규모가 작아서 장점도 많다. 교인 전원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에서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으니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이번 코로나 대응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교인들은 코로나 여파가 수그러들 때까지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로 뜻을 모았다. 사회에 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두 번째 온라인 예배를 진행한 3월 8일 일요일. 평소라면 아이들 웃음소리에 왁자지껄했을 예배 장소는 조용했다. 그저교회는 일요일마다 상가 5층에 있는 노마드북카페를 빌려 쓴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자 마스크를 쓴 목사·교인 6명이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카페 가운데에 예배 실황을 생중계하기 위해 핸드폰 삼각대를 세웠다.

그저교회는 아이들 예배를 먼저 하고 어른 예배를 진행한다. 아이들 설교는 부모들이 번갈아 가며 맡는다. 이날은 지율·지후 엄마 도혜연 목사가 '똑딱똑딱 노아 할아버지'를 제목으로 설교했다. 어른들은 율동하며 찬양을 불렀다.

어른 예배 설교에서 전인철 목사는 "우리 이웃을 돌아보기 원한다. 마스크 한 장 구하는 것조차 어렵다. 이 시기 주님이라면 과연 어떻게 하셨을까 고민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고통과 탄식이 있는 이 땅에 구원과 해방이 임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저교회는 세 명의 목사가 이끌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도혜연·전인철·박경성 목사. 뉴스앤조이 이용필
그저교회는 세 명의 목사가 이끌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도혜연·전인철·박경성 목사. 뉴스앤조이 이용필
미래 세대 위한 '세대 통합 예배'
"우리 교회 정답이라고 생각 안 해,
여러 교회 중 하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그저교회는 2018년 4월 전인철 목사 가정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교인이 늘어난 상황이지만, 초기에는 전 목사 가정 네 식구가 전부였다. 전 목사는 '별다른 것 없는', '기본이 되자'는 의미에서 '그저'교회라는 이름을 지었다.

시간이 지나며 지인들이 하나둘씩 합류하고, 지난해 박경성·도혜연 목사 부부가 합류하면서 그저교회는 활발해졌다. 그저교회는 교회 예산에서 인건비와 운영비로 나가는 돈을 최소화하고, 그 돈을 이웃에게 흘려보내고 있다. 세 목사는 모두 이중직을 하면서 공동 목회를 하고 있다. 설교도 돌아가면서 한다. 전인철 목사는 "우리가 그렇다고 이중직이 정답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각자 형편과 필요에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전인철 목사의 관심사 중 하나는 '미래 세대'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드리는 '세대 통합 예배'를 하는 이유다. 아이들은 한국교회와 사회를 책임질 소중한 존재지만, 정작 교회가 아이 있는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이런 형태의 예배가 필요하다고 봤다. 아이들을 책임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기르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매주 아이 18명이 함께 예배를 드리니 별일이 다 일어난다. 전 목사는 "아이 때문에 설교하다가 화장실을 다녀온 적도 있다. 예배 시간마다 늘 시끄럽고 왁자지껄해도 하나님이 다 받아 주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어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예배 주체로 서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경성 목사도 "지금 당장 엉망 같아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세워질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훈련이 되는 것이다. 조금 시끄럽고 떠들썩하다고 거룩한 교회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본을 보이기 위해 작은 행동부터 실천한다. 환경을 생각해 주보는 블로그에 미리 게재하고 종이는 사용하지 않는다. 일회용품도 쓰지 않는다. 전 목사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어른들도 책임감을 느끼는 그리스도인이 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 설교를 부모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저교회는 일주일에 한 번만 모여 예배하고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교제한다. 정기적으로 화상 기도회를 하고, 조만간 성경 공부도 진행할 예정이다. 규모가 작다 보니 의사 결정이 빠르고, 무엇이든지 시도할 수 있는 여유와 자유가 비교적 크다.

박경성 목사는 "그저교회의 장점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 바로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관련 지원도 한 교인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바로바로 해 볼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우리 범위 밖이거나 한계가 있다면 얼마든지 중단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저교회는 계속 개혁되는 교회, 시대가 필요로 하는 책임 있는 교회가 되는 게 목표다. 전인철 목사는 "나는 우리 교회가 '정답'이거나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성 교회나 대형 교회에 반감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교회는 예수님을 머리로 받드는 여러 교회 중 하나일 뿐이다"고 말했다.

교인들이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인들이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그저교회는 2주간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 전인철 목사는
그저교회는 2주간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 전인철 목사는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 온라인 예배를 계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