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만희 총회장) 실체가 전 국민에게 알려졌다. 기독교계에서 언급돼 온 신천지의 각종 문제점이 연일 일반 언론에서도 쏟아져 나온다. 신천지 속성이 드러나 코로나19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너무 많은 정보, 특히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기사도 흘러넘쳐 불필요한 공포감이 생기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 전문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듯, 신천지에 대해서도 이들을 추적해 온 이단 전문가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뉴스앤조이>는 3월 5일, 구리이단상담소 소장 신현욱 목사와 <바른미디어> 조믿음 대표를 만나 이번 상황을 놓고 좌담을 진행했다. 현 상황과 신천지의 대처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신천지와 한국교회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는지 등을 들었다. 이번 좌담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신천지 논의를 총정리하는 시간이 됐다.

신현욱 목사는 20년간 신천지에 몸담으며, 장자 지파로 불리는 요한지파 새빛교회를 담임하고 12지파의 감사와 교육을 총괄하는 총회 교육장으로 활동했다. 육체 영생 교리의 허점과 이만희 교주 성 스캔들을 목격하고 2006년 탈퇴했으며, 이후 신천지 문제를 알리고 대처하는 사역을 해 왔다. 조믿음 대표는 이단 전문 매체 <바른미디어>를 운영하며 기독교계 이단의 위험성을 사회에 알리고 있다.

두 사람은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각종 매체와 인터뷰하며 신천지 전문가로서 지금 상황을 분석·조언하고 있다. 이들은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상황인데도 두 시간 넘게 대화를 이어 갔다. 좌담이 끝난 후 지금까지 많은 매체와 인터뷰했지만 이번에 하고 싶은 말을 가장 많이 했다며 웃었다. <뉴스앤조이>는 두 사람과의 대화를 ①신천지와 코로나19 ②신천지와 한국교회로 나누어 싣는다.

신천지에서 탈퇴하고 이단상담소를 운영하는 신현욱 목사(왼쪽)과 <바른미디어>  조믿음 대표와 신천지 문제를 진단하는 좌담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신천지에서 탈퇴하고 이단상담소를 운영하는 신현욱 목사(왼쪽)와 <바른미디어> 조믿음 대표가 신천지 문제를 진단하는 좌담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사교, 컬트, 종교 사기 집단
정부·언론·교회 모두 대응 실패"

- 신천지를 어떤 성격의 단체로 봐야 할까. 개신교에서는 이단·사이비라고 부르지만, 일반인에게는 기성 교회와 비슷한 집단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 같다.

신현욱 / 개신교에서는 정통 기독교 교리에 반하는 이들을 '이단異端'이라 정죄한다. 신천지를 굳이 정통이냐 이단이냐 분류해야 한다면 이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신천지가 이단이라기보다는 '사교邪敎' 집단, 컬트(cult)에 가깝다고 본다. 일반인이 신천지를 쉽게 이해하려면, 개신교를 빙자한 종교 사기 집단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신천지 신도들을 이만희 사기 행각의 피해자라고 여기며 사역해 왔다.

조믿음 / 종교 용어인 '이단'과,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나 근본은 완전히 다르다'는 뜻의 '사이비似而非'는 구별해야 한다. 신천지는 사회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신천지를 사이비 종교라고 하는 것은, 종교를 빙자해 각종 반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뭘 믿든 자유지만, 신천지가 믿는 교리 때문에 나타나는 반사회적 문제들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나는 신천지를 '종교 사기 집단'이라고 표현한다.

신천지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가정 파괴다. 이혼·가출 등 피해 사례가 너무 많다. 이만희는 신천지와 바벨론을 나누어서 이야기한다. (신천지 입장에서) 바벨론은 좁게는 정통 교회, 넓게는 신천지 외 다른 모든 것이다. 이런 이분법적 생각이 신도들의 이혼, 가출, 학업 포기 등으로 이어졌다. 탈퇴하면 미행하고 감시한다. 신현욱 목사님은 예전에 집단 폭행도 당하지 않았나. 이런 모든 것을 봤을 때 신천지는 정상적인 종교 단체라고 볼 수 없다.

- 31번 확진자가 나왔을 때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신천지와 사회 각 분야의 대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신현욱 / 나는 그동안 신천지를 '영적 바이러스'와 같다고 표현해 왔다. 강의 제목도 '신천지 영적 바이러스 예방 접종'이다. 신천지라는 영적 바이러스, 변종된 악성 바이러스가 세상의 바이러스와 만나 참사를 빚었다. 감염병은 감염 가능성 있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검사 참여, 적극적인 협조가 중요하다. 이런 병이 폐쇄적이고 괴물 같은 집단을 만나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이번 사태에서 신천지가 보여 준 행태는 상식적인 일반인에게 '뭐 이런 집단이 다 있어?'라는 인식을 줬을 것이다.

정부는 신천지 실체를 모르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신천지는 31번 확진자와 함께 예배한 인원이 처음에는 300명이라고 하더니, 다음에는 500명, 1001명, 1만 명이라고 했다. 신천지 전체 신도 명단을 받기까지 열흘이 걸렸다. 저쪽에서 내놓는 것만 받아 대처하다 보니 방역의 골든 타임을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 당국도 처음에는 신천지가 거짓말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처음부터 신천지를 잘 아는 전문가 조언을 받아 대처했더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믿음 / 이번 코로나19 사태 관련해 크게 네 분야의 대처 방법을 진단해 볼 수 있다. 첫째, 신천지의 대처다. 신천지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을 거다. 어떻게든 거짓말로 버티려고 했는데, 거짓말이 쉽게 드러나자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천지가 제공한 교인 명단이 진짜인지 의구심이 든다. 탈퇴한 지 10년 넘은 사람들도 확인 전화를 받고 있다. 그동안 진행 상황을 죽 보면, 신천지의 진정성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둘째, 정부의 대응이다. 초기 대응이 미숙했다. 정부는 신천지 특징을 잘 몰랐을 것이다. 현재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일과 관련해 가장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살인죄 혐의 고발, 법인 해산 등 서울시 행보는 의학적 대처와 무관하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겠지만 당장의 문제는 아니다. 신천지 특징을 파악하고 의학적으로 대처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있다.

그다음, 언론의 대처는 엉망진창이였다. 어떤 언론은 받아쓰기만 하고, 어떤 언론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지나친 분석을 하고, 어떤 언론은 자극적이기만 한 기사들을 내보냈다. 분명 나중에 신천지가 이런 보도를 이용할 때가 온다. 세월호 때 구원파가 대대적으로 정정·반론 보도를 청구했다. 신천지도 마찬가지다. 이 상황이 조금 사그라들면 나중에 언론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들 태도로 볼 때, 신천지 요구를 받아들여 정정·반론 보도 하고 끝낼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행동이 신천지를 유지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별다른 대응을 못 하고 있다. 그동안 신천지에 대해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낼 때도, 교회는 '우리 교인만 지키면 되겠지' 정도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앞으로 자신들 교회에 있던 '추수꾼'이 밝혀질 텐데, 어떻게 대처할까. 굉장히 당황할 것이다. 교회는 별다른 대응을 못 했고, 그저 당황했다고 본다.

신현욱 / 언론의 대응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입장에서, 신천지인들은 이 모든 것이 사단의 핍박·공격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언론이 지금 무분별하게 보도하다 보면 후에 신천지가 이를 요긴하게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7년 5월 8일, 지상파 언론이 신천지 문제를 처음 다뤘다. 그때 신천지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고 '반론 보도' 싣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신천지는 이걸 '정정 보도'라며 대서특필하고 전단까지 만들어 전국에 배포했다. 반론 보도와 정정 보도는 아주 다른 것인데도, 신천지에는 이게 먹힌다. 그때는 한 건이었지만 이번에 만약 다수 유사 사례가 발생하면 신천지는 그걸 바탕으로 더 힘을 얻을 것이다.

조믿음 / <천지일보>는 누가 봐도 신천지 유관지다. 신천지는 그동안 조직적으로 기자를 교육해 다른 언론사에도 파송했다. 지금이야 신천지를 비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정정·반론 보도를 제기하고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되면, 신천지에 유리한 기사를 써 줄 기자는 많다.

"이만희 두 번 절하며 사죄,
대외 이미지 전환 노리고
내부 결속 다지려는 전략"

- 이만희 총회장은 3월 2일 가평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했다. 사죄하며 두 번이나 납작 엎드려 절하기까지 했다.

신현욱 / 이만희가 절까지 하는 걸 보면서 신천지 모든 신도는 분명 충격받았을 것이다. 신천지에 있는 사람과 통화하며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물으니 우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더라. 믿음이 좋은 사람은 처참함·비통함을 느꼈을 것이다. 마치 예수님이 우리 죄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고 고난을 당해 죽음에 이르신 것처럼, 신천지인도 '총회장님이 우리 신도들, 더 나아가 하나님나라를 위해 한 몸 희생하시는구나' 감동받았을 것이다. 믿음이 어중간한 사람들은 좀 안타깝고 착잡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믿음이 없는 이들, 신천지 표현대로 '심령 유약자'들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거다. 구원자이며 천지 대주재라는 이가 자기들 앞에서는 당당하면서 다른 이들 앞에서는 울먹이고 절하는 걸 보며 '저건 뭐지. 정말 아닌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만희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나에게는 별로 충격적이지 않았다. 보면서 참 간교하다고 생각했다. 기자회견 전날, 서울시에서 이만희를 고발하고 법무부에서도 강제 수사, 압수수색 등 강압적 이야기가 나왔다. 이만희 평소 성격을 생각하면 분명 겁을 먹었을 것이다. 침묵하고 있다가는 안되겠다고 판단해 반응한 것 같다. 비판 여론을 잦아들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도들 동요를 막으려는 의도가 가장 컸으리라 예상한다. 이만희는 사건 터지고 외부에 일절 나타나지 않았다. 신도들 사이에서도 총회장이 혹시 감염된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나왔다. 그게 아니면 심경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게 아닌지 우려했다. 모든 궁금증을 잠재우고 '나는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보여 주려고 기자회견을 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잘 기획한 건 아니고, 졸속으로 다급하게 준비한 것 같다. 시계 차고 나온 것도 의도적이라기보다, 평소 과시를 좋아하니 즉흥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다. 전혀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엉뚱한 이야기나 하고. 심신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느꼈다.

조믿음 / 이만희가 압박을 받으니 기자회견에 나왔을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전날 서울시 고발이 있었으니까 그게 역할을 했을 것이라 본다. 이번에 기자회견을 보면서 이만희라는 사람이 조직적으로 신천지를 이끌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코로나를 '콜레라'라고 말하기도 하고, 음성·양성 개념 자체가 없었다. 나와서 2월 25일 발표한 총회장 특별 편지를 읽는 걸 보며 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기자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부분 아니었나.

또 하나, 퇴장하면서 기자단에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이를 보면서, 이만희가 정말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단체를 조직적으로 통제할 수 있겠나 싶었다. 신천지도 지금 굉장히 당황한 건 분명하다.

신천지는 이만희가 절하는 것으로 대외 이미지 전환을 생각했을 것이고, 대내적으로는 신도를 통제할 생각도 했을 것이다. 절하는 게 득과 실이 있었겠지만, 신도들은 아마 보면서 전투력이 불타올랐을 거다. 이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본다. 일단 신천지에 있으려는 사람은 붙들어야 한다. 그런 이들에게는 좋은 퍼포먼스였다.

"무조건 '신천지 때려잡는다' 아닌
방역 체계 무너뜨린 점 비판해야
가족 중 신천지 신도 알게 된 경우
절대 싸우지 말고, 끝까지 품어 주라"

- 지금처럼 모든 기관이 신천지를 겨냥하면, 신도들이 더 정체를 드러내지 않게 되고 이것이 방역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신현욱 / 단순히 숨는 것에 주목하지 말고 '왜 숨는지'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신천지 신도들이 수뇌부 명령에 따라 숨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전화 안 받고 검사를 회피하는 것은 신분이 드러났을 때 올 불이익 때문이다. 신천지인 대부분은 현재 자가 격리를 시행하지 않는다. 당연히 확진자가 계속 증가한다.

이만희가 나와서 절할 게 아니라 신도들에게 특별 지시 사항을 내렸어야 한다. 교주 말은 들으니까. "검사 안 받으면 신천지에서 쫓아내겠다", "전화 안 받고 기피하지 말고 적극 협조하라"고 했으면 신도들 마음이 움직였을 거다.

오히려 당국에서는 신도 한 명만이라도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긴급 체포하면 분명히 나머지 신도들도 움직일 것이라 본다. 신천지는 직접적으로 피해가 가야만 움직인다. 전화 연락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안 받는 거다. 신천지는 전화 세 시간 이상 불통이면 비상이다. 한 명이라도 강제적으로 조치를 하면 '내가 가만있다가는 처벌받겠구나' 하는 위기감 혹은 압박 때문에 양지로 나올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좋게 얘기해서는 양지로 나오지 않는다.

신현욱 목사는 이번 사태에서 가족이 신천지라고 고백해 온다면 절대 윽박지르지 말고 사랑으로 품어 줘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신현욱 목사는 이번 사태에서 가족이 신천지라고 고백해 온다면 절대 윽박지르지 말고 사랑으로 품어 줘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조믿음 / 신천지 신도들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은, 직장 혹은 가정에서 불이익이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신천지 수뇌부와 신도들을 구분해서 생각하면 좋겠다.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신천지 신도들도 가해자가 맞다. 하지만 신천지를 향한 비판과 법적 조치 같은 것은, 이 모든 것을 기획한 수뇌부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신도들은 어쨌든 나중에라도 회복해야 하지 않겠나. 둘을 구분해서 보는 게 좋겠다. 당국은 이만희를 강하게 압박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 신천지를 향한 지나친 압박과 혐오가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신천지의 반사회적 부분을 경계하는 이들은 이런 시각을 나이브하다고 보는데.

조믿음 / 일차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방역 대책이다. 그간 신천지의 행동, 현행법 위반 사항 등은 차차 고발하고 처벌하면 되는 문제다. 물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방해하는 신천지인들은 처벌해야 한다. 그 부분은 구분해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신천지를 비판하는 취지는 "모든 신천지는 나쁘다. 모든 신천지는 다 때려 잡아야 한다"가 아니다. 방역을 방해한 부분을 비판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것은 신천지라는 반사회적 성격을 띤 단체가 매개였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이런 인과관계가 정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채, 무조건 신천지를 비난하는 일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천지를 특정 종교, 특정 교단이라고 하면서 지금 상황을 종교 탄압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감염병이 확산할 때는 종교 탄압도 맞는 이야기가 아니다. 헌법에서도 종교의자유를 보장하지만, 이 자유가 국민의 안전과 질서 보장을 위협할 때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일차적으로 '방역 체계를 위협하는 신천지'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 단순히 신천지를 낙인찍고 혐오하는 것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신현욱 / 코로나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는 신천지인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들에게 본보기로라도 강력한 법적 제재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앞서 얘기했는데,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신천지 신도가 드러났을 때 직접 대처하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가족 중 신천지가 있을 수 있다. 본인이 두려워 신분을 숨기고 있다. 이럴 때 함께 뉴스 보면서 신천지를 혐오하는 이야기를 하면 과연 본인이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을까. 지금 상황에서 밝히면 부모님 혹은 자녀들과 갈등이 벌어져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기 때문에 절대 신분을 안 밝힌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너무 혐오만 하면 분명 더 위축되고 움츠러들 것이다. 신천지 신도 중 자가 격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법적으로 강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지만, 모든 신도를 따가운 시선으로만 보면 안 된다.

조믿음 / 이번에 가족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분들은 절대로 그들과 싸우면 안 된다. 일단 그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해 주셔야 한다. 가족들은 끝까지 사랑하고 끝까지 편들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에 회심이나 탈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족은 끝까지 안아 주셔야 한다.

신현욱 /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고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고 상담 현장에 큰 변화가 생겼다. 상담 요청이 쇄도하는데 대부분 두 부류다. 그동안 신천지인 줄은 모르고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번에 확신하게 된 경우와 스스로 신천지라고 고백해 오는 경우다.

가족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절대 윽박지르면 안 된다.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들은 지금 가족이 알게 됐을 때 반응이 어떨지가 가장 두렵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따뜻하게 품는 것이다. "이제라도 말해 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

나중에 조용해졌을 때 상담소 도움을 받으면 된다. 지금은 어차피 우리도 상담을 일시 중단한 상황이다. 최대한 안정할 수 있도록 긍휼한 마음으로 차분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절대 감정적으로 몰아세우거나 손찌검하면 안 된다. 충격받을 수는 있겠지만, 과잉 반응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신천지의 대표적 위장 단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이 개최한 만국회의에는 신천지 신도들이 소속 지파 색 옷을 맞춰 입고 참석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신천지의 대표적인 위장 단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이 개최한 만국회의에서는 신천지 신도들이 소속 지파별로 옷의 색을 맞춰 입고 참석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현행법 위반만 처벌해도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

- 신천지 전문가, 피해 가족들은 신천지가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수년간 여러 차례 지적했다. 현 상황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해서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는데.

신현욱 / 당장 코로나19 사태에서는 검찰 의지 문제라고 본다.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의 의지가 어디까지 미칠 것인가. 의지만 있다면 교주 처벌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검찰이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조믿음 / 코로나19와 별개로 그동안 신천지가 현행법을 위반해 온 부분은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예를 들면 건축법 위반이다. 모든 건축물은 용도가 있다. 31번 확진자가 대구 신천지 건물 4층에서 집회했다고 하는데, 그 층은 종교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명백한 위반이다. 과천 본부도 건축법 위반인데 10년 넘게 과천시가 방치하고 있다. 과천시청이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고 했지만, 단 한 차례도 집행한 적이 없다. 현행법 위반 사항을 인지하고 있으면서 방치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학원법 위반도 핵심이다. 신천지가 교세를 키울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게 '위장 포교'다. 위장 센터가 신천지를 이렇게 크게 만들었는데, 이 센터들이 다 학원법을 위반하고 있다. '학원 설립과 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에 보면, 10인 이상 학습자에게 30일 이상 학습을 제공하면 '학원'이다. 신천지 센터는 적어도 20명 이상이 매일 수업을 들으니까 이건 분명히 학원으로 분류된다. 피해자들이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나 고발했는데 검찰이 모두 불기소했다. 검찰은 센터가 신천지 내부 기관이고, 종교교육이기 때문에 규제할 수 없다고 했다.

둘 다 틀렸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신천지 내무부장이 나와 센터에서 교육받는 사람은 신천지 신도가 아니라고 했다.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종교교육 기관이기 때문에 불기소한다는 검찰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앞으로 신천지는 더 교묘하게 위장 활동을 할 것이다. 이런 위장 센터에는 신천지 간판을 달게 해야 한다. 새로운 법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현행법 위반 사항을 철저히 재조사해서 방치된 부분에 현행법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신천지는 현행법 집행만 잘 됐어도 존립할 수 없는 집단이었다.

이번에 서울시에서 신천지 법인은 물론 다른 이름을 쓴 위장 법인까지 찾아 해산하겠다고 했다. 신천지가 만든 대표적인 위장 단체가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이다. 피해자들은 이미 HWPL이 목적 외 사업을 하니까 법인을 해산시켜 달라고 2014년부터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다 무시했다. 심지어 담당자가 바뀌면서 인수인계도 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그 자료를 다 돌려줬다.

피해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도 했는데 그때는 가만있다가, 이제 와서 문제가 터지니까 법인을 해산하겠다고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법 집행만 제대로 했어도 신천지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다.

신현욱 / 현행법을 위반하는 부분만 잘 적용하고 처벌해도 대한민국은 신천지 같은 사교 집단이 존재할 수 없는 나라가 된다. 우리는 작은 기준을 지키지 않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게 누적되어 대형 참사로 나타나는 경우를 역사에서 죽 목격했다. 지금도 똑같다. 건축법·학원법 이런 것들을 관계 당국에서 조금 심각하게 보고 제대로 처벌만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법률로 이단을 정죄하는 건 어렵다. 대한민국에는 사상과 종교 선택의 자유가 있다. 이단적 교리 때문에 처벌할 수는 없지만, 반사회성을 띠면 처벌할 수 있다. 그들의 행위가 반국가적이고 비윤리적 행동으로 나타났을 때는 현행법으로 처벌할 근거가 있다. 현행법 위반만 잡아도 2·3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조믿음 대표는 정부가 신천지의 현행법 위반을 잘 단속했어도 신천지가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봤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조믿음 대표는 정부가 신천지의 현행법 위반을 잘 단속했어도 신천지가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봤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대표적 위장 단체 HWPL 얘기도 나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신천지의 위장 전략도 많이 위축되지 않을까.

신현욱 / 대규모 행사들, HWPL 같은 큰 조직은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다. 당장 대관도 예전 같지 않고 어렵다. 위장 포교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서산 지역 피해자들이 신분을 감추고 포교하는 '모략 전도'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아 냈다. 속임수 포교에 제동이 걸리면 일단 위축될 것이다. 거기에 코로나 문제가 더해져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신천지는 큰 장벽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포교 방법은 더 진화하고 있고, 진화할 것이다. 최근 우리가 추적·적발하고 있는 게 복음방·센터가 아닌 새로운 패턴이다. 컨설팅 회사, 상담 코칭 센터 등을 포착한다. 신천지는 어쨌든 진화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거의 막다른 곳에 왔다고 본다.

조믿음 / HWPL처럼 큰 행사는 확실히 대관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은 공무원들이 더 책임을 느껴야 한다. 신천지는 항상 교묘하게 일을 진행한다. 담당 공무원들이 진화한 이단의 수법을 인지한 상태에서 책임감 있게 행정력을 수행하면 좋겠다.

신천지에는 포교 전문 조직이 따로 있고, 거기서 잘되는 것만 12지파에 하달한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교묘하게 변화할 것이다. 보이스 피싱처럼 신천지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교묘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잠잠해지면 경각심이 사라질 수 있겠지만, 계속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신천지 활동을 추적해 함께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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