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교회가 온라인 예배를 결정하며, 목회자들은 혹시 주일 공예배가 해이해지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2주간 여러 교회 예배 실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오히려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시간 중계에 달리는 댓글들에는 '이렇게라도 예배할 수 있어 감격이다', '예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하루빨리 다시 모이기를 소망한다'는 반응이 줄지었다.

갑작스레 모이지 못하게 된 교인들은 3월 1일 어떤 마음으로 예배에 임했을까. 평소 같으면 교회에서 점심식사도 하고, 성가대 연습도 하고, 소모임을 했을 이들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소셜미디어에서, 온라인으로 예배하느라 예기치 않게 삼대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는 글을 접했다. 기자는 이야기 당사자 이신형 집사를 3월 4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신형 집사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 은광교회(성백용 목사) 이동준 원로목사 아들이다. 주일예배에 빠진 경험을 손에 꼽는 PK(목회자 자녀)다. 현재 은광교회에서 방송실 미디어팀, 청년부 부장, 구역장 등으로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바쁘게 봉사하는 안수집사다. 지난주 부모님과 아내, 자녀들과 삼대가 함께 거실에서 TV로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 장년 1200여 명이 모이는 지역 대형 교회 '바쁜 봉사자'의 하루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들어 봤다.

이신형 씨 가족은 3월 1일 집에서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여했다. 원로목사 부모님, 아내, 아들 세 명과 삼대가 함께했다. 사진 제공 이신형
이신형 씨 가족은 3월 1일 집에서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여했다. 원로목사 부모님, 아내, 아들 세 명과 삼대가 함께했다. 은광교회 성백용 목사는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자"고 설교했다. 사진 제공 이신형

- 3월 1일 예배는 어떻게 드렸나.

우리 교회는 1년 전부터 예배 실황을 계속 중계해 왔다. 이번에 처음 부딪쳤다면 큰일이었겠지만, 교회가 규모도 있고 경험이 있어서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는 데는 나름대로 수월했다. 우리 교회는 주일예배가 4부까지 있는데, 7시 30분 1부 예배를 실황으로 중계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실황을 녹화해 송출했다. 나는 1부 예배에 방송하러 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3부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렸다.

저녁에는 삼일절 기념 가정 예배를 드렸다. 담임목사님이 가정 예배를 강조하신다. 올해부터 매달 첫 주 저녁 예배는 가정 예배로 드리고 있는데, 마침 3월 1일이 첫 주일이라 그렇게 했다. 목회자 가족들은 잘 알겠지만, 목사님들 집에서 가정 예배 잘 안 한다.(웃음) 오랜만에 아버지가 인도하시는 예배를 드렸다. 아무래도 새로운 느낌이 있더라.

- 가정 예배도 그렇지만, 주일예배를 목회자인 부모님과 함께한 경험이 적을 텐데.

부모님과 함께 예배해 본 적이 손에 꼽힌다. 항상 강대상에 앉아 계셨으니까.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나 안고 예배했지, 지금은 다 초등부·중등부 따로 모인다. 삼대가 함께 모여 예배하니까 이색적이었다. 예전에 느끼지 못한 감정이 생기더라. '아, 이게 가족이구나' 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내도 좋아했다.

아이들은 좀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 막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교회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했다면 지금은 할아버지·할머니·엄마·아빠 눈치를 봐야 하니까.(웃음) 그나마 첫째·둘째는 중학생이라, 불편해하기는 했어도 잘 앉아 있었다.

- 온라인으로 예배하면 주위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돼서 느슨해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사람에 따라서는 긴장이 풀어질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온라인 예배가 더 좋았다. 매주 방송실에서 봉사하다 보니 오히려 예배에 집중하기 어렵다. 수시로 신경 쓸 게 많고 요청 사항도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온라인으로 예배하면서 해이해지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더 다잡았다. 가족들도 모두 온라인 예배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예배할 수 있어 다행이다'는 마음이었다.

저녁에는 목회자인 아버지의 인도로 가정 예배를 드렸다. 교회에서는 삼일절을 맞아 의미를 되돌아보는 가정 예배 순서지를 배포했다. 사진 제공 이신형
저녁에는 목회자인 아버지의 인도로 가정 예배를 드렸다. 교회에서는 삼일절을 맞아 의미를 되돌아보는 가정 예배 순서지를 배포했다. 사진 제공 이신형

- 복장은 어땠나. 어떤 교회 목회자들은 온라인 예배도 하나님 앞에 드리는 만큼, 교회 올 때처럼 복장을 갖추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름대로 갖춰 입고 신경 쓰기는 했다. 개인적으로는 복장이 그렇게 중요한가 생각하는 편이지만, 교육적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그렇게 했다. 아이들도 잠옷 바람은 아니고 외출할 때 입는 트레이닝복 정도는 입더라.

- 헌금은 어떻게 했나.

우리 교회는 헌금 바구니를 돌리는 시간이 따로 없다. 예배당 들어올 때 헌금함에 넣고, 봉헌하는 시간만 있다. 우선은 교회에서 별다른 안내는 없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고 본당에 다시 모이게 되면 그때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교회들이 헌금 때문에 예배를 중단하지 못하는 거라던데, 그건 아닌 거 같다. 어차피 십일조 내는 교인들은 지금 당장 못 해도 언젠가는 할 사람들이다. 오히려 예배가 정상화하면 감사헌금 할 것 같은데.(웃음) 사회에서는 교회의 모든 것을 돈으로 보는 거 같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신형 집사는 평소 가족과 함께 앉아 예배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온라인 예배로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신형 집사는 평소 가족과 함께 앉아 예배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온라인 예배로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예배 외 각종 모임은 어떻게 됐나.

교회에서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데, 모이지 못해 아쉽다. 아무래도 다음 주 모임도 연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기적으로 이렇게 간다면 심각해질 것 같기는 하다. 개인적으로 옆에 앉은 교인들에게 인사 한마디라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걸 못 하니까. 그나마 메신저 채팅이 부족한 부분을 메꿔 주기는 한다. 아내도 또래 교인들과 더 자주 대화하는 것 같더라. 목회자들도 청년들에게 온라인에서라도 교제를 나눌 수 있도록 계속 독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 부서가 아쉽다. 교회에서 부서별로 열심히 영상을 만들어서 제공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이들은 예배 영상을 틀어 줘도 딴짓하기가 쉽다. 주일학교 교사들이 한 명씩 케어하면서 끌고 가야 하는데, 온라인은 그런 부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 온라인 예배라는 형식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지난해 방송실에서 이것저것 해 보자는 차원에서 예배 실황 중계를 시작했다. 이런 일을 염두에 두고 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건축 현장에서 당직을 서는 사람, 병상에 있는 사람, 해외에 출장 간 사람 등 교회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참여하더라. 그런 분들이 피드백을 줄 때 뿌듯했다. 그분들은 이미 온라인 예배를 하고 있던 셈이다.

솔직히 온라인 예배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평가하기도 어렵고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온라인 예배가 보편적 예배 형태로 자리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케리그마(복음 선포)·디아코니아(봉사)·코이노니아(교제)를 해야 한다고 보면, 온라인 예배로 케리그마는 커버할 수 있을지 몰라도 디아코니아나 코이노니아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다.

- 코로나19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온라인 예배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번 한국교회의 온라인 예배 경험은 코로나19 때문에 갑작스럽게 끌려가듯 일어났다. 목회자나 교인이나 '이런 형태로 예배해도 괜찮은 건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이런 부분을 대비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독서 모임 멤버들과 얼마 전 영화 '두 교황'을 봤다. 나는 원래 영화를 잘 안 보는데, 그건 세 번이나 봤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교회는 삶 속에서 계속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이번에 처음 온라인 예배를 해 보면서 그 장면이 떠올랐다. 비록 이번 온라인 예배 현상은 타의에 의한 것이지만, 교회가 변화를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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