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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의 시선]페스트균과 코로나19

 

유럽을 공포와 두려움에 빠지게 한 전염병 페스트는 1347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을 시작으로 약 3년 만에 전 유럽을 휩쓸었다. 당시 발생했던 페스트균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이식쿨 호수 주변에 서식하는 다람쥐나 비버 등의 야생 설치류가 옮겼다는 설이 유력하다. 최근에는 유전자 분석 연구 결과 중국에서 발병한 페스트균이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으로 유입되었다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이유야 어떻든 감염 경로는 명확하지 않지만 페스트는 유럽 전역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폐에 균이 침투하는 페스트는 위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중세 시대의 유럽은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시 규모가 급성장한 탓에 환경이 불결했다고 한다. 또한 중세 시대에는 목욕을 하면 모공이 열려 역병에 쉽게 감염된다는 잘못된 의료 상식으로 목욕을 꺼렸던 이유도 있었다.

발병 당시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향수를 뿌리고 향초 오일을 바른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다녔지만 역부족이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시신을 처리하기 곤란해져 길거리에 쌓아 두는 바람에 더욱 확산됐다.

나중에는 환자가 발생하면 문을 걸어 닫고 산 채로 불에 태워 버리는 극한의 방법이 사용됐다.

사람들은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공황 상태로 내몰렸고 페스트의 여파로 잉글랜드와 프랑스 사이의 백년 전쟁이 중단될 정도였다.

1348년 무렵부터 페스트는 차츰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유럽 인구는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300년이 지난 뒤에야 원래 유럽의 인구를 회복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14세기 페스트의 위력은 대단했다. 페스트가 휩쓸고 난 후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일손이 부족해져 농민의 몸값이 올라갔다. 땅을 경작하고 곡식을 수확할 농민을 구하기 위해 영주들은 전보다 두 세 배 비싼 임금을 지불해야 했다는 보고서가 있다.

페스트로 인구 절감 그리고 노동력 부족은 경제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 19 전염병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주변 사람에 대한 기피와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고 경제 활동의위축과 각종 행사를 비롯한 일상이 멈춰진 것 같은 분위기이다.

OECD 10위권 내의 국가경쟁력이 무색할 정도로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서기가 일상화 되었고 그마저도 구하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AI를 비롯 4차 산업혁명의 획기적 변화라는 지금에서도 마스크 외에 특별한 예방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이런 웃지 못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초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감염자가 더 늘어나는 심각한 상황이 주어지고 있다.

페스트의 유행이 3년 동안 지속됐고 후유증이 회복되기까지 300년이 소요되었다는 역사적 사실 앞에 그저 두려울 뿐이다.

전염병도 그렇지만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경계 와 단절의 사회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를 비롯한 건물의 승강기 안에서 마주친 사람이 행여라도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있으면 상대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돌아서는 모습은 낯 설지 않은 풍경이 되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은 경제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사회 곳곳의 흐름이 멈춰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 두려움과 공포의 현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막연함이 더 무섭게 여겨진다. 그래도 우리는 더불어 살아야 한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힘들어하는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 이겨내자고 토닥여주는 것이 힘이라 생각된다.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통한 책임 의식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만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길임을 자각함과 동시에 각자 슬기롭게 대처하는 지혜를 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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