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ㅂ교회가 2월 27일 필리핀 대규모 선교 대회에 교인들을 보내 현지가 뒤집혔다. 일로일로 한인회 등 교민들은 이들의 방문을 수차례 만류했으나 듣지 않았다고 했다. 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대구 ㅂ교회가 2월 27일 필리핀 대규모 선교 대회에 교인들을 보내 현지가 뒤집혔다. 일로일로 한인회 등 교민들은 이들의 방문을 수차례 만류했으나 듣지 않았다고 했다. 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코로나19 의심자가 급증하던 지난 주말, 대구의 한 교회가 선교 목적으로 필리핀에 방문해 현지 사회가 발칵 뒤집히는 일이 벌어졌다.

대구 ㅂ교회 교인들은 필리핀 일로일로에서 2월 27일 열리는 'Run for Jesus 2020'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행 비행기를 탔다. 22일 3명, 25일 13명이 2번에 걸쳐 총 16명이 출국했다. 이 대회는 ㅂ교회가 파송한 서 아무개 선교사 파송 30주년을 기념해 현지에서 마련한 대형 행사였다. 약 2만 명이 참석하고, 필리핀 국민 영웅 매니 파퀴아오가 간증 집회를 할 예정이었다. ㅂ교회도 수개월 전부터 이 행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ㅂ교회 교인들이 필리핀으로 향할 당시, 대구 상황이 코로나19 문제로 매우 심각했다는 점이다. 출발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대구 지역 확진자는 한 명도 없었으나, 2월 18일 신천지 신자 31번 확진자 발생 이후 확진자가 폭증했다. 교인들이 1차 출국한 2월 21일에는 확진자 204명, 2차 출국한 23일에는 556명으로 급증했다. 2차 출국자들이 일로일로에 도착한 25일에는 977명까지 늘어났다.

일로일로 교민들은 대구에서 교인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을 재고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문대진 일로일로 한인회장은, ㅂ교회 교인들을 인솔하는 김 아무개 장로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전화를 받지 않아 "나 혼자 괜찮겠지 하는 안일함이 현재 대한민국을 혼란의 사태로 몰아넣었다. 신천지의 우매한 행동과 대처로 한국 전체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졌다. ㅂ교회가 외국에서 제2의 사태를 발생시키지 말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인회는 25일 교인들이 2차로 도착하자 김 아무개 장로에게 또다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 빨리 한국으로 되돌아가 달라고 요청했다. "지금 일로일로 전체는 교인들 방문으로 발칵 뒤집혀 있다. 시 정부에서는 이번 방문자들 이름과 숙소 정보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 중이며, 강제격리에 대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시민들은 한인에 대한 혐오감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으며, 혹 과격한 시민들이 이번 방문팀에 대한 테러와 일반 한인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인회는 "그렇게 이번 방문을 취소해 달라고 여러 방면으로 부탁을 했는데 이 일정을 강행해, 여기 사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며 삶 자체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 이번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여기에 터를 잡고 사는 모든 사람에게 큰 죄를 지으신 거라 생각된다. 지금 바로 귀국 항공편을 타셔야 된다고 본다"고 요청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에서 한국인들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필리핀 정부도 가만있지 않았다. 일로일로시는 대구에서 들어온 한국인들을 추적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경찰까지 동원했다. 결국 'Run for Jesus 2020' 행사는 4월 말로 연기됐다. 이 사태 전말은 <파나이뉴스 Panay News> 등 현지 언론에도 보도됐다. ㅂ교회 교인들은 27일 저녁 귀국했다.

ㅂ교회 "코로나로 참가 인원 대폭 축소,
교인 16명 건강상 문제도 없어"

대규모 행사가 취소됐지만, ㅂ교회 측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ㅂ교회는 당초 100여 명이 필리핀에 가기로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표를 취소하고 16명만 떠난 것이라고 했다. 교인들을 인솔한 김 아무개 원로장로는 2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마치 필리핀 현지가 난리 난 것처럼 말하는데 별로 그렇지 않다. 사실은 교회에서 상당히 많은 인원이 가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최종적으로 16명만 갔다. 필리핀 영사 요청대로 갈 때 병원에서 16명 전원 열 체크하고 기침·인후통 증상 확인 등 문제없다는 건강진단서를 받아 갔다. (한국 정부가) 출국 금지한 것도 아니고 (필리핀 정부가) 입국 금지한 것도 아니다. 공항이나 호텔에서도 (제지당하는 등의)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장로는 하루가 다르게 폭증하는 한국 코로나19 확진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경북 코로나 뉴스가 자꾸 나오니까 필리핀에서도 접하고, 시 당국 보건 담당자가 27일까지 나가 달라고 하더라. 행사도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순응했다"고 말했다.

김 아무개 장로는 별일이 아닌데도 일부에서 트집을 잡는다고 했다. "물론 코로나19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파송한 서 아무개 선교사에 대한 질투와 시기에서 나온 얘기 같다. 서 선교사가 현지에서 워낙 부흥시키니까 시기하는 거다. 물론 한인회장과 교민들 입장에서야 걱정할 수 있지만 너무 과장해서 안티들이 문제 일으키는 거 같다"고 말했다.

ㅂ교회 김 아무개 담임목사도 23일 설교에서 필리핀 선교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필리핀 복음화 대회는 우리 발걸음이 최소화되더라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드러나지 않음으로 그 땅과 백성에 복음이 집중될 것이고, 그들 힘으로 하나님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복음화 대회가 만들어질 것이다"면서 "선교지에서 돌아오게 될 성공적인 아름다운 열매를 함께 나누며 하나님께서 모든 재난과 환란을 해결하셨음을 감사하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서 아무개 선교사 입장도 들어 봤다. 서 선교사는 28일 통화에서 "일로일로시가 잘못된 정보를 갖고 집회를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군가 한 명이 대구에서 온 사람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린 거다. 그런 얘기가 도니 시장 마음이 흔들려 집회가 취소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교사는 후원받는 입장이다. 비즈니스로 치면 그분들은 투자자인데 오라, 오지 말라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대구에서 스스로 오는 수를 줄였다"고 말했다. 문대진 한인회장은 서 선교사에게 ㅂ교회 교인들이 오지 못하도록 부탁해 달라고 말했지만, 서 선교사는 그런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대구 지역 한국인들 방문은 필리핀 현지 언론에도 보도됐다. 현지 교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필리핀 사람들이 한인을 기피하거나 의심하는 징후가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27일부터 상가에 손님이 뚝 떨어진 곳도 있다고 했다. 파나이뉴스 갈무리
대구 지역 한국인들 방문은 필리핀 현지 언론에도 보도됐다. 현지 교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필리핀 사람들이 한인을 기피하거나 의심하는 징후가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27일부터 상가에 손님이 뚝 떨어진 곳도 있다고 했다. 파나이뉴스 갈무리

문대진 일로일로 한인회장은 2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평소 같으면 한국분들이 대거 들어오시면 당연히 반길 일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아니다. 들어오시지 말라고 수차례 간곡히 부탁했지만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들어온 이후에도 시 정부에 적극 협조했으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텐데, 호텔에서도 한인회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많았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이번 일로 현지인들 인식이 나빠질까 우려된다. 이미 어제부터 한인 상가에는 손님이 끊겼고, 지역 주민들 눈초리가 곱지 않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일로일로 지역 교민들은 최대한 정부에 협조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다만 시 보건 당국과 이민청에서는 1월 1일 이후 입국한 한국인을 조사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2월 26일 대구공항 또는 대구·경북 출발 모든 외국인(한국인 포함)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주필리핀대사관은 26일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을 올려 "이 조치는 발표 즉시 시행되었으므로 여기에 해당하는 분들은 필리핀 여행을 자제하여 주시기 바라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하여 본인이 대구 경북 지역 거주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서류(영문 주민등록등본 등)를 지참하시기를 권고한다"고 전했다.

다만 외교부가 사전 협의 없이 '입국 금지'를 발표한 필리핀 정부에 항의하면서 이 조치는 잠시 연기된 상태다. 주필리핀대사관은 27일 "현재까지 위 조치는 시행 유예를 적용받아 전면 시행되지 않고 있다. 대사관은 현재 필리핀 이민청과 대구·경북 지역 여행객 선별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중이며, 확정된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대사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지할 예정이니 입국 계획 중인 분들은 참고해 달라"고 했다.

2월 27일 열릴 예정이었던 'Run for Jesus 2020'에는 필리핀 국민 영웅 파퀴아오가 올 예정이었다.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대구 지역 한국인 방문 사실이 알려지자, 일로일로시는 4월로 행사를 연기시켰다. 페이스북 갈무리
2월 27일 열릴 예정이었던 'Run for Jesus 2020'에는 필리핀 국민 영웅 파퀴아오가 올 예정이었다.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대구 지역 한국인 방문 사실이 알려지자, 일로일로시는 4월로 행사를 연기시켰다.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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