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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총선 최대변수로…교회 흔드는 ‘선거 바람’

이준혁 기자 | 기사입력 2020/02/26 [22:58]
선거철만 되면 교회 찾는 정치인들…총선직전 광화문 부활절행사에 정치적 갈등 우려

‘코로나19’ 총선 최대변수로…교회 흔드는 ‘선거 바람’

선거철만 되면 교회 찾는 정치인들…총선직전 광화문 부활절행사에 정치적 갈등 우려

이준혁 기자 | 입력 : 2020/02/26 [22:58]

선거철만 되면 교회 찾는 정치인들총선직전 광화문 부활절행사에 정치적 갈등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4·15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감염병 대확산 국면에서 맞는 전례(前例)없는 선거라는 점에서 조기 수습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여당, 협조와 공세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야당 모두 머릿속이 복잡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거울삼아야 한다며 코로나19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2015년 여름 메르스 사태가 확산하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는데, 민주당 역시 코로나19가 총선 국면에서 현 정권에 불리한 소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악재가 되는 건 사실이라며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에 추가경정예산을 긴급 편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에 있는 대구·경북 등 민주당 험지에서 뛰는 후보들은 비상이 걸렸다. 대면(對面) 선거운동이 어려워진 것도 문제이지만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하는 것과 관련해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으로 알려졌다. 대구 북을이 지역구인 홍의락 의원은 지역 상황이 좋지 않다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구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수성을 민주당 후보인 이상식 후보는 지역 내 공포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때일수록 대구에 와서 시민들을 격려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호소했다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225일 오후 대구시를 방문, 방역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정부는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사태가 조속히 진정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는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 대구·경북과 함께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남칠우 대구시당위원장, 김부겸 대구경북 권역별 선거대책위원장(수성갑 국회의원), 홍의락 북구을 국회의원은 2월23일 오후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코로나19 확산방지와 신속한 격리‧치료를 위해 현행의 미비한 법과 제도를 뛰어 넘어 필요시 선제적이고 강제적 대응을 정부에 촉구했다.


미래통합당은 정부·여당이 요구하는 추경 편성 등에 협조하겠다며 초당적 대응을 약속한 상태다. 다만 정부의 초기 대응문제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생각이다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메르스 사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무능이 국가 이미지를 무너뜨린다고 했다문 대통령은 성급한 낙관론으로 국민들의 경계심을 낮춰 버렸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황교안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확진환자가 가장 많은 대구·경북 지역은 통합당 의원들이 대부분 현역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비판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 동갑에 출마한 통합당 김승동 예비후보는 문재인 폐렴, 대구시민 다 죽인다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가 비판에 시달렸다

▲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2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대규모 집회와 행사는 감염 확산을 악화시킬 수 있다.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서울시의 금지에도 광화문광장 집회를 강행한 것을 두고 한 언급으로 보인다.

 

황교안 왜 중국인 입국 못막나” VS 정세균 “이미 중국 출입국자 80% 통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225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즉각 중국 방문자 입국을 금지해야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황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한(武漢) 코로나상황이 정말 심각한 단계라며 현재 가장 시급한 조치는 중국발() 입국 금지라고 밝혔다. 그는 외부에서 밀려들어오는 감염원을 차단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내에서만 감염병을 극복해 낼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즉각 중국인 입국금지를 실시하고 새로운 유입을 막은 상태에서 국내 감염자 관리 및 방역 등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을 실시해야 우한 코로나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왜 중국인 입국 금지가 안 된다는 것이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이냐고 꼬집어 물었다. 이어 황 대표는 정부는 우리 국민에게는 외출을 삼가고 각종 집회, 행사 등을 자제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중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인파는 막지 않고 있다고 질책했다. 그는 또 이러니 우리나라 국민의 입국을 막는 나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마저 역으로 우리 국민 입국을 제한할 조짐을 보인다이래도 중국발 입국금지는 절대 안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발 입국 금지가 거의 유일한 극복의 출발점이라며 당장할 수 있는, 해야하는 조치부터 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와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라고 촉구했다.

 

방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거듭되는 중국인 입국금지 요구에 대해 실효성을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총리는 완전히 국경을 봉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중국에서 입국자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이미 실효적으로 중국 출입국자 80%를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면 중국과의 상호주의가 작동하는 경우가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돌아온 선거의 계절교회 흔드는 선거 바람

 

교회나 성당의 힘은 대단하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나.”

21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의 한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한 A씨는 올해부터 출마 지역에 있는 한 교회에 새벽기도를 다니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역구 내 5개 교회에 새신자로 등록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각 종교단체 시설들이 폐쇄되고 다중이 모이는 공간이 닫혀있기도 하지만 얼마전 서울 서초구 B교회에는 최근 주일마다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이 속속 찾아와 인사하고 다녔다.

 

지난 29일에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소속 예비후보의 딸이 찾아와 후보자를 대신해 명함을 나눠줬고 16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직접 방문해 선거 피켓을 들고 자신을 홍보했다. 인천 연수구을 민경욱 의원(통합당)2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일예배를 드렸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올렸다. 이 게시글엔 선거 때가 됐나 보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21대 총선까지는 상당 기간 남아있지만, 교회는 이미 선거 유세장이 됐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자들이 선호하는 장소다. 선거의 성격에 따라 즐겨 찾는 교회도 대형교회와 중소형교회로 나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교인 200명의 중형 교회를 섬기는 C목사는 총선 때는 후보들이 중형교회를 많이 찾는다. 중형교회 성도들은 대부분 그 지역의 주민이기 때문이라며 반면 대선 때는 중소형 교회보다 성도 숫자가 많은 대형교회를 주로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교구협의회도 정치인과 목사들이 만나는 접점(接點)이다. 교구협의회는 동네마다 있는 초교파 목회자들의 모임인데 매달 초 모임을 할 때마다 지역 정치인들이 찾아와 인사한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목회하는 D목사는 원래도 시의원이나 구청장, 국회의원들이 자주 찾아왔는데 선거가 임박하니 이름도 잘 모르는 예비후보들까지 찾아와 인사한다고 했다.

 

이로 인해 철새 성도도 생겨난다. 총선철만 되면 이 교회, 저 교회에 성도로 등록하는 후보자와 가족, 운동원들을 비꼬는 말이다. 철새 성도들 때문에 분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201620대 총선 때는 여야 후보들이 나란히 경기도 용인의 한 장로교회에 등록해 성도들끼리 편이 갈리기도 했다. 이 교회 권사인 한 70대 성도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교인들끼리 상대방을 비방하고 헐뜯으면서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뿐만아니라 일부 목회자들이 설교 때 아예 대놓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성도들의 반발을 사는 경우도 있다. 서울 성산동의 40대 직장인 L씨는 20대 총선 때 교회를 옮겼다. L씨는 아내의 권유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담임목사가 설교하면서 다들 아시죠하며 특정 정당의 기호를 상징하는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면서 선거법 위반을 피하면서 교묘하게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에 정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교회와 목회자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개신교인들은 절반 가까이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목사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응답자의 47.7%공적이든 사적이든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조성돈 교수는 기독교가 정치의 한 축인 것처럼 비친다면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며 교회의 정치편향 논란이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심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21 총선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새로 시행되면서 군소정당이 난립하고정당정책보다 이합집산을 통해 이미지 정치에 치중하고 있어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현재까지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39창당을 준비 중인 정당은 26개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행정학부)이번 선거도 예외가 아니다다만 이번의 경우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로 3%이상 득표를 하거나지역구에서 5 이상을 얻으면 비례대표 우선 배정 대상이 되는 관계로   느는 현상이 지속되지 않겠나 생각된다. (분당과 합당은정치적인 이익과 이해관계의 엇갈림과합종연횡의 결과물이기도 했다따라서 국민의 최종적 판단은 선거를 통해서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한국적인 정치제도가 처음 시행되면서 불출마를 선언한 국회의원이 비례정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국민을 위한 정책은 뒷전이고 다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한 꼼수만 난무하는 국회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총선 직전 부활절행사 정치적 갈등 증폭 우려예수의 부활정신으로 대화합을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올해 부활절(412)은 총선일(415)을 불과 사흘 앞두고 있다. 벌써부터 교회며 교단, 교단연합기구들이 부할절을 준비하고 앞다퉈 당일 행사일정을 발표한다. 그런데 2020년 부활절엔 수도 서울의 한복판인 광화문광장이 자주 인구(人口)에 회자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그 우려의 중심에는 대통령 하야와 같은 막말과 신성모독 수준의 일탈적 발언 행진으로 개신교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눈총을 받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주도의 집회가 있다. 전광훈 목사는 광화문 집회 등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224일 밤 경찰에 구속됐다. 전 목사가 구속되면 집회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하지만,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어온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전광훈 총괄대표 구속과 상관없이 주말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3·1절 국민대회' 준비에 총력을 다해온 만큼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보수 개신교계 최대 연합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주관하는 대규모 퍼레이드도 부활절인 412일 이어질 예정이다. 이른바 코리아 이스터(부활절) 퍼레이드로 아시아 최초의 이스터 퍼레이드 행사가 될 전망이다. 광화문광장 인근 새문안교회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올린 뒤 이화여고를 출발해 광화문대로~서울시청~세종문화회관 등 4구간을 행진한다. 이 퍼레이드엔 30개 보수교단 신도 5000명과 연도에서 이들을 반기는 30만 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부활절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퍼레이드가 열리기는 개신교 사상 처음이다.

▲ 2월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0 코리아 이스터 퍼레이드 기자회견'에서 코리아 이스터 퍼레이드 조직위원장 소강석(맨 왼쪽) 목사가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문제는 부활절이 총선 직전 주일이라는 점이다. 한기총과 한교총을 비롯해 여러 집회가 광화문에서 열리는 만큼 집회 참석자들 사이에 충돌도 예상된다. 한교총 교단장들은 총선 전이라 정치적인 우려가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 여러 시위와 소란이 예상되지만 관계 당국과 다른 집회 준비자들과 협의해 말썽 없이 행사를 치르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충돌과 마찰이 있을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를 인정하는 셈이다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심장부에 있는 소통과 화합의 대표공간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광화문과 세종대로를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이 염원을 담아 한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며 연일 이어졌던 촛불집회로도 한데 뭉친 민의(民意)의 결집장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종교적으로 광화문광장은 특별한 공간이다. 20148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에서 천주교 16개 교구 신도와 시민 등 50만명이 모인 가운데 한국 순교자 124위를 천주교 최고 영예라는 성인(聖人) 전 단계의 복자(福者) 반열에 올렸다. 20155월엔 세계 각국 고승과 시민 20만명이 모인 가운데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누자는 대중법회가 조계종 주최로 열렸다.

 

그런데 이제 그 명예와 소통의 광화문광장이 분열과 갈등의 상징이 돼 버린 느낌이다. 특히 예수님의 희생을 되새기고 부활의 으뜸 정신인 정의의 실천을 다짐하는 부활절 연합 행사마저도 갈라지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분열의 양상에 정치적 색채가 덧칠해져 심히 우려된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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