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제1차 회의 개최…위원회 권한 및 제도적 장치 마련
 

▲ 지난 5일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공식 출범과 함께 제1차 회의를 가졌다.

삼성그룹의 윤리경영을 감시하기 위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공식 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준법감시위 실효성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이 예고된 만큼 오는 14일 공판에서 얼마나 반영이 될지 주목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심리를 담당한 정준영 서울고법 형사1부 부장판사의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요구에 따라 삼성의 독립적 외부 감시기구로 만들어졌다.

삼성그룹 7개 계열사(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는 지난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하기로 합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공동 체결하고, 각 관계사 이사회 의결 절차를 가결했다.

준법감시위원은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명으로 구성됐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위원회는 첫번째 일정으로 지난 5일 오후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제1차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위원회의 제반 규정들을 승인하고 관계사들의 준법감시 프로그램 등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앞으로의 구체적인 활동 일정을 논의했다.

향후 위원회는 협약을 체결한 삼성 그룹 7개 계열사들의 대외후원금 지출 및 내부거래를 사전에 검토하고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 여부를 판단해 의견을 제시하고, 그 외에 전체적인 준법감시 시스템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점검 및 개선사항을 권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 그룹 7개 계열사에 대해 필요한 조사, 조사 결과보고 및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이날 회의에서 정한 운영규정에 따라 위원회는 관계사의 대외적 후원금, 내부거래 등에 대한 사전 또는 사후 모니터링, 합병과 기업공개를 포함한 각종 거래와 조직변경 등에 대한 의견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이를 위해 관계사와 별도로 신고 시스템을 갖추고, 철저하게 신고자의 익명성과 비밀을 보장하는 장치를 통하여 신고를 받는다.

위원회는 관계사 최고경영진이 준법의무를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인지하였을 때 이를 예방하기 해여 관계사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직접 위험을 고지하는 등 의견을 제시하고, 관계사 준법지원인 등으로 하여금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어 관계사 최고경영진이 관여한 준법의무 위반행위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관계사 준법지원인 등에게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 조사결과에 대한 보고 및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 관계사 자체 조사가 미흡할 경우 위원회가 해당 사안을 직접 조사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사무국 또는 외부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위원회 권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는데, 관계사들이 위원회의 요구나 권고를 받고도 이를 수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적시하여 위원회에 통지하도록 했다. 이 경우 위원회가 원래의 요구나 권고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재권고 또는 재요구를 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령상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그 사실을 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하여 공표한다.

또 관계사 준법지원인 등이 위원회의 요구나 권고 등과 관련하여 준법감시 등 업무수행 등에 부적절한 점이 있다고 판단하면 준법지원인 등의 임명이나 해임에 관한 승인 권한을 갖는 이사회에 위원회가 직접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위원회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국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외부인사인 심희정 변호사를 사무국장으로 선임했다. 심 변호사는 현 법무법인(유한) 지평 소속 파트너변호사로 사법연수원 27기,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은행분과 자문위원, 금융감독원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T/F 위원 등을 역임한 금융규제분야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로 알려졌다.

사무국은 관계사 준법감시인 4명과 외부인사로 변호사 2명, 회계사 1명, 소통업무 전문가 1명을 영입해 운영한다. 규정으로 사무국 직원의 관계사 업무 겸직을 금지하고 위원장 및 위원의 위촉기간과 동일하게 사무국 직원의 임기를 2년 및 연장 가능한 것으로 정하는 등 독립성 보장을 마련했다.

김지형 위원장은 이날 "위원회 출범에 관심을 가져 주신데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바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전 대법관 출신으로 현재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다. 지난 2014년 삼성전자 백혈병문제조정위원장과 2016년 구의역사고 진상규명위원장을 역임했고, 지난해에는 김용균 씨 사망사고 관련 진상규명위원장도 맡았으며, 현재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편, 오는 14일 다시 공판준비기일로 열리는 이 부회장 재판에서는 위원회를 놓고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 공방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의 쟁점은 단연 '양형'이다.

지난달 17일 네번째 공판에서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의 형량을 정하는데 전문심리위원을 두고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따져 판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범죄 위법성에 대한 증거는 채택하지 않고, 준법감시위원회 실효성만으로 양형 기준을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은 당초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가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뒤집혀 집행유예를 넘는 사실상 실형 선고 확률이 높은 판결을 받으며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됐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과 운영이 이번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의 양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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