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대한민국의 데스몬드가 되기 위해

입력 2020. 01. 08   16:30
업데이트 2020. 01. 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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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주 현 하사 
육군52사단
고 주 현 하사 육군52사단

필자는 학창 시절부터 소방구급대원이 꿈이었다. 학창 시절 응급구조를 전공했고 1급 응급구조사를 취득했다. 2018년 4월, 의무병에 지원해 선발되었고, 입대해 육군52사단 예하 연대로 자대배치 받았다. 내 군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입대한 지 반년쯤 지나 두 번째 휴가를 나갔을 때였다. 친구들과 볼링장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데 초등학생 정도 돼 보이는 학생이 갑자기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어쩔 줄 몰라 하시던 환자 부모님께 내 신분을 밝히고 환자 상태를 살펴봤다. 의식은 있으나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다. 보호자에게 물어보니 간식을 먹다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했다. 기도폐쇄가 의심돼 하임리히법을 활용해 복부를 밀쳐 올려 응급조치를 했다. 다행히 학생은 구급차로 이송되는 도중 의식을 되찾았다. 군에서도 훈련 복귀 행군 간 물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 전투체육 간 축구를 하다가 골대에 부딪혀 쓰러진 간부 등 다양한 응급환자들이 발생했고 출동해 응급처치를 했다. 사회에서 쌓은 능력으로 군에서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필자 또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전역하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 중 하나였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어 가장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런데 의무중대장님께서 수도방위사령부와 52사단에서 관심 갖고 추진하는 ‘화살 전우사랑’ 운동이 있으니 신청해 보라고 조언하셨고, 신청해 선발돼 혜택을 받았다. 화살 전우사랑 운동은 생계가 어려운 병사들을 위해 간부들이 조금씩 모아 후원하는 제도다. 큰 도움이 됐고 군에 큰 감사를 느꼈다. 또한 ‘존경의 소통’을 기치로 한, ‘출근하면 즐거운’ 우리 연대에서 군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의무 계통 병과의 간부가 되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조금 폭넓게 진로를 찾아보게 됐다. 의무중대장님·행정보급관님 등 부대 간부님을 만날 때마다 조언을 구했고, 그분들은 지금까지 군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을 말씀해 주시고 군인으로서 내 진로를 함께 고민해 주셨다.

다양한 길이 있었지만, 전문하사에 지원하기로 했다. 병사와 간부 사이에서 리더이자 팔로어 역할을 멋지게 수행할 자신이 있었다. 또 우리 부대에 전문하사를 시작으로 간부로서 군에 이바지하고 있는 부사관 선배님들이 많다는 이유도 있었다. 특히 정신전력교육 간 시청한 영화 ‘핵소 고지’의 주인공 데스몬드가 의무병으로서 1개 중대를 구해낸 영웅적인 행동을 보면서 꼭 간부에 지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나는 전문하사에 지원했고 선발되어 지금은 응급구조부사관으로서 부대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전역 후 사회에서 응급구조사로 활동하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멋진 부대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어 지금 너무 행복하다.

육군 간부가 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부대 동료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앞으로도 육군 의무부사관으로서 대한민국의 데스몬드가 되어 육군과 부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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