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크리스마스 이브에 찾아온 '몰래산타'의 선물 보따리

이 시대 산타와 메신저의 역할은?
포럼동행과 전남지역아동센타가 6년간 이어온 "산타가 나타났다"
여수지역 100가정과 전남지역 20가정에 소외된 가정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다

  • 입력 2019.12.24 09:46
  • 수정 2019.12.24 23:43
  • 기자명 심명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몰래산타 미션을 앞두고 흥겨운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캐롤송과 화려한 트리로 마음이 들떴는데 그닥 올해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골똘히 생각해 보니 머릿속에 스치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님 까불면 죽어”

막가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전광훈 목사의 신성모독 막말 말입니다. 그의 말이 기독교에 대한 염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 말입니다. 종교와 현실정치에 대해 똥오줌도 구분 못하는 한기총 대표회장의 도가 넘는 발언들은 이 시대 하나님을 팔아먹는 사탄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 어느 해보다 성탄전야제 기분이 나지 않습니다. 정치에 하나님을 팔아먹는 일부 한국 기독교인들의 자성(自省) 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산타가 나타났다"

"산타가 나타났다" 미션 수행에 나선 몰래산타 원정대 모습

하지만 세상이 어둡다고 불만불평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주위가 어두우면 촛불을 켜서 주위를 밝히는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촛불을 켜는 데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 없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부지런한 누군가가 나서면 되니까요.

주위를 한번 둘러보니 어려운 이웃들에게 촛불을 켜는 이들이 참 많았습니다.

지난 23일 여수시 학동 대림1사택에 100명의 산타가 나타났습니다. 일명 몰래산타 행사인 '산타가 나타났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날 밤 산타행사를 앞두고 루돌프 사슴코, 캐롤송 등을 부르며 흥겨운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포럼동행이 2013년부터 전남지역아동센타와 함께 조손가정과 한부모가정 그리고 장애우가정 등 불우한 가정을 방문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전하는 미션 수행을 펼치고 있습니다. 올해로 6년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공연을 관람중인 포럼동행 박완규 대표의 모습

포럼 동행 박완규 대표는 “오늘은 산타 봉사하는 날인데 총 100가구의 사연 있는 아이들 집을 찾아가 그 아이들을 위로하고 보듬어주자”면서 “오늘 같은 날은 눈썰매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독려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줄 몰래산타의 선물꾸러기가 가득하다

선물을 전달해줄 아이들의 사연을 받은 이 단체는 여수지역 100가정과 전남지역 20가정에 줄 선물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그 선물은 치킨을 비롯하여 혼자 덮을 수 있는 이불, 과일, 화장지, 생필품을 준비했습니다. 처음 이 행사를 열게 된 계기를 묻자 전국지역아동센타협의회 김정희 전남지부장의 눈시울이 불거졌습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산타행사는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 소식을 듣고 박완규 대표님이 산타행사를 해보자고 제안해 지금까지 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은 아버지가 음주운전으로 교도소에 가고 어머니가 가출한 가정이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을 받고 너무 반기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몰래산타의 미션 수행

아이들에게 줄 사랑의 선물을 가득 든 몰래산타

몰래산타에게 어떤 미션이 주어질까요. 먼저 산타교육을 받은 뒤 각자에게 임무가 부여된 가정으로 배달에 나섭니다. 집에 도착하면 준비한 케익에 촛불을 켜고 크리스마스 캐롤송이나 생일축하송을 부르며 아이들과 얘기를 나눕니다. 마지막에는 아이를 안아주며 뜻깊은 시간을 나누고 오는 것이 일일산타에게 주어진 임무입니다. 행사에 참가하는 산타는 이날 봉사라는 마음보다 축제의 장이라는 생각으로 하루가 마무리 됩니다.

6년간 해마다 산타행사와 장소를 제공해온 대림산업 여수공장 김태현 부장은 "지난 6년간 몰래 산타에 지속적으로 함께해 오고 있다"면서 "지역에서 불우한 아동을 비롯해 소외된 청소년 가정과 결손가정에 산타와 캐롤송을 들으며 함께 한다는 것이 대림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져 저희도 행사에 동참한 것이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따뜻한 온정을 전하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결손가정 아이가 혼자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상을 당해 팔에 물집이 생겼다

몰래산타 행사에 다녀온 양기웅 원장의 체험담은 해마다 연말이면 보도블록 공사를 갈아엎는 여수시와 여수시의회에 자성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에고, 동사무소에서 이런 곳(어려운 가정)에 도움의 손길이 전혀 없었군요. 안타깝습니다. 아직까지도 인도 보도블록 갈아엎는 예산낭비는 있어도 이런 곳에 복지는 어디 갔나요? 탁상공론이 아닌 발로 뛰는 복지를 기대합니다. 대형 사회복지재단에 사진 찍기 좋은 곳에 도움주기 보다는 이런 곳에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또 다른 산타인 사공춘씨의 체험담은 안쓰러움이 가득합니다.

”산타 방문을 갔는데 아이가 화상을 입고 있어서 응급실로 업고 왔어요. 라면 끓여 먹으려다가 화상을 입었는데 혼자 붕대를 감아보려 하고 있었어요. 그 타이밍에 방문한게 천만다행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조용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았지만 몰래산타가 되어 나타난 시민들은 불우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심어줘 보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합니다. 만약 이들 조차 없다면 화상을 입어도 보살펴 줄 부모가 없는 아이들의 동심도 꽁꽁 얼어버렸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 시대 진정한 메신저의 역할이란 '하나님 까불면 죽어'가 아닌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과 용기를 버리지 말라는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가 든 선물 보따리가 아닐까요.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