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재계에서는 자칫 노사갈등 커질까 우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삼성이 18일 ‘노조 와해’와 관련한 법원 판결 이후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삼성 그룹 창립 이래 81년간 ‘무노조 경영’ 원칙이 사실상 깨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17일 법원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사건의 1심 공판에서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13개 혐의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7명을 법정 구속하고, 삼성그룹 및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32명 중 26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같은 판결에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 17일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의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인 노조파괴가 법원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환영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은 지난 1938년 고 이병철 회장이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창립 할 때부터 시작됐다. 고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노사가 협력하지 않으면 기업은 망하게 되는 것이다"라며 “내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는 노조를 용납할 수 없다”는 소신으로 무노조 경영을 실천했다. 

그럼에도 삼성 내 노조 설립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다. 1960년 제일모직 노조가 설립됐고, 1977년 제일제당 미풍 공장 노조는 결성 직후 내외부 압력에 의해 해산되기도 했다. 1980년대 들어서 삼성중공업 노조 설립을 시도하자 당시 복수 노조가 허용되지 않는 것을 이용해 삼성이 먼저 어용 노조를 만들면서 무산됐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을때면, 삼성 측은 그동안 “무노조 정책은 임직원의 권익과 복리 증진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보장의 취지이며 많은 글로벌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기업 경영 방식의 하나”라고 적극 방어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삼성은 2009년~2011년 지속가능 보고서에 "노조를 조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무노조 정책 명시를 하다 2012년 이후 지속가능 보고서에는 "근로자 대표를 경영 파트너로 인식한다“고 정책 원칙을 수정했다. 

12월18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노동조합 와해 사건과 관련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공동명의입장문으로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그 의미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재판 1심 판결에서 일부 유죄 판결이 났으나 관련 임직원들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며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의 발표는 노조탄압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기존의 노사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노조 문제가 삼성 계열사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11월16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삼성전자 노조가 출범을 하면서 삼성전자에 처음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함께 양대 노총이 들어서게 됐다. 이 외에도 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삼성물산·전자서비스·SDI·엔지니어링·에스원·웰스토리 등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됐다.

한편 경영계와 재계에서는 국내 19만여명의 직원을 둔 최대 사업장인 삼성그룹에 우후죽순으로 노조가 들어서고 강성노조로 인한 노사 및 노노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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