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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가 눈 파먹어 실명된 12살 희망이 입양 결심한 권재희씨

양쪽 눈이 실명된 녀석에게 손을 내밀고 '희망이'란 이름을 지어준 권재희(27) 씨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인사이트Instagram 'helpshelter'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지난 7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인근에서 한 달째 말티즈 한 마리가 힘없이 떠돌아다닌다는 시민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그리고 성남시보호소는 녀석을 구조했다. 녀석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깥 생활 오래한 탓에 녀석의 상태는 심각했다. 양쪽 눈에는 구더기가 득실거렸으며 피부병, 치석 등 건강 상태가 매우 나빴다. 게다가 12살로 추정되는 노견이었다.


어리고 건강한 강아지도 쉽게 입양처가 결정되지 않는 요즘 시 보호소에 들어온 녀석은 안락사 1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권재희 씨


그때 녀석에게 손을 내밀고 '희망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이가 있었으니 바로 권재희(27) 씨였다.


12살이라는 늙은 나이에 양쪽 눈 적출 수술까지 앞둔 녀석을 입양하리라 마음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장애가 있는 강아지를 돌보기 위해서는 건강한 강아지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데다 트라우마 등으로 보통의 유기견보다 사회화가 덜 되어 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재희 씨는 이런 어려운 결심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인사이트사진 제공=권재희 씨


재희씨는 인사이트 취재진에 "희망이 사진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충격과 '얼마나 아플까'였다"며 "인간은 생사가 걸린 일이 아닌 데도 아픈데, 이 상태가 된 이 개는 얼마나 아플까란 생각에 눈을 감아도 자꾸 희망이 모습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또한 나이가 많아 보호소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재희 씨는 그 즉시 보호소에 찾아가 희망이를 만나고 자신의 사비를 털어 수술비를 마련했다.


그러나 희망이를 데려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적출 수술부터 회복 그리고 희망이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인사이트사진 제공=권재희 씨


재희 씨는 집 안 가구 배치부터 바꿨다. 최대한 긴 통로 위주로 집 구조를 바꾸고, 희망이가 돌아다닐 때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도록 만들었다.


또한 가구마다 뾰족한 모서리 등은 뽁뽁이로 중무장해 희망이가 부딪히더라고 크게 다치지 않도록 했다. 무려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재희 씨의 오랜 노력 덕에 희망이는 이름처럼 점점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재희씨는 "희망이 성격은 정말 밝아졌다. 머리만 한번 쓰다듬어줘도 장소 불문 바로 배를 보이고, 더 긁으라 축축한 코로 손을 찌르며 재촉한다"며 "구운 고기가 메뉴일 때는 저희가 먹기 전부터 자기도 입이라고 왕왕왕 짖는다"며 웃어 보였다.


인사이트사진 제공=권재희 씨


어쩌면 안락사 당해 주어진 생을 다 살아보지도 못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 지도 모르는 녀석에게 희망을 준 재희씨, 그리고 눈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도 씩씩한 발걸음을 내딪으며 몸소 희망을 보여주는 녀석의 교감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각 시 보호소에는 희망이처럼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자신의 마지막을 기다리며 울고 있는 강아지들이 많다.


사지 말고 입양하는 문화가 더 많이 확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