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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9-12-04 17:37:35

    수정 : 2019-12-04 17:45:21

[Daily News] 방문서비스 노동자의 눈물 “고객 개에 물려도 우리 개는 안 문다 해”

2019-12-04 17:37:35



각종 사고에 속수무책
[2020년 1월호 vol.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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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서비스노동자 권익찾기 토론회'를 열었다.

    "아는 선배가 점검을 마치고 나오는데 서명받는 과정에서 고객이 안고 있던 개에 돌연 어깨를 물렸어요. 설상가상으로 반대쪽에 있던 개가 종아리를 물어 크게 다쳤죠. 그런데 고객은 '우리 개는 무는 애들이 아닌데'라며 우리 개에 위해를 가하려다 다친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해요. 미안하다는 말조차 없었죠. 선배는 상처가 심해 병원에 다녀야 했지만, 고객에게 치료비 받기 뭐하다며 병원비도 온전히 자기가 부담했어요. 고객 방문 시 반려견에 물리는 일은 비일비재한데, 치료비조차 그 어디에서 받기 어려운 현실이에요"
     
    '건강한 생활을 코디'하는 생활가전업체 방문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실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업무를 수행하며 각종 사고와 감정노동 등에 노출되지만 이들을 보호해줄 장치는 없었다. 렌탈 업체의 유니폼을 입고, 업체의 이름으로 고객을 응대하지만 '근로자' 아닌 자율근로소득자다. 이들은 회사의 보호도 국가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서비스노동자 권익찾기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실을 가득 메운 방문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은 토론과 함께 진행된 현장 증언에서 열악한 근무 환경에 공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 교통사고 나도 아픈 갈비뼈 부여잡고 업무ㆍ미팅 강행
     
    방문판매 서비스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일일이 고객을 방문해 점검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특성상 무거운 장비를 들고 다녀야 해 차량으로 이동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유류비 등 유지비 부담으로 자전거 및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무거운 장비를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싣고 다니면서 교통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정수기 업체에서 10년간 코디로 근무 중인 고수진 씨는 업무 수행 및 이동 중 발생한 사고를 생생히 증언했다. 고 씨는 신입 때 자전거를 타고 고객 집으로 향하던 중 생수 배달차와 부딪쳐 사고를 당했다. 고 씨는 "자전거에 실린 짐의 무게로 혼자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차량 운전자가 자전거에 깔린 나를 일으켜주자마자 아픈 줄도 모르고 굴러떨어진 필터부터 주었다"며 "사고로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 데 나 자신보다 필터를 챙기고 기다릴 고객을 먼저 챙겨야 했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일을 하던 고 씨는 또 한 번의 사고를 겪었다. 고객 집으로 향하던 중 빙판길에 미끄러진 것이다. 갈비뼈에 통증을 느낀 고 씨는 어떻게든 고객 방문 서비스를 마쳤고 이후 지국에 병원을 가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조심하지 그랬냐'와 '그래도 입원한 것은 아니니 예정된 업무 미팅에는 참석하라'는 것이었다.
     
    고 씨는 "이런 크고 작은 사고는 코디&코닥들에게 빈번히 일어나지만 병원도 한 번 가보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회사 업무를 위해 이동하다 다쳤음에도 회사에서는 책임은커녕 인권마저 외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 성희롱에도 무방비 "속옷만 입고, 야동 크게 틀어놔도 모른 척 일해야"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신변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상황도 빈번했다. 인천에서 렌탈업체 방문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윤선 씨는 "고객 집을 방문해 점검을 해야 하기에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머무르게 되는데, 이때 말로 성희롱을 당하는 것은 기본이고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고객을 대면하는 코디도 상당수"라고 증언했다.
     
    이 씨는 "속옷만 입고 문을 열어주는 남성 고객, 점검하는 동안 야한 농담을 던지는 고객, 야동을 큰소리로 틀어놓는 고객도 있다"며 "아는 척을 하면 더 한다는 것을 알기에 무시하고 점검에 집중하는 데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씨는 "정수기를 점검하는데 귀에다 콧바람을 불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고객 때문에 점검 가방도 챙기지 못하고 뛰쳐나온 코디도 있다"며 "그럴 때도 가족들이 알까 내색도 못 하고,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오히려 오해를 받을까 걱정부터 앞서는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해도 고객에게 직접 항의하는 일은 드물었다. 사무실에 이야기하면 코디 대신 남성인 코닥으로 배정을 바꿔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남성 코닥이 없는 곳은 다른 코디로 배정하는 걸로 마무리된다. 이 씨는 "다른 코디가 배정되면 혼자 보내기가 안타까워 동료 코디가 자청해서 같이 가는 것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전부"라며 "우리는 '감정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보호도 받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 근본적 해결 위해 근로자성 인정돼야
     
    방문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이 각종 사고와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 있다. 방문판매 서비스 노동자 대부분은 업체로부터 업무 관련 지휘ㆍ감독을 받으며 교육 및 출근을 강요받고, 업체 유니폼을 착용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근로자'가 아니다. 이들은 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해 독립사업자로 분류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도 서비스를 받는 고객도 업체 '근로자'로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른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최저임금법 적용 ▲유급휴일 보장 ▲연장ㆍ야간 및 휴일근로 수당 지급 ▲연차 유급 휴가 보장 ▲회사 지출 비용 개인 전가 불가 ▲4대보험 적용▲근로시간 단축규정 적용 등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방문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은 근기법상 '근로자'성이 부정돼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서 정부는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했지만, 방문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은 현행 산재보상보험법이 정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후 지난 10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중소기업 사업주 산재보험 적용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1년까지 방문서비스 종사자, 화물차주, 돌봄 서비스 종사자 및 정보통신(IT) 업종 프리랜서로 적용 대항을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에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 약 3만명이 해당될 예정이다.
     
    다만, 이마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보완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하인준 법무법인 향법 변호사는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은 현행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의 적용도 받지 못해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 적용에서도 배제돼 왔다"며 "결국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관계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과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근기법 상 근로자 개념 확대와 더불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사회 보험 보장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임고은 기자 goi@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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