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미군에 테러해 결렬시켰던 탈레반, 트럼프 발언에 회담 사실 인정...대변인으론 "협상 재개는 너무 일러" 반응
탈레반, 지난 19일 '3년간 억류' 미국인-호주인 교수 2명↔탈레반 포로 3명 맞교환해 협상재개 관측에 무게 실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추수감사절인 11월2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 수도 카불 북쪽에 있는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서 장병들에게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추수감사절인 11월2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 수도 카불 북쪽에 있는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서 장병들에게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부대를 돌연 방문해 '무장반군 탈레반이 평화협상을 원한다'고 발언했다. 이후 탈레반이 하루 만에 카타르 도하에서 양측간 비공식 회담이 열렸다고 확인했다.

탈레반은 29일 알 자지라와 인터뷰에서 "탈레반 대외창구가 있는 카타르 도하에서 양측이 예비 회담을 진행했다"며 "(양측간 만남은) 공식 평화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could pave the way for the resumption of formal peace talks)"고 밝혔다.

아프간 현지 매체 톨로뉴스는 지난 24일 대통령궁 소식통 등을 인용해 미국과 탈레반이 카타르 도하에서 비공식 평화협상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앞서 지난 2월부터 도하에서 9차례 가량 평화협상을 벌인 바 있다. 이 매체는 구체적인 협상 재개 시점과 참가자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2001년 9·11 테러를 당한 뒤 18년째 진행 중인 탈레반과 전쟁을 종식하고, 미군을 철수하고자 작년부터 평화협상을 진행해 지난 9월2일 합의 초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지난 9월 미군 1명 등 12명이 사망한 폭탄테러를 자행하고 배후를 자처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탈레반은 러시아 등을 찾아 협조를 요청하는 등 협상 재개를 원해왔다.

그러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추수감사절 계기 아프간 주둔 미군부대를 방문한 28일 "탈레반은 합의를 원한다. 우리는 그들과 만나고 있다"며 "이제 그들은 휴전을 하기를 원한다"고 선제적으로 공언한 셈이다.

탈레반은 미측과의 회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조속한 협상 재개를 촉구해온 것과 사뭇 다른 입장을 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같은날 오전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관련 "현재로서는 협상 재개를 언급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했다. 그는 탈레반의 공식 입장이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탈레반은 앞서 지난 19일, 3년 동안 억류한 미국인 교수·호주인 교수 등 2명을 아프간 정부군에 붙잡힌 탈레반 포로 3명과 맞교환하며 협상 재개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에 2시간 30분가량 머물며 현지에 파병된 미군 장병들을 격려하고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짧은 양자 회담도 개최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평화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탈레반이 몇 가지 양보를 더 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또한 지난 9월28일 치러졌으나 발표가 계속 늦어지는 아프간 대선 결과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주목한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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