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을 총괄하는 총선기획단에 ‘이남자(20대 남성의 줄임말)’가 나타났다. 이 남자의 정체는 전직 프로게이머이자 현직 진보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황희두 위원(28·남).

11일 서울 용산 인근 카페에서 만난 황희두 민주당 총선기획단 위원. (사진=김혜선 기자)
11일 서울 용산 인근 카페에서 만난 황희두 민주당 총선기획단 위원. (사진=김혜선 기자)

황 위원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황희두가 누구냐”고 물을 정도로 깜짝 인사다. 지난 5일 열린 민주당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이해찬 대표의 바로 옆자리를 차지한 인물도 그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조국 사태 이후 싸늘해진 20대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해 ‘작정하고’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그의 이력은 범상치 않다. 지난 2009년 프로게이머로 데뷔해 1년여 만에 은퇴했다. 당시 유명한 게이머 ‘임요환’에게 제대로 패배하면서 ‘제물 테란’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후 활동은 사회운동가로 변신했다. 수필가 아버지 고(故) 황태영씨와 함께 ‘북레터365’ 활동을 하고 넛지스토리 국도형 대표와 함께 청년문화포럼을 설립했다. 일 년 전부터는 ‘알리미 황희두’라는 유튜브를 시작해 진보 스피커 역할을 시작했다. 황 위원의 총천연색 이력은 모두 한 방향으로 향한다.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간의 소통이 그것이다.

지난 11일 서울 한 카페에서 황 위원을 만나 그의 정체를 캐물었다. 그는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황 위원과의 일문일답.

Q. 최연소 민주당 총선기획단 위원이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 평소 민주당과 관계가 있었나.

A. 민주당 권리당원이긴 하지만, 내부에서 열렬하게 활동하지는 않았다. ‘황희두 알리미’로 정치 유튜브를 하고 있다보니 민주당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총선기획단에 합류하게 됐다. 평소에 민주당을 보면서 좋은 정책이 왜곡된다던가, 홍보가 잘 되지 않는 점 등이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오해를 풀고 싶어서 (기획단에) 합류했다.

Q. 총선기획단 첫 회의는 어땠는지.

A. 처음엔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막상 들어가서 회의하니 분위기가 좋았다. 모두들 친근하게 다가와 주시고 청년층의 이야기를 정말 귀담아 들으시려는 분위기였다. 만약 제가 정치를 하려고 생각했다면 그 자리가 부담됐을 텐데, 전 총선기획단 이후에도 정치할 생각이 없다. 눈치 봐 가면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할 생각이다.

Q. 총선기획단에서 역할은.

A. 정청래 전 의원과 강선우 전 사우스다코타주립대 교수와 함께 홍보소통과를 맡았다. 정 전 의원께서 이스포츠에 조예가 깊으시더라. 개인적으로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한다. 알고 보니 제가 프로게이머 시절 MBC 게임히어로 팀에 있었는데, 정 전 의원이 팀 창단에 족적을 많이 남기신 분이었다. 첫 회의에서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중에 정 전 의원과 스타 대결도 하기로 했다.

Q. 총선 출마 예정 없나.

A. 전혀 없다.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만약 제가 정치를 시작한다고 하면 비영리단체라든지, 지금까지 활동 자체를 왜곡해서 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인이나 사회 여러 계층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중요하고, 공부 잘 하는 사람만 정치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저는 현 정치와 청년들을 잇는 가교 역할로 충분하다. 제가 길을 터놓으면 저보다 훌륭한 청년들이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으면 한다.

(사진=김혜선 기자)
(사진=김혜선 기자)

Q. 20대 남자로서, ‘이남자’들이 보수화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제 주변만 보더라도 취업이나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 과정에서 고생도 많이 하고 심적으로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개혁’이라는 말이 청년들에게 와 닿지 않고, 그것보단 보수 쪽 이야기가 안정감을 주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여기에 젠더 이슈와 맞물리면서 이남자들이 절망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민주당에 좋은 정책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이번에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랑 전국대학생위원회에서 예비군 훈련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제대로 안 알려진다. 이런 내용들은 충분히 20대 남성과 30대 남성까지 굉장히 와 닿는 정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성 세대들이 정말로 청년 세대를 위해 ‘공감’만 하는지 ‘실천’을 하는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이번 조국 사태에서 청년들의 박탈감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당에서 국회의원 자녀 입시 전수조사를 하자고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나중에는 안 된다고 말이 바뀌더라. 의원 자녀 전수조사는 문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떠나 한 번 까보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또 다른 정치 논쟁으로 넘어가서 제 입장에선 답답했다.

Q. 유튜브에서 과거 보수층이었다고 고백한 적 있는데.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A. 예전에 프로게이머로 활동했으니까,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해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피드백을 확인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재미있는 게시물도 있고 정치적인 게시글도 있는데, 보통 보수적인 성향이다. 원래 보수적인 성향이 있다가 그런 것을 보다보니 보수층이 된 것 같다. 그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성공신화 같은 콘텐츠가 많았는데 그 때 당시엔 ‘이 전 대통령이 잘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욕할까’라고 생각했다. 흙수저 성공신화를 보면 무언가 끓어오르는 게 있지 않나. 그래서 이 전 대통령을 존경했다.

그런데 나중에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되니까 조금씩 그런 생각이 무너져 내렸다. 어느 순간에는 분하더라. 특정한 콘텐츠는 정말로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다는 게 보였다. 속았다고 느꼈다.

Q. ‘알리미 황희두’로 진보 유튜버로서 활동하고 있다. 너무 확실한 색채는 민주당 확장성에 한계를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 있다.

A. 욕을 먹어도 알려야 할 것은 알리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 매체는 정치를 혐오하게 만들어서 아예 관심을 안 가지게 하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투표권이 있듯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내가 가진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지 않나. 페미니즘만 보더라도 온라인 세계와 오프라인 세계의 온도차가 정말 다르다. 저도 처음엔 거부반응이 심했는데, 오프라인에서 이 주제와 관련해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접점이 찾아지더라.

정치도 같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정치 이야기를 꺼내고 이야기할 수 있게끔 하면 좋지 않을까.

Q. 민주당 ‘코드인사’라는 한국당 비판에 대한 생각은.

A. 그 누가 총선기획단 위원으로 오더라도 그런 비판은 피할 수 없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친황부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에 여성·청년 비율만 봐도 국민들이 한국당의 비판에 동의할 것 같지 않다.

Q. 20대 정치 무관심이 만연한데. 이를 타파하기 위한 복안이 있는지.

A. 청년들은 정치 이야기가 너무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라고 생각한다. 제 생각에는 스포츠 선수라던가 게임이라던가, 청년들과 친근한 사람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

어디 저명하신 교수님이 나와서 정치 이야기를 하면 ‘정치 심화반’이다. 청년들에게는 어려운 이야기다. 전 제 스스로 ‘정치 입문반’이라고 표현하는데, 젊은층 눈높이에 맞춰서 그들의 언어를 쓰고 대화해야 한다. 청년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품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래서 제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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