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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6개월 동안 영천병원장으로 영천에서 파견 근무하면서 원근 각지에서 지인이 올 때마다 아름다운 영천을 자랑하고 싶어 이곳저곳을 들렀다. 그때마다 지인의 탄성 속에 가슴 뿌듯함과 큰 기쁨으로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지인을 어디로 모실지는 주로 지인의 시간 여유에 따라 결정된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우선 병원에서 1시간 내에 다녀올 수 있는 임고초등학교의 100년된 플라타너스 숲으로 간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로 선정된 웅장한 모습은 현실과 꿈을 혼동하기에 충분하다.
가을날의 아름다움이야 말할 나위가 없고, 초봄 가지마다 새 잎이 나기 시작하는 모습에서부터 한여름 무성한 잎으로 운동장을 뒤덮는 시원한 나무 그늘까지, 또 늦가을 운동장 가득한 잎사귀도, 한겨울 잎 하나 남지 않은 나뭇가지도 어느 때 어떤 모습도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좀더 여유있는 날이면 보현산댐으로 가서 별빛 담은 호수를 바라보며 차 한잔 마시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고, 여차하면 보현산 자락을 훑기도 했다. 가물 때면 보현산댐의 상류부분에 수몰 전 옛 마을 터가 보인다.
강물처럼 휘어진 청송 가던 옛 국도와 동네 아이들로 바글댔을 골목길도 보인다. 모든 것이 물 속으로 가라앉아 사라진 듯 해도 다시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나의 치부도 다시 드러나는 날이 있을 것 같아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더 여유로운 기회가 생기면 마을 이름을 따서 자양댐이라고 불렸던 영천댐까지 가기도 했다. 2017년 제2회 별빛걷기대회에 참가한 계기로 발견한 보석 같은 풍광에 압도당하여 미리 방문 약속을 하는 지인에게는 2시간 이상의 여유를 갖고 오라고 권했다.
댐 초입부터 삼귀교까지 어느 곳 하나 놓칠 곳이 없는 장관이 이어진다. 특히나 세 마리의 거북이라는 이름의 삼귀리로 가는 삼귀교가 압권이다. 걸어서 건넜다 올 때의 고요함과 주변 바위의 아름다움, 둘러싼 산 능선과 잔잔히 파도 치는 호수를 보노라면 순식간에 강원도 어느 산속에 온 것 같이 정화됨을 누린다. 몰아치는 바람 속, 날리는 눈발이나 빗속, 석양의 호수 위 다리를 걷노라면, 현실에 찌든 내면을 털어내고 재충전하는 기회가 됐다.
자양면은 인구가 1천명 남짓하다 보니 초등학교·중학교 모두 폐교됐고, 주변에 카페 하나 없다. 다른 곳은 최근 댐 주변에 분위기 좋고 예쁜 카페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가까운 곳으로는 운문댐, 먼 곳으로는 소양댐이나 팔당댐 근교에 주말을 즐기러 사람들이 모이고 있으며, 지역경제도 발전하고 있다.
올해 6월에 입법 예고된 ‘댐 주변 지역 친환경 보전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개발 가능 기조를 타고, 우리 영천댐 근처도 적극적인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는 심장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더불어 이 아름다운 곳에 자전거 전용도로와 트레킹 코스가 정비되고 오수 처리 등의 오염 방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천혜의 자연 속에 예쁜 카페와 쉼터도 생겨서 나의 호사를 여럿이 오래오래 나누었으면 좋겠다.
특히 하수도 처리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아 오수가 그대로 영천댐으로 유입되어 청정한 영천댐이 혼탁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루라도 빨리 하수도 시설이 완비되어 더욱 깨끗한 식수가 시민들에게 공급되길 바란다.
박종원 (영남대학교의료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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