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투르크메니스탄] '중앙' 황의조-황인범 부진, '측면' 나상호-이용이 살렸다
입력: 2019.09.11 02:13 / 수정: 2019.09.11 02:13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오른쪽 공격수 나상호가 10일 열린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전반 13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주장 손흥민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오른쪽 공격수 나상호가 10일 열린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전반 13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주장 손흥민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2020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한국 2-0 승리...측면 공격으로 체면치레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상대가 투르크메니스탄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1차 목표였던 승점 3점을 얻었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 했다. 조 1위를 노리는 벤투호,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최강 카드를 뽑고도 간신히 체면치레에 그쳤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2위 투르크메니스탄이란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의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H조 1차전 원정경기에서 나상호와 정우영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원정경기, 그것도 2차 예선 첫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첫 단추를 잘 뀄다는 점에서 일단 평가할 만하다.

후반 37분 프리킥 추가골을 터뜨린 정우영의 드리블 장면./대한축구협회 제공
후반 37분 프리킥 추가골을 터뜨린 정우영의 드리블 장면./대한축구협회 제공

하지만 2019아시안컵 8강 탈락 이후 변화를 기대했던 팬들에게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후반 37분 정우영의 프리킥 추가골이 나오기 전까지 드러난 경기력은 과연 벤투호의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했다. 축구는 흐름의 경기다. 기대를 모았던 골게터 황의조는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전반 초반 결정적 골찬스를 잇따라 놓쳐 한국에 유리한 흐름을 끊는 데 일조했다.

4-1-4-1, 또는 4-1-3-2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황인범 또한 부정확한 킥으로 한국 공격의 맥을 단절시켰다. 설상가상으로 중앙라인의 핵심인 센터백 김민재까지 책임지지 못 하는 '폭주'를 일삼아 벤투호의 조직력을 흩뜨려 놓았다. 한국이 마치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가슴이 답답한 경기력을 보인 것은 바로 김민재 황인범 황의조로 이어지는 중앙 차선이 고속도로의 병목 구간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정우영만 제몫을 해줘 그나마 벤투호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앙 라인의 부진에 비해 오른쪽 측면 공격은 조1위를 노리는 팀다운 플레이로 평가된다. 5일 조지아와 평가전에서 결장한 라이트백 이용은 폭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킥으로 여러 차례 결정적 찬스를 만들었다. 이용은 전반 8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순도 100%의 크로스로 황의조에게 결정적 골찬스를 열어주었다. 황의조는 골마우스 정면에서 수비수들을 제치고 혼자 돌고래처럼 솟구치며 헤딩슛을 날렸으나 골문을 살짝 빗나가고 말았다. 전반 13분 나상호의 선제 결승골도 따지고 보면 이용의 크로스가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투르크메니스탄전./대한축구협회 제공
투르크메니스탄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용과 함께 오른쪽 공간을 넘나들며 빠른 배후 침투를 보여준 나상호는 문전 혼전 중 상대 수비수 맞고 나온 볼을 지체없이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끌어냈다. 이용과 나상호의 오른쪽 측면 공격은 한국 축구의 나아갈 길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일 대 일 돌파가 쉽지 않은 한국선수들로선 조직력과 스피드를 살려야 하는데, 측면 공격은 한국 축구 대대로 고유의 강점 가운데 하나였다. 개인기로 상대를 돌파할 수 없다면 부분 전술, 특히 사이드 공격이 상대 수비벽을 허물 수 있는 무기인데 이날 이용과 나상호는 그 효용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왼쪽의 이재성 활약도 돋보였다. 양 측면 공격이 그나마 답답한 중앙 공격을 살려준 셈이다.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FIFA랭킹 차는 무려 95계단이다. 물론 37위의 한국이 앞선다. FIFA랭킹이 꼭 팀의 실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체적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는 될 수 있다. 상대가 만약 투르크메니스탄이 아니고 다른 팀이었다면 한국이 후반전에 보여준 수비력과 경기 내용으로 이날 경기처럼 실점을 하지 않았을지 의문이다.

이날 북한은 스리랑카 원정경기에서 1-0승리를 거둬 레바논전 2-0승리에 이어 2연승으로 H조 선두에 나섰다. 한국은 1승으로 2위에 올랐다. 문제는 다음 평양에서 벌어지는 남북경기다. 한국은 다음 달 10일 스리랑카와 홈에서 월드컵 2차예선 2차전을 치른 뒤 김일성경기장에서 10월 15일 북한과 맞대결을 펼친다. 조지아와 평가전처럼 졸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구멍 투성이의 투르크메니스탄전처럼 경기를 한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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