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이름” vs “지역 실정에 맞게”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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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6 07:09  |  수정 2019-09-06 07:09  |  발행일 2019-09-06 제8면
공원내 광장·누각 명칭 놓고 시민단체·주민 마찰
준공 임박한 구미 산동물빛공원
3년전 공청회서 이름 확정했지만
인근주민 정서상 이유 변경요구
市 의견 수용하자 시민단체 반발
“독립운동가 이름” vs “지역 실정에 맞게”
구미국가4산업단지 확장단지(산동면)에 조성된 산동물빛공원. 공원 내 광장·누각 명칭을 놓고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구미] 구미 산동물빛공원 내 광장·누각의 명칭을 놓고 구미지역 시민단체와 지역주민 간 마찰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는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 선생의 이름을 딴 ‘왕산광장’ ‘왕산루’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주민들은 지역 실정에 맞는 ‘산동광장’ ‘산동루’로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5일 구미시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2016년부터 구미국가4산업단지 확장단지(산동면)에 58억원을 들여 3만6천㎡ 규모의 근린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확장단지 조성으로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산동면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것으로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공원이 준공되면 구미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앞서 구미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2016년 1~9월 주민공청회·설문조사 등을 통해 공원명칭은 ‘산동물빛공원’으로, 광장·누각의 명칭은 왕산광장·왕산루로 정했다. 또 1억5천만원을 들여 광장에 왕산 허위 선생 가문 독립운동가 14인의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 구미 출신 왕산 허위 선생의 가문은 3대에 걸쳐 14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대한민국 최고의 독립운동가 집안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은 “지역 정서와 맞지 않다”며 명칭 변경을 요구했다. 이들은 광장·누각 명칭을 산동광장·산동루로 변경하고, 동상을 왕산 허위 기념관(임은동)으로 이전·설치할 것을 촉구했다. 구미시·수자원공사는 공원 사용 주체인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정식 절차를 거쳐 광장·누각 명칭을 산동광장·산동루로 각각 변경했다.

그러자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는 5일 성명을 통해 “구미를 상징하는 인물인 허위 선생의 호를 따 왕산광장·왕산루로 결정한 것”이라며 “주민공청회로 결정한 사안을 일부 주민 의견을 이유로 바꾼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산동면 주민은 “왕산 선생은 구미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분이 맞다. 왕산 선생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며 “다만 임은동에 이미 왕산기념관이 있는 만큼 그곳에 왕산 허위 선생의 동상을 설치해 그 분의 업적을 기리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미시 관계자는 “근린공원인 산동물빛공원은 인근 주민이 사용주체이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수용했다”며 “허위 가문 14인 동상을 왕산기념관으로 옮기고, 그곳에 예산을 투입해 누각도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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