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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스타 로빈장-연맹-유벤투스, 호날두 실종(?) 사태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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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스타 로빈장-연맹-유벤투스, 호날두 실종(?) 사태 팩트체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7.27 0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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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6만여 관중이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 가득 들어찼다. 유벤투스보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의 내한에 더 초점에 맞춰진 경기였고 그게 바로 만원 사례를 이룰 수 있는 이유였다.

경기 초반 호날두가 전광판에 비치기만 해도 상암벌은 환호성으로 뜨거워졌다. 그러나 기대를 모은 호날두는 결국 결장했고 경기 막판 관중석에선 그의 경쟁자인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연호하며 호날두를 향해선 야유를 퍼부었다.

경기를 성사시키고 진행한 대행사 로빈장 더페스타 대표, 한국프로축구연맹, 유벤투스 중 대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일까.

 

▲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6일 더페스타가 진행한 팀 K리그와 친선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호날두는 결국 피치를 밟지 못하고 팬들의 원성을 샀다.

 

유벤투스와 팀 K리그는 26일 더페스타주최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경기를 펼쳤다. 치열한 공방 속에 3-3 무승부. 많은 골이 터져나왔고 유벤투스에서도 많은 선수들을 기용하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다만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았다는 점 단 하나가 모든 걸 망쳐버렸다.

이날 아침 서울엔 호우경보가 발효될 만큼 많은 비가 쏟아졌다. 비는 시간이 지나며 다소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축구 팬들의 걱정은 컸다. 그럼에도 경기장은 가득 들어찼다. 유벤투스와 더페스타의 계약상 호날두가 45분 이상 출전한다는 보장 조건이 있다는 걸 팬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앞서 열린 팬사인회에도 컨디션 조율을 이유로 불참했다. 그러나정작 경기에서도 벤치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경기 후 스포츠Q와 인터뷰를 가진 강흔태 씨는 분개했다. 인당 35만 원짜리 티켓을 끊어 연인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며 “희망 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축구 팬들을 너무 기만하는 행위 같다”며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을 걸 알았다면 결코 이 금액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한 남성 팬은 “직원들 티켓까지 250만 원 가량을 썼다”며 “이제 더 이상 호날두의 팬이 아니다”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나선 마우리시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했다. 아시아투어를 거치며 호날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경기 전날 이미 호날두를 출전시키지 않을 것을 유벤투스 부회장과 함께 결정했다는 것.

 

▲ 호날두의 결장을 확신한 관중들이 후반 막판 경기장을 떠나고 있는 장면.

 

이어 45분 출전 규정에 대한 질문엔 마케팅팀 직원이 대신 나서 “호날두에 대해 할 말은 모두 했다. 감사하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전세기로 이동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지나치게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황당한 상황에 화살은 한국프로축구연맹에게 옮겨갔다. 연맹 홍보팀 관계자는 “연맹이 더페스타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담당 실무자가 유벤투스와 더페스타의 계약서상 의무 출전 규정을 확인했다”며 “이에 연맹은 이와 같은 내용을 더페스타와 계약서 조항 중 하나로 삽입했다”고 밝혔다.

예외조항에 대해서는 “부상이나 불가항력적 사유가 존재할 때 출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은 있었다. 그런 사유를 증명해야 하는 책임은 유벤투스에 있다”고 전했다.

결국 연맹은 더페스타에, 더페스타는 유벤투스에 계약 위반에 대한 위약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셈. 단, 호날두의 명백한 부상을 입증할 수 있을 때를 제외하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더페스타가 100여명의 취재진이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공식 입장을 밝히기를 지나치게 꺼렸다는 것.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입장을 전하겠다고 했지만 몇 가지 질문에 답변하면 될 문제였지만 더페스타의 대응은 지나치게 커진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 [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 김의겸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 관계자가 취재진에 둘러싸여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더페스타 측에서 유벤투스가 호날두 불출전 결정을 언제 알게 됐는지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만약 유벤투스에서 그 사실을 곧바로 더페스타에 알렸다면 언론 혹은 티켓 구매자들에게라도 이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호날두를 보기 위해 이토록 많은 관심이 몰렸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27일 오후 더페스타가 드디어 공식입장을 밝혔다. 결론만 따져보자면 아쉬운 일처리에 대한 책임은 분명했지만 더페스타도 연맹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에 가까워 보이는 상황이다.

더페스타는 "호날두 선수가 최소 45분이상 출전하는 것이 정확히 명시되어 있음을 확실히 말씀드립니다. 출전할 수 없는 예외 조항은 단지 본 경기를 위한 워밍업시 부상을 당하거나, 본 경기 중 부상을 당하여 45분을 못 채울 경우로 제한되어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출전선수 엔트리명단을 전달받는 시점까지도 호날두가 출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을 전해듣지 못했다는 것. 후반전 호날두의 출전이 불투명해진 이후 수차례 구단 관계자들에게 호날두 출전을 요청했다면서 유벤투스 측으로부터 "(45분이상 출전 의무 조항에 관련하여) 감독도 알고 선수도 안다. 하지만, 선수가 피곤하다고 하여 출전할 수 없다"라는 답변만을 전달받았다는 것.

피곤한 일정이 이해가간다면서도 유벤투스가 이를 수용했고 빠듯한 반나절 일정을 잡은 이유에 대해선 "기존의 7월 26일~28일 2박 3일 일 정을 1일 일정으로 줄여 2일의 휴가를 줄 수 있도록 조정 요청을 하였습니다. 선수들이 하루 이 틀이라도 기대하지 않은 휴가를 얻는 경우 더욱 열심히 경기에 임하게 될 것이라며 주최사인 저 희를 설득하였습니다"고 해명했다. 

더페스타는 이밖에 부실한 뷔페와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광고 등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오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세히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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